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 60분>논란의 핵심은 섀튼의 기술 도용과 1번 줄기세포 실재 여부… 황우석 지지자들은 “귀기울여달라” 호소하지만 특허 침해 여부 단정 어려워
▣ 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믿고 싶지 않지만 황우석 박사팀의 줄기세포 논문 조작 파문이 지속되고 있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활동하던 황우석 지지자들이 한국방송 본관 정문 앞에서 단식 농성을 벌이고, 논문 조작 관련자 징계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했던 서울대 교수들이 해명성 발언을 하고 있다. 이런 논란의 중심에 한국방송 문형렬 PD가 있다. 문 PD는 회사 쪽에서 <추적 60분>의 ‘섀튼은 특허를 노렸나’(가제)를 내보내지 않기로 결정하자 외부 스튜디오에서 마무리 작업을 하면서 인터넷 공개라는 ‘극약 처방’을 선택했다. 이같은 문 PD의 행보에 따라 줄기세포를 둘러싼 공방이 가속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처녀생식은 비과학적 결론?
도대체 문 PD가 방송용으로 준비한 프로그램에는 무엇이 담겨 있었던 것일까.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문 PD가 <추적 60분>을 통해 제기하려 했던 의혹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우선 제럴드 섀튼 미국 피츠버그대 교수가 줄기세포 관련 특허를 내면서 황 박사팀의 관련 기술을 도용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섀튼 교수는 ‘특허 사냥꾼’으로서 황 박사팀에 의도적으로 접근했다는 뉘앙스를 풍긴다. 문 PD는 “섀튼 교수가 2003년 동물 체세포 핵이식 과정에 관한 특허를 출원했는데 (황 박사팀을 만나 2004년 논문 발표한 지) 2달 만인 4월9일 기존 내용을 수정·보완한 국제 특허를 냈다”고 밝혔다.
실제로 섀튼 교수의 보정 특허는 황 박사팀의 쥐어찌기식 핵이식 기법(일명 젓가락 기술)을 포함해 체세포 핵이식에 의한 줄기세포와 배아를 만드는 방법을 광범위하게 언급하고 있다. 애당초 동물의 체세포 핵이식 과정에서 방추체 결함을 없애는 방법으로 가출원한 특허에 황 박사팀이 독보적인 기술로 자랑한 내용을 그대로 반영한 셈이다. 문 PD는 “황 박사의 특허를 관리하는 서울대산학협력재단도 섀튼의 특허 도용 의혹을 인정했다”면서 “줄기세포가 만들어지지 않았더라도 그 전단계인 배반포 기술이 있다면 특허권리 범위를 조정해 특허가 가능하다는 것이 특허 전문가의 공통된 견해”라고 주장했다.
황 박사팀의 특허에 대한 문 PD의 이런 문제제기는 오래전에 있었다. 문 PD는 지난 1월10일 서울대 조사위원회 기자회견장에서 “황 박사팀의 핵치환 기술은 세계적으로 독보적인 기술로 인정받고 있다”면서 “(세계적으로) 어느 연구팀이 핵치환 기술을 갖고 있는지 말해달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대해 정명희 조사위원장은 (조사 결과 보고서에 밝힌 ‘독창성’ 부분을 가볍게 여기며) “맞춤형 체세포 줄기세포를 만들지 못했다. 기반기술만 갖고 언제까지 자랑할 것인가”라고 대답했다. 이날 문 PD는 배반포 형성 정도와 개수 등을 따져묻기도 했다. 이즈음부터 문 PD는 황 박사팀의 특허권에 관심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하나의 의혹은 앞으로 예상되는 특허 분쟁의 핵심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은 1번 줄기세포의 실체에 관한 것이다. 정명희 위원장은 1번 줄기세포에 대해 “공여자의 난자가 탈핵돼지 않은 상태에서 극체라 불리는 주변의 세포와 융합해 생기는 처녀생식에 의한 줄기세포일 가능성이 높다”면서 “1번 줄기세포는 체세포 복제 줄기세포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사정이 이렇다면 체세포 핵이식에 의한 배반포 형성이라는 황 박사팀 기반기술의 독창성을 인정받을 만한 근거가 없어진다. 영국 뉴캐슬대학 스토이코비치 교수팀이 지난해 8월에 보고한 자료가 유일한 자료가 되는 셈이다.
이렇듯 처녀생식이냐 체세포 핵이식이냐는 논문 조작 사기극의 이면에서 논란 확대 재생산의 기폭제 구실을 한다. 더구나 검찰이 지난 3월 1번 줄기세포를 수립한 사람이 박을순 연구원이라고 밝히면서 불완전 탈핵과 극체 유입에 의한 처녀생식설을 의심케 했다. 이에 대해 문 PD는 “서울대 조사위는 DNA 유전자 분석 하나로 과학적 결론을 내리고 유전자각인 검사는 생략하고 핵이식 과정에 대한 일방적인 주장을 받아들여 극체유입설을 추론하는 비과학적 접근을 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고 했다. 한 의학박사는 공개 자료에서 “탈핵된 세포가 다시 들어가 세포를 배양할 확률은 마치 소금에 절인 생선이 바닷물에 다시 돌아가서 헤엄치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일부 지지자들이 문 PD 취재 거들어
이쯤 되면 황 박사팀의 1번 줄기세포가 체세포 복제에 의한 것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섀튼 교수가 황 박사팀의 기반기술을 특허로 가로채는 일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가 여기에서 비롯된다. 문 PD는 “황 박사팀의 인간 체세포 핵이식 기술은 미즈메디의 배양기술 부족으로 만족할 만한 수준의 환자맞춤형 줄기세포를 만들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 미완성의 기술을 갖기 위해 생명공학 선진국에서는 이 분야 인재들을 스카우트하고 연구하는 것도 사실”이라면서 “앞으로 10년 이내에 38조로 추정되는 줄기세포 세계 시장에서 체세포 줄기세포가 70%를 차지하게 된다”는 보고서를 소개하기도 했다.
