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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한국의 힘, LCD와 PD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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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5-25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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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한국에 ‘디지털 강국’이란 수식어가 붙게 한 제품으로 휴대전화와 초고속통신망이 주로 꼽힌다. 그런데 휴대전화만큼 많이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액정표시장치(LCD)·플라스마디스플레이패널(PDP)·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에서 ‘그랜드슬램’을 달성할 정도로 디스플레이 부문 역시 한국은 디지털 강국에 속한다. 지난 4월 말 LG필립스LCD가 경기도 파주에 7세대 LCD 생산공장을 준공했다. 140만 평 규모의 세계 최대 디스플레이 클러스터라고 할 수 있다. 공장은 총 7층짜리인데 1개 층의 평면 면적만 국제 축구경기장 6개와 맞먹는다.

LG 필립스LCD가 선보인 100인치 LCD.

LG필립스LCD는 2000년에 20.1인치 LCD 평판 패널 160대를 판매하면서 TV용 LCD 시장에 처음 진출한 뒤 2005년 말에 TV용 LCD 누적판매 1천만 대(15인치 이상)를 돌파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최근에는 세계 최대의 100인치 LCD 개발에도 성공했다. 100인치는 세계 최대 PDP 제품과 거의 맞먹는 수준의 크기다. 사실 LCD 패널 생산은 일본이 가장 먼저 시작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기업들이 LCD 패널의 미래수요를 더 낙관적으로 보고 투자를 늘렸고, 그 결과 생산능력이 앞서게 됐다. 물론 대만 업체들의 비약적 성장과 일본 업체들의 재기를 위한 적극적인 투자에 따라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현재 LCD 평판 패널 시장점유율은 한국과 대만이 42 대 41 정도로 각축을 벌이고 있다. 나머지 15% 정도는 일본 업체가 차지하고 있다. 대만은 한국보다 늦게 시작했지만 이미 알려진 기술을 활용하고 차근차근 실력을 쌓으면서 무서운 기세로 추격해오고 있다.


TV 화면의 경우 일반 브라운관은 33인치 이상을 구현하기가 기술적으로 힘들다. LCD TV는 37·36·32인치 등이 많이 팔리는 반면, PDP TV는 42인치가 주로 팔리고 있다. PDP TV는 국내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42인치가, LCD TV는 32인치가 가장 많이 팔리고 있다. 가격은 42인치를 기준으로 LCD는 350만원, PDP는 300만원 정도다. LCD가 칼 같은 해상도를 갖고 선명한 화질에서 앞선다면 PDP는 깊은 색감을 갖고 자연스러운 화질에서 앞선다. 이런 화질 차이를 무시할 경우 LCD 패널이 PDP 패널에 비해 다소 비싼 편이다. 이유는 ‘기술적 문제’ 때문이다. LCD는 1인치 작은 사이즈에서부터 시작해 42인치, 100인치까지 점점 올라가는 데 기술적인 어려움이 있는 반면, PDP는 처음부터 42인치 큰 사이즈부터 시작했기 때문이다. LCD의 경우 모래를 원료로 해서 만들어지는 유리기판(패널)이 갈수록 옆으로 길어지게 되는데, 이 때문에 화면 사이즈가 커질수록 기술적인 측면에서 생산이 힘들어진다.

파주 LCD 공장은 세계 최대 크기인 1950×2250mm 유리기판 한 장에서 42인치로는 8장, 47인치로는 6장씩 LCD 제품을 만들어낸다. 7세대 생산라인에 이어 8세대, 9세대 라인도 계속 등장할 예정인데, 세대는 패널 사이즈로 결정된다. 세대가 높아질수록 기판에서 생산되는 LCD·PDP 패널 수는 거의 두 배로 증가하게 된다. 국내에서 LCD는 LG필립스LCD와 삼성전자가, PDP는 삼성SDI와 LG전자가 생산하고 있다. 각 기업이 투자 결정 시점에서 당시 처한 경영환경과 기술개발 정도에 따라 LCD로 갈 것인지 PDP로 갈 것인지를 정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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