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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창가는 욕망을 투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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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4-12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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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이정 미술 평론가

극중 인물의 상념은 시야가 탁 트인 레스토랑 창가 자리로 도식화됩니다. 이것은 픽션이 추종하는 정식이지만, 논픽션 세계에서도 기내와 식당 창가는 상석이자 예약 1순위입니다. 창가라고 질 좋은 양념이 뿌려지거나 특수 의자가 제공되는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창가 예찬론은 두 개로 압축되지 싶습니다. 홀 중앙이 전방위의 시선에 둘러싸이는 반면 창가의 남녀는 프라이버시의 절반만 내놓고, 남은 절반은 창가와 밀착한 채 창 너머 불특정 다수의 사생활을 관람하며 보상을 즐깁니다.

다른 하나는 누구도 부인 못할 창가 특유의 스크린 효과겠지요. 행선지까지 연방 변화무쌍한 광경을 실어나르는 기내 창가나, 거리를 걷는 보행자마저 볼거리로 전락시키는 식당 창가 자리는, 결국 영화적 스펙터클에 버금가는 관전 욕망과 연관 있습니다. 직장의 창가는 여차하면 박차고 나간다고 다짐하는 샐러리맨의 욕구불만이 투영됩니다. 하지만 창가는 요인을 저격하는 암살범의 총구에서 보듯, 안전하진 못합니다. 자고로 상석은 늘 견제 대상인 법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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