이처럼 문 PD가 공개한 ‘섀튼은 특허를 노렸나’는 1번 줄기세포의 실체를 둘러싼 공방과 특허전쟁의 내막을 다루고 있다. 현재 검찰 수사가 끝나지 않았지만 줄기세포 논문 조작으로 과학자로서 치명상을 입은 황 박사에겐 뜻밖의 원군을 만난 셈이다. 지난 3월 중순부터 황 박사 지지자들이 관련 프로그램 방송을 요구하며 한국방송 본관 정문을 떠나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황 박사 지지자 대표 3인에 속한다는 최선근(학원강사)씨는 “국가 예산을 들여 확보한 기반기술을 특허사기꾼에게 넘겨줄 수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한국방송 고위층들은 관련 PD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외부의 입김에 휘둘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황 박사 지지자들은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황우석 구하기’를 시도했다. 황 박사에 대한 ‘누명’을 벗기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한 채 특정 증후군에 빠진 사람들로 여겨지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문 PD가 준비한 프로그램은 이해관계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이 때문에 일부 지지자들은 문 PD가 후속 취재를 위해 미국으로 떠날 때 경비를 지원하거나 인터넷 공개 자료를 만드는 것을 거들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황 박사 지지자들이 요구하는 것은 <추적 60분>을 통해 특허를 둘러싼 진실이 보도되는 것이다.
하지만 문 PD가 공개한 자료가 한국방송의 전파를 타기는 힘들어 보인다. 무엇보다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안인 만큼 신중한 판단과 검증이 필요하다는 게 한국방송 쪽의 판단이다. 한국방송은 지난 4일 홈페이지 안내문을 통해 2차 시사회에서 방송 불가 결정을 내린 이유로 “(공정성이나 신뢰성 객관성 등) 사실관계의 확인 및 검증되지 않은 부분의 법률적 분쟁 소지의 면밀한 검토 필요성 때문”임을 밝혔다. 이런 내용은 지난 5일 열린 노사 동수로 구성되는 편성위원회 임시회의에서도 확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한국방송 쪽은 ‘황우석 사태가 우리 사회에 남긴 것’이라는 대체 프로그램안을 제시했는데, 문 PD는 “물타기식 접근’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젓가락 기술은 널리 쓰여온 것
이런 한국방송의 판단에는 문 PD가 제기한 의혹에 대한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는 점도 작용한다. 예컨대 섀튼 교수가 특허 출원을 수정하면서 쥐어짜기식 기법을 ‘합법적으로’ 인용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특허 침해 여부를 쉽게 단정하기 어렵다. 더구나 황 박사팀의 쥐어짜기 기술도 기반기술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이 기술은 일본 긴키대 쓰노다 유키오 교수가 15년 전 <일본 번식기술 회보>에 발표한 것으로 동물 난자에 널리 쓰여왔다. 이런 까닭에 1번 줄기세포 유전자 각인 검사를 해석한 서울대 서정선 교수는 “체세포 핵이식 배아 줄기세포가 맞아도 DNA가 극히 불안정해 ‘원천기술’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지금도 황 박사 지지자들은 “진실에 귀기울여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이들은 “검찰이 대한민국의 자존심을 스스로 무너뜨린 서울대 조사위를 조사해야 한다”면서, 특허권이 “연간 300조원의 경제적 가치”(황 박사 지지자들이 배포하는 유인물 내용)가 있다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황 박사 지지자들은 “문 PD가 취재한 내용이 한국방송을 통해 방영되면 상황이 180도 바뀔 것”으로 믿고 있다. 하지만 설령 섀튼이 특허를 노렸다 할지라도 황 박사팀의 실험 데이터 조작을 덮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또한 황 박사팀에 속했던 연구자마저 “환자용 줄기세포가 하나도 없는데…”라며 고개를 떨구고 있다.
도대체 문 PD가 방송용으로 준비한 프로그램에는 무엇이 담겨 있었던 것일까.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문 PD가 <추적 60분>을 통해 제기하려 했던 의혹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우선 제럴드 섀튼 미국 피츠버그대 교수가 줄기세포 관련 특허를 내면서 황 박사팀의 관련 기술을 도용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섀튼 교수는 ‘특허 사냥꾼’으로서 황 박사팀에 의도적으로 접근했다는 뉘앙스를 풍긴다. 문 PD는 “섀튼 교수가 2003년 동물 체세포 핵이식 과정에 관한 특허를 출원했는데 (황 박사팀을 만나 2004년 논문 발표한 지) 2달 만인 4월9일 기존 내용을 수정·보완한 국제 특허를 냈다”고 밝혔다.

한국방송 <추적 60분> 파문이 지속되면서 줄기세포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황우석 박사 지지자 두 사람이 지난 4월4일부터 한국방송 정문 앞에서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황우석 박사팀의 2004년 <사이언스> 논문에 실린 1번 줄기세포의 실체는 무엇일까. 문형렬 PD는 이 줄기세포가 체세포 핵이식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