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병수 <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 지은이 baseahn@korea.com
지난 겨울 크리스마스이브가 동틀 무렵, 영국 화이트번의 한 조용한 마을. 잇몸 출혈로 밤새도록 고통을 겪던 한 청년의 심장 고동이 서서히 약해지더니 급기야 멎는다. 청년의 이름은 스콧 마틴(Scott Martin). 당시 20살이었다. 어머니와 두 누이가 곁에서 오열하고 있었다. 한창 나이에 웬 청천벽력일까. 영양실조로 인한 간경변이 사망 원인으로 나왔다.
마틴은 극심한 편식가였다. 그가 20년 동안 먹어온 식품이라고는 오직 감자튀김, 흰빵, 통조림 콩. 대표적인 가공식품들이다.
야채와 과일은 거의 입에 대지 않았다. 의사가 처방해준 영양식품도 맛이 없다고 먹지 않았다. 최후의 순간에도 그의 옆에는 감자튀김이 놓여 있었다.
마틴이 가장 좋아했던 감자튀김, 즉 프렌치프라이는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식품이다. 이 제품의 일반 제조공정을 보면 ‘블랜칭’(blanching)이라는 것이 있다. 쉽게 말해 잘게 썬 감자를 뜨거운 물에 데치는 작업이다. 튀기기 전에 감자를 익히는 목적도 있지만, 갈변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한다. 문제는 이 블랜칭 공정의 영양학적인 의미다. 그 과정에서 감자의 여러 유익한 성분이 유실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감자튀김을 된장국의 감자와 같이 보면 안 된다는 이야기다. 패스트푸드를 대표하는 이 제품은 비단 영양적인 측면에서만 문제되는 것이 아니다. 이 식품 주변에는 늘 유해물질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일전에 국내의 한 환경단체가 감자튀김과 감자칩 제품에 함유된 아크릴아미드 성분을 또다시 거론함으로써 우리의 ‘망각중추’를 흔들었다. 수년 전 아크릴아미드 문제가 처음 제기됐을 때보다 오히려 더 늘었다는 것이다. 이 물질은 전분류 식품을 고온에서 가공할 때 생긴다. 프렌치프라이나 포테이토칩이 유독 문제되는 이유는 감자에 그 원인 물질이 많아서다. 아크릴아미드는 발암물질로 의심받는 성분이다. 감자튀김류의 유해성은 또 있다. 기름에 튀긴 식품이 갖는 공통적인 아킬레스건이다. 고지방 식품이라는 굴레 외에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트랜스지방산 문제다. 대부분의 튀김식품에는 트랜스지방산이 들어 있다. 기름이 높은 온도에 접촉하면 미세한 화학변화가 일어나는데, 이때 트랜스지방산이 만들어진다. 트랜스지방산은 자연계에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이를 인공물질로 정의한다. 이 인공물질은 인체 내에서 대사되지 않는다. 인체 효소가 작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곧바로 배설돼야 할 텐데, 좀처럼 배설되지도 않는다. 인체에 남아서 여러 고약한 짓을 자행한다. 대표적인 문제가 혈관 건강을 악화한다는 사실이다. 최근 크게 늘고 있는 심장병이나 뇌질환 뒤에 트랜스지방산이 있다는 점은 이미 확인된 바다. 그 밖에 만성피로, 면역력 저하, 정신질환 등에도 상당 부분 이 물질이 개입한다. 아크릴아미드건 트랜스지방산이건, 이 물질들이 구설수에 오르기 시작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서는 이 유해물질로 오염된 식품들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여전히 소비자들이 이용해주는 탓이다. 이러한 식품 소비 풍토가 지속되는 한, 제2의 스콧 마틴이 나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 유해물질보다 더 무서운 것은 어쩌면 이와 같은 소비자의 안일한 사고가 아닐까.

(일러스트레이션/ 이우만)
마틴이 가장 좋아했던 감자튀김, 즉 프렌치프라이는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식품이다. 이 제품의 일반 제조공정을 보면 ‘블랜칭’(blanching)이라는 것이 있다. 쉽게 말해 잘게 썬 감자를 뜨거운 물에 데치는 작업이다. 튀기기 전에 감자를 익히는 목적도 있지만, 갈변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한다. 문제는 이 블랜칭 공정의 영양학적인 의미다. 그 과정에서 감자의 여러 유익한 성분이 유실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감자튀김을 된장국의 감자와 같이 보면 안 된다는 이야기다. 패스트푸드를 대표하는 이 제품은 비단 영양적인 측면에서만 문제되는 것이 아니다. 이 식품 주변에는 늘 유해물질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일전에 국내의 한 환경단체가 감자튀김과 감자칩 제품에 함유된 아크릴아미드 성분을 또다시 거론함으로써 우리의 ‘망각중추’를 흔들었다. 수년 전 아크릴아미드 문제가 처음 제기됐을 때보다 오히려 더 늘었다는 것이다. 이 물질은 전분류 식품을 고온에서 가공할 때 생긴다. 프렌치프라이나 포테이토칩이 유독 문제되는 이유는 감자에 그 원인 물질이 많아서다. 아크릴아미드는 발암물질로 의심받는 성분이다. 감자튀김류의 유해성은 또 있다. 기름에 튀긴 식품이 갖는 공통적인 아킬레스건이다. 고지방 식품이라는 굴레 외에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트랜스지방산 문제다. 대부분의 튀김식품에는 트랜스지방산이 들어 있다. 기름이 높은 온도에 접촉하면 미세한 화학변화가 일어나는데, 이때 트랜스지방산이 만들어진다. 트랜스지방산은 자연계에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이를 인공물질로 정의한다. 이 인공물질은 인체 내에서 대사되지 않는다. 인체 효소가 작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곧바로 배설돼야 할 텐데, 좀처럼 배설되지도 않는다. 인체에 남아서 여러 고약한 짓을 자행한다. 대표적인 문제가 혈관 건강을 악화한다는 사실이다. 최근 크게 늘고 있는 심장병이나 뇌질환 뒤에 트랜스지방산이 있다는 점은 이미 확인된 바다. 그 밖에 만성피로, 면역력 저하, 정신질환 등에도 상당 부분 이 물질이 개입한다. 아크릴아미드건 트랜스지방산이건, 이 물질들이 구설수에 오르기 시작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서는 이 유해물질로 오염된 식품들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여전히 소비자들이 이용해주는 탓이다. 이러한 식품 소비 풍토가 지속되는 한, 제2의 스콧 마틴이 나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 유해물질보다 더 무서운 것은 어쩌면 이와 같은 소비자의 안일한 사고가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