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년의 역도선수 최경주, 그는 어떻게 한국골프사를 새로 쓰고 있는가
“힘들면 제가 가장 어려울 때를 생각합니다. 어린 시절 역도를 한 것과 완도의 연습장에서 볼을 줍던 때, 그리고 프로가 되고도 라면으로 배를 채우던 시절을 떠올리죠.”
한국의 ‘필드호크’ 최경주(31·슈페리어·88CC). 그가 미국 프로골프협회(PGA)투어에서 엮어내는 골프사는 모두가 새롭다. 이유는 간단하다. 한국인으로선 처음으로 비록 조건부지만 정규투어 시드를 받은데다 대회마다 성적을 달리하며 한국골프사를 바꿔놓고 있는 것이다.
샷이 좋아지고 퍼팅도 날이 섰다
최경주의 ‘톱10’ 진입은 미국 LPGA투어서 활약하는 박세리나 김미현, 박지은의 우승과 견주어봐도 전혀 손색이 없다. 그만큼 남자프로들의 벽은 두텁다. 최경주 같은 프로들은 오스트레일리아만 해도 수백명이 넘고 미국서 활동하는 전세계 프로들은 수천명이다. 다만 국내 골프팬들은 박세리가 데뷔연도부터 우승을 하는 바람에 남자도 우승을 해야만 대단한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미PGA투어와 미LPGA투어는 전혀 다르다. 수준이 다르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최경주가 조건부 시드로 대회에 출전하는 것만 해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올 시즌 들어 최경주는 본선에 진출하는가 하면 ‘톱5’에 한번 들었고 20위권에도 2번이나 올랐다. 데뷔원년인 지난해에 비하면 뭔가 분명히 달라졌다. 비록 대기선수로 있다가 출전하지만 일단 경기에 들어가서 30위권 이내에 들었다면 희망이 밝다는 얘기다. 무엇이 달라졌을까. 샷이 좋아졌다. 퍼팅도 날이 섰다. 특히 게임운영도 이제 안정세에 들어간 느낌이다. 무엇보다 자신감이 최경주의 강점이 되고 있다. 최경주는 지난해 하와이에서 열린 첫 데뷔전 소니오픈부터 내리 3개 대회 연속 예선탈락하는 고배를 마셨다. 데뷔전치고는 뼈를 깎는 아픔이었다. 그런데 올해는 연속해 본선에 진출한데다 성적도 놀라울 정도다. 비록 첫 대회가 메르세데스 챔피언십과 겹쳐 상위랭커 33명이 빠졌다 하더라도 프레드 커플스를 비롯해 스타들이 즐비해 최경주는 ‘톱10’만 들어도 성공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최경주는 첫 출전한 대회 투산오픈서 4라운드 합계 12언더파 276타의 성적으로 공동 5위를 마크했다. 이어 지난해 예선탈락한 소니오픈서도 강풍을 이겨내고 4언더파 276타로 공동 29위, 세 번째 대회인 AT&T페블비치서도 5언더파 283타로 공동 27위에 올랐다.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12라운드 모두 이븐파나 언더파 행진이다. 상금도 모두 15만5792달러를 벌어들여 상금랭킹 41위에 올라 있다. 지난해 시즌에 비하면 놀란 만한 성적을 거두고 있는 셈이다. 최경주는 무엇이 좋아졌을까. “미국투어에서 살아남우려면 기술샷이 필요합니다. 물론 드라이버 거리도 중요하고요. 특히 그린을 읽지못하면 미PGA투어서 살아남기란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어렵습니다.” 그의 말대로 기량면에서 그는 여러 가지로 변했다. 데뷔 당시만 해도 평균 드라이버가 259야드 정도였다. 연말에 시즌 평균 드라이버는 274.9야드(랭킹 73위)로 늘었다. 그런데 올해는 거리를 더 늘려 평균 279야드로 랭킹 46위에 랭크됐다. 비단 드라이버뿐 아니다. 아이언 샷의 정확도를 나타내는 그린적중률도 평균 67%(73위)에서 72.2%(랭킹 37위)로 높아졌다. 특히 스코어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퍼팅이 몰라보게 좋아졌다. 지난해 1.795타로 145위였으나 1.699타로 6위로 껑충뛰었다. 1차목표는 내년에 풀 시드를 받는 것
최경주가 지난해 일시 귀국했을 때 궁금한 것이 있어 물어보았다. 무엇이 안 되는데? “무엇이 잘되는지 알 수가 없다”는 것이 그의 대답. 우선 그린이 도저히 읽히지 않았다고 하소연했다. 드라이버나 아이언 샷은 기술을 다듬으면 되지만 퍼팅은 기술 외에 그린과 싸워야 한다.
