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이정 미술평론가 http://dogstylist.com
광속에 정보를 실어나르는 세상이지만, 물류와 인파의 신속 이동을 보장하는 보편적 장치는 여전히 고속도로입니다. 중앙분리대와 입체교차로는 신호등 가득한 일반도로에선 누릴 수 없는 쾌속 질주의 보조장치입니다. 톨게이트 통행료 징수는 장거리보다는 스피드에 부가된 세금 같습니다. 제3세계 근대화는 키치(천박한 예술품)를 동반하다는 게 학계의 정설입니다. 과연 근대화의 속주가 잠시 쉬어가는 휴게소는 키치의 박람회장입니다.
값싼 민속품과 조야한 메들리 테이프가 즐비하니까요. 고속도로는 민가의 소식에서 철저히 차단된 구조 속에 놓여 있습니다. 양쪽으로 서너 시간 펼쳐지는 스크린은 오로지 푸른 산야와 너른 논밭이 전부이니 앞만 보고 내달리는 게 맘 편합니다. 그것은 전진을 강요하는 주문 같습니다. 우연인지 68년 이 땅의 고속도로와 32년 아우토반의 건설은 정치적 일방통행을 꽤나 즐겼던 두 나라 집권자(박씨와 히씨)의 미학이 투영된 듯합니다. 속도 제일주의는 이곳에서 터진 사고를 ‘반드시’ 죽음과 직결시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