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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거기 있잖아? 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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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4-04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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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을 사로잡는 외관에도 앞문보다 뒷문 선호도가 높은 거기. 결코 저렴할 수 없는 대금 지불 직후에도 애써 카운터 직원과 눈 마주치기를 마다하는 거기. 수면 분량에 따라 대실과 숙박으로 구분해 합리적 가격 책정을 지향하는 거기. 과연 목적이 숙박인지라 전기보다 수도 요금이 높게 나오는 거기. 장담할 수 없는 위생과 청결을 역설적이게 순백 침구류 일색으로 보상받으려는 거기.

수십 수백 등짝이 맞닿았을 시트에서 체취는 고사하고 락스향만 깊이 맴도는 거기. 소기의 목적(취침!) 달성이 안겨준 허탈감과 밀려드는 숙박비 본전 계산에 제공받은 자양강장 드링크 서너 종을 죄다 마셔, 타지도 않는 목을 축이게 만드는 거기. 등 뒤로 들려오는 직원의 환송 인사 “안녕히 가세요”마저 무시하고 성급히 자리를 떠야 안도되는 거기. 한숨 눈 붙이러 가는 거기가 어쩌다 이렇듯 불편한 공간이 된 겁니까? 어쨌건 대한민국은 구성원의 수면 부족과 그걸 달래주는 ‘거기’로 포화 상태가 된 나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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