이는 누구나 겪는 문제다. 최경주는 국내 그린과 전혀 다른 미국 그린과 엄청난 소모전을 펼쳐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보는 그린은 너무나 생소했다. 1년이 다 되도록 여전히 그린은 난공불락이라고 말했다. 또 전혀 예측이 안 되는 강풍 및 폭우와도 한판승부를 벌여야 한다.
그런데 올 시즌 들어 그린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 지난해에는 라운드당 평균 30개가 넘는 적이 많았지만 이제는 20대에서 마무리한다. 퍼팅 1타에 수십등의 랭킹 변화가 온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경주의 퍼팅은 성공작이라 할 수 있다.
사실 그는 기술샷과 퍼팅, 그리고 그린을 읽기 위해 밤잠을 설쳐야 했다. 좀더 정교한 드라이버 샷을 위해 훅이나 드로, 슬라이스 및 페이드 볼을 자유로히 구사할 때까지 클럽을 놓치 않고 다듬었다. 퍼터는 끌어안고 잘 정도로 신경을 곤두세웠다. 그리고 틈만 나면 그린에 올라 라이를 살피고 라인읽기에 전념했다.
이 때문에 그는 일시 귀국해 제대로 휴식도 취하지 못한 채 슈페리어오픈서 우승한 뒤 바로 미국으로 날아가 연습에 들어갔다. 미국투어는 1월부터 곧바로 시즌이 시작되기 때문에 동계훈련을 따로 가질 수 없어 대회 직전까지 퍼팅과 그린 주변에서의 쇼트게임에 주력해왔다.
앞으로 최경주는 무엇을 바라는가. “아직도 그린을 읽는 데 완벽하지 않아요. 여전히 그린에 올라서면 낯설 때가 한두번이 아닙니다. 그만큼 그린읽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죠.”
이 때문에 그는 기도를 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매번 그린에 오를 때 퍼팅이 잘되게 해달라는 것이 자신만의 기도문처럼 되어버렸다.
그의 목표는 간단하다. 내년에 풀시드를 받는 것. 이것이 1차 목표다. 물론 우승을 해야겠다는 생각도 늘 머릿속에 맴돌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억센 운이 따라주면 가능하다고 믿고 싶은 그다. 그만큼 미PGA투어 무대는 칼만 들지 않았지 전쟁터 같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러니까 ‘톱10’에 무조건 많이 들고 대기신세를 면해야 한다. 상금을 두둑히 따내 내년에는 프로테스트(Q스쿨) 없이 직행하는 것이 소망처럼 되어버렸다. 비단 기량만이 그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망망대해에 홀로 남겨진 조난자이듯 모든 것을 혼자 돌파해 나가야 한다.
영어단어·문장 암기하며 잠자리에…
그리고 비행기로 미국 전역을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무한한 체력이 요구되는 이중고와 싸워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힘들게 하는 것은 언어. 학업도 변변히 하지 못한 최경주. 남들 수업할 때 바벨을 들었고 학교에 다닐 때 연습장에서 볼을 주워야 했던 그다.
이 때문에 그는 하루에 4개의 영어단어와 한개의 문장을 암기하면서 잠에 든다. 짧은 영어로 제법 의사소통까지 하고 있지만 언어 문제가 아직도 그에게는 늘 불안하다. 비용도 만만치 않다. 미국서 1년 동안 투어생활을 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대략 15만달러 이상. 지난해 벌어들인 상금은 모두 경비로 썼다고 보면 된다.
