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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그의 왼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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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5-11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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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소희 기자 sohee@hani.co.kr

“내가 요즘 시간이 많잖아. 그래서 어느 날 천천히 왼손으로 해봤거든. 그랬더니, 세상에! 꼭 남이 해주는 거 같더라고.” 존경받는 한 작가가 지인들에게 들려준 이야기다. 오른손잡이들은 대부분 자위도 오른손으로 한다. 하지만 이분은 ‘왼손의 세상’에 들어가보신 거다. 역시 실험정신과 창작열이….

(일러스트레이션/ 이우만)

얼마 전 일군의 언니들 사이에서 어깨·등 마사지봉이 훌륭한 자위도구가 된다는 사실이 체험사례와 함께 발설됐다. 다음날 한 언니가 즉각 구입에 들어갔고, 자매애를 발휘해 자위라면 노른자위밖에 모르는 또 다른 언니의 것도 샀다. 소식을 들은 다른 언니들이 전화로 물어봤다. “그래, 노른자위한테는 전해줬니?” 구입자 왈 “아차, 깜빡 잊었다”. 언니들 문, “어디 뒀는데? 우리가 내일 만나는데 갖다줄까?” 구입자 답 “어, ‘형부’ 지금 내 차에서 혼자 떨고 있네”. 일교차가 심한 초봄의 밤이었고, 일군의 언니들 배를 잡고 까무러쳤단다.


진짜 형부가 들으면 속상할 수 있겠지만, 사실 속상할 거 없다. 자위는 섹스의 대체가 아니라, 또 다른 섹스다. 마사지봉을 상대로 시기·질투할 필요도 없는 거다. 법적으로 걸리는 문제도 아닐뿐더러.

팔뚝 굵어진다는 속설대로 우리는 하던 자위만 하는 버릇이 있는데, 그마저도 잘 모르는 분들이 많다. 여성의 자위는 몸속에 뭘 넣어 하는 거라고 여기는 게 대표적이다. 소녀시절 샤워할 때 ‘우연히 느꼈다’는 이에게 “진짜 (샤워기를) 넣어봤어요? 아프지 않나요?”라고 묻는 사람도 봤다. 기구 중에는 진동으로 몸 밖을 자극해 몸 안을 달아오르게 하는 것도 있다. 전문기구가 아니라 일상소품 가운데 예를 들어 비스듬한 종아리 마사지기의 경우 허벅지를 대고 ‘그 부위’가 닿게 방향을 바꿔 누우면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그나저나 마사지봉을 담배와 화투 이상으로 애지중지하셨던 나의 할머니도 일찍이 ‘업무 외 용도’를 아셨던 건가?)

여기서 잠깐. 기껏 애써놓고 속옷에 묻히기 싫어 꽉 틀어막는 소년들! 하루이틀 뒤 엄청 아프면서 뿌연 액체가 나와 놀란 적 있지? ‘역행성 사정’ 탓이야. 병증인 어른들도 있지만, 니들은 대부분 자위 도중 사정을 억지로 막아서 그래. 못 나오니 갈 데가 어딨겠어? 요도로 돌아가다 방광으로 갈지 전립선으로 갈지 알 수 없는 거야. 자칫 세균 감염이라도 되면 치료받아야 해. 곤란한 상황이 올수 있다구. 일 복잡하게 만들지 말고 간단하게들 해. 자기 속옷 자기가 빨면 되잖아. 비누 묻혀 쓱쓱 비벼 헹궈봐. 묻힌 직후엔 쉽게 빨려. 오래 두면 자국 심해지고 천도 상하지. ‘들키는’ 건 당연지사, 빠는 분도 얼마나 힘들겠니? 자, 명심해. ‘내 빤스는 내가 빤다!’

집중과 긴장, 이완이 자위의 묘미다. 때와 장소에 구애받지 않을뿐더러 돈도 안 든다. 다만, 회사 회의실에서 하면 오르가슴이 배가된다는 이가 있던데, 부디 공사는 꼭 구분하길. 자칫 ‘뵨태’ 된다.

자위에 관한 나름 독창성을 가꾸며 틈날 때마다 예찬해왔지만, 정녕 왼손의 세상은 상상해보지 못했다. 무엇보다 그런 정보를 ‘카피레프트’ 하는 나눔의 정신이라니. 그의 왼손에 찬양과 경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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