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이정 미술평론가 http://dogstylist.com
세월의 두께로 가치가 가늠되는 골동품조차 보존 상태에 의존할 만큼, 원형 유지에 대한 선천적 기호는 생활 습관 속에서 연장, 재현됩니다. 새치를 은폐하는 염색약과 옷 주름을 잡는 다림질, 모든 세척과 포장은 시간의 증거를 인멸하고 ‘쌔걸’ 고집하는 인위적 노력입니다. 주행 중인 차 문짝마다 쉽게 관찰되는 하늘색 직육면체 역시 동일한 욕망의 흔적이겠지요.
공장에서 막 출고되어 수송 중인 신차들 간 충격과 흠집 방지용으로 장착된 도어 가드였으나 차 주인에게 인계되고도 그대로 부착되어 있는 거니까요. 내 차와 남의 차를 동시에 배려하는 거까진 좋은데 유선형 차체 곡선이나 차의 도색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하늘색 직육면체는 외관상 거슬리는 것이 사실입니다. 차주들이야 그리 느끼지 않겠지요. 미관보다 원형 보존의 오랜 욕망이 외면화된 결과이니 말입니다. 오죽하면 시중에 판매되는 공장 출고 당시 도어 가드를 모방한 제품의 선전 문구가 ‘출시될 때 새 차 느낌 그대로’일까요! 새것이 그리 좋습니까? (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