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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성인용 자린고비의 저렴한 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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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4-19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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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이정 미술평론가 http://dogstylist.com

핀업(pin-up)의 시조가 된 40년대 리타 헤이워스와 50년대 베티 페이지는 본디지(결박)를 포함한 여하한 섹스어필의 총동원으로 핀업의 답안을 제시했습니다. 2차 대전 중 병사의 사기 진작을 위해 고안된 벽보형 자위 기구의 성능은 오늘날까지도 유효합니다. 벽 위에 큼지막한 여체만 덩그러니 매달아놓기가 무안했던지 깨알만 한 숫자로 ‘달력’을 만들어, 당당히 품질경쟁에 임했습니다.

풍만한 종이 글래머의 호객 행위는 다분히 남성 기호적이라, 자동차 용품 매장에선 신상품 엔진오일 교체를 선동했고, 선술집에선 주객의 엉덩이에 납덩이를 달아 몇 시간이고 붙잡아두는 실천적 역할도 했습니다. 핀업의 효험은 ‘부재하지만 존재하는 듯’으로 정리됩니다. 일테면 성인용 자린고비라 할 만합니다. 천장에 매달린 조기를 응시해 미각을 보상받는 자린고비의 저렴한 마법은 접촉을 허하지 않고도 욕망을 달래는 브로마이드 비키니 언니의 실체 없는 미인계와 일맥상통합니다. 선술집 고용주가 이 다부진 무급 여사원을 마다 않는 까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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