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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캡이야, 캡, 유비쿼터스 캡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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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6-01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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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이정 미술평론가 http://dogstylist.com

아이라인 주변에 챙 달린 모자를 흔히 캡(cap)이라 부릅니다. 더위와 직사광선을 피하려고 50년 전 야구장에 보급된 캡은, 신분 불문하고 만인의 정수리에 올라앉았습니다. 캡은 바야흐로 유비쿼터스 합니다. 챙의 상하 조절로 착용자는 물론 그를 관찰하는 타자의 시야도 함께 제한됩니다. 자신의 코 아래만 보여주니 사생활 중 반쪽은 보호받은 셈이죠. 착용자에게 챙은 자동차 핸들 같은 역할입니다.

시야 조절과 프라이버시 주도권이 코 위에 있으니, 행여 모자를 낚아채 얼굴을 보려는 급습에도 벙거지 모자에 비해 유리합니다. 많은 용의자의 소환에 캡은 동행하며 공공장소 외출이 부담스런 연예인의 사적 업무에 캡은 값싼 경호원입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타의로 캡이 착용될 때도 있습니다. 착용자는 익명화되며 신분과 업무만 명시됩니다. ‘주차관리’가 크게 적힌 모자나 전투모의 경우입니다. 그렇다면 용의자도 유명인도 주차요원도 아닌 우리의 친구가 전에 없이 캡을 쓰고 나타났다면? 그건 머릴 감지 못해서라고 답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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