그럼에도 그가 버틸 수 있게 한 재정적 힘이 되고 있는 것은 무명 시절부터 스폰서십을 맡아준 슈페리어, 그리고 88CC 후원회, 벤호겐클럽과 스트라타 수입총판인 전신양행 하정희 사장이다. 최경주가 ‘아메리카 드림’을 얼마만큼 앞당길 수 있을지 팬들은 기대가 크다.
안성찬/ 스포츠투데이 골프전문기자

사진/그린에 오를 때 퍼팅이 잘되게 해달라고 기도한다는 최경주의 1차목표는 내년에 풀시드를 받는 것이다.
최경주의 ‘톱10’ 진입은 미국 LPGA투어서 활약하는 박세리나 김미현, 박지은의 우승과 견주어봐도 전혀 손색이 없다. 그만큼 남자프로들의 벽은 두텁다. 최경주 같은 프로들은 오스트레일리아만 해도 수백명이 넘고 미국서 활동하는 전세계 프로들은 수천명이다. 다만 국내 골프팬들은 박세리가 데뷔연도부터 우승을 하는 바람에 남자도 우승을 해야만 대단한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미PGA투어와 미LPGA투어는 전혀 다르다. 수준이 다르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최경주가 조건부 시드로 대회에 출전하는 것만 해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올 시즌 들어 최경주는 본선에 진출하는가 하면 ‘톱5’에 한번 들었고 20위권에도 2번이나 올랐다. 데뷔원년인 지난해에 비하면 뭔가 분명히 달라졌다. 비록 대기선수로 있다가 출전하지만 일단 경기에 들어가서 30위권 이내에 들었다면 희망이 밝다는 얘기다. 무엇이 달라졌을까. 샷이 좋아졌다. 퍼팅도 날이 섰다. 특히 게임운영도 이제 안정세에 들어간 느낌이다. 무엇보다 자신감이 최경주의 강점이 되고 있다. 최경주는 지난해 하와이에서 열린 첫 데뷔전 소니오픈부터 내리 3개 대회 연속 예선탈락하는 고배를 마셨다. 데뷔전치고는 뼈를 깎는 아픔이었다. 그런데 올해는 연속해 본선에 진출한데다 성적도 놀라울 정도다. 비록 첫 대회가 메르세데스 챔피언십과 겹쳐 상위랭커 33명이 빠졌다 하더라도 프레드 커플스를 비롯해 스타들이 즐비해 최경주는 ‘톱10’만 들어도 성공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최경주는 첫 출전한 대회 투산오픈서 4라운드 합계 12언더파 276타의 성적으로 공동 5위를 마크했다. 이어 지난해 예선탈락한 소니오픈서도 강풍을 이겨내고 4언더파 276타로 공동 29위, 세 번째 대회인 AT&T페블비치서도 5언더파 283타로 공동 27위에 올랐다.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12라운드 모두 이븐파나 언더파 행진이다. 상금도 모두 15만5792달러를 벌어들여 상금랭킹 41위에 올라 있다. 지난해 시즌에 비하면 놀란 만한 성적을 거두고 있는 셈이다. 최경주는 무엇이 좋아졌을까. “미국투어에서 살아남우려면 기술샷이 필요합니다. 물론 드라이버 거리도 중요하고요. 특히 그린을 읽지못하면 미PGA투어서 살아남기란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어렵습니다.” 그의 말대로 기량면에서 그는 여러 가지로 변했다. 데뷔 당시만 해도 평균 드라이버가 259야드 정도였다. 연말에 시즌 평균 드라이버는 274.9야드(랭킹 73위)로 늘었다. 그런데 올해는 거리를 더 늘려 평균 279야드로 랭킹 46위에 랭크됐다. 비단 드라이버뿐 아니다. 아이언 샷의 정확도를 나타내는 그린적중률도 평균 67%(73위)에서 72.2%(랭킹 37위)로 높아졌다. 특히 스코어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퍼팅이 몰라보게 좋아졌다. 지난해 1.795타로 145위였으나 1.699타로 6위로 껑충뛰었다. 1차목표는 내년에 풀 시드를 받는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