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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새책] < 나의 첫번째 사진책>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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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4-19 00:00 수정 : 2008-09-17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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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 없는 사진 입문서

어떤 분야든 입문서를 고르기가 가장 어렵다. 사진처럼 많은 이들이 일상적으로 하는 행위 역시, ‘제대로’ 하기로 작정하고 서점에 가면 길을 잃기 십상이다.

<나의 첫번째 사진책>(곽윤섭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은 ‘생활사진가’를 위한 ‘이론 없는 사진책’을 표방한다. 한겨레신문사 사진기자로 오랫동안 활동하고 <한겨레21> 사진팀장으로 일하고 있는 지은이는 <한겨레21> 홈페이지에 ‘사진클리닉’을 운영하며 사진에 관련된 상담과 교정을 해오고 있다. <나의 첫번째 사진책>에는 사진클리닉을 통해 얻은 지은이의 깨달음이 배어 있다 “3천 장이 넘는 사진에 하나씩 답을 하다 보니 반복되는 유형이 보이기 시작했고 체계를 갖춘 사진책의 필요성이 느껴졌다. 그러나 사진을 배우려는 사람들이 이론에 시달리다 포기하는 것을 막기 위해 가능한 이론을 짧게 담았다.”

이론 중심의 입문서와 달리, 이 책은 지은이의 구수한 입담이 돋보인다. 대학시절 사진동아리 얘기부터 취재 현장을 누비고 미국 연수를 다녀온 이야기 등 지은이의 경험을 통해 사진 지식들이 전달된다. 딱딱한 이야기들의 우회로를 찾아 쉽고 재미있고 효과적으로 사진의 세계로 들어오게 만든다.

책의 초반부는 사진의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설명이다. “카르티에 브레송과 유치원 꼬마에게 똑같은 카메라를 주고, 똑같은 렌즈를 달아주고, 동시에 셔터를 누르게 한다면?”이라는 질문에서 출발해 셔터 스피드, 노출, 심도 등의 개념이 설명된다. ‘잔소리를 마무리하는 쪽지시험’까지 들어 있다.


이제, 본격적인 출사를 위한 프레임이 소개된다. ‘어떻게’ 사진을 찍어야 할 것인가라는 문제를 풀기 위한 중요한 키워드다. 지은이의 설명 방식이 독특하다. 그림과 사진의 차이, 눈으로 본 것과 사진으로 찍힌 것의 차이, 눈높이 바꿔 보기 등을 통해 프레임 전반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예를 들어, ‘고양이 눈높이’라는 단락은 자동차 밑에 숨어 있는 ‘길고양이’를 취재하면서, 카메라를 뒤집어 바닥에 놓고 찍은 지은이의 경험을 통해 눈 높이가 변화하면 전혀 다른 사진이 나온다는 점을 설명하고 있다.

프레임을 이해했다면 문제는 어떤 대상을 찍는가이다. 지은이는 풍경보다 사람을 먼저 찍어보자고 제안한다. 초보자들은 멋진 풍경에만 관심 갖지만, 사진의 탄생과 더불어 늘 인물은 가장 좋은 소재이자 주제였다. 인물 사진을 잘 찍는다면 풍경도 잘 찍을 수 있다. 자, 어떻게 제대로 찍을 수 있을까?

작가들이 결딴낸 우리말

권오운 지음, 문학수첩(031-955-4445) 펴냄, 1만2천원

강석경, 구효서, 신경숙, 공지영, 은희경 등 우리 문단의 중견 소설가부터 지난해에 등장한 김애란 같은 신인까지 50여 명 작가들의 글 실수를 지적하고 있다. 이문열, 황석영, 장정일의 <삼국지>에서 각각 빚어진 잘못에 대해서도 꼼꼼하게 지적한다. 예를 들어 신경숙의 단편 ‘달의 물’에서 “기분이 상하면서 속세말로 열불이 나서 견딜 재간이 없었다”는 문장. ‘속세말’이란 말은 없다. 여기에는 그 시대의 유행어라는 뜻인 시쳇말이 제격이다.

자연과 사람 사이, 절

윤제학 글, 정정현 사진, 명상(02-364-4277) 펴냄, 1만3500원

문화유적 답사 같은 기존의 사찰 관련 서적과 달리, 자연과 사람을 이어주는 매개체로서 절을 다룬다. 불교문화나 고건축에 관한 전문용어를 배제하고 우리 절의 자연주의 미학을 발견한다. 특히 풍부한 흑백사진을 곁들여 절의 정취를 느끼게 해준다. 자연을 닮은 집으로 장곡사, 고운사, 미황사, 부석사, 백양사를, 자연을 담은 집으로 운주사, 선운사, 화암사를, 자연에 담긴 집으로 향일암, 망해사, 대흥사, 신륵사, 청량사를 꼽고 있다.

광고, 상품, 쇼핑의 노예들

전영우 지음, 청년사(031-955-4888) 펴냄, 1만원

광고를 통해 미국의 문화를 본다. 지은이에 따르면 미국에선 돈을 많이 버는 능력, 곧 상품을 많이 구입할 수 있는 능력이 성공한 삶으로 치부되고, 이런 관점이 광고에 그대로 투영돼 있다. 어린이 대상의 광고가 점점 늘어나는 현실은 소비자로 태어나 소비자로 성장하는 미국 자본주의의 모습을 보여준다. 정치자금 광고는 미국의 선거 제도가 자본주의적 원리를 배경으로 움직인다는 점을 보여준다. 9·11마저도 돈이 되면 팔려나가는 사회다.

서양 현대사의 블랙박스

나치대학살

최호근 지음, 푸른역사(02-756-8959) 펴냄, 2만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라는 문제의식으로 유대인 학살에 관한 엄청난 연구들을 가려내고 살펴본다. 지은이는 먼저 “왜?”라고 묻는다. 유대인 대학살이 광신적 반유대주의의 산물이라면, 반유대주의는 어떻게 형성됐으며 독일인이 왜 이 수렁에서 벗어날 수 없었는지 이해해야 한다. 지은이는 나치즘의 등장과 홀로코스트를 근대화 과정에서 나타난 병리적 현상과 연관지어 넓은 구도에서 파악하려던 관점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충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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