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 서바이벌>이 놓치는 것은? …‘대중에게 매력 보이기’ 보다 ‘기획사 좇기’에 급급한 출연자들
▣ 강명석 대중문화평론가
클레이 아이켄이라는 가수가 있다. 리얼리티쇼 <아메리칸 아이돌>이 낳은 스타 중 한 명인데, 이 친구의 등장은 <아메리칸 아이돌>에서도 가장 극적인 순간으로 꼽힌다. 첫 번째 오디션 자리에 평범한 옷차림에 안경을 쓰고 나온 클레이 아이켄. 당연히 이 프로그램의 심사위원이자 출연자들에겐 ‘악마’로 불리는 사이먼의 조롱이 쏟아진다.
자네, 정말 가수하려고 나온 거야? 그런데, 어라? 이 친구 사이먼 앞에서 실실 웃더니 자기도 잘할 수 있다며 큰소리다. 그러고선 안경을 벗는다. 이런, 꽃미남이잖아! 더구나 노래 솜씨는 사이먼마저도 놀랄 정도. 이 잠깐의 등장으로 클레이 아이켄은 순식간에 시청자들을 사로잡았고, 방영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앨범을 취입하며 스타가 됐다.
프로그램 주인공은 심사위원 박진영인가 이 프로그램의 진짜 상품은 최종 생존자들을 가수로 데뷔‘시켜주는’ 것이 아니다. 이 프로그램에서 살아남으면 앨범 취입 여부는 무의미해진다. 프로그램을 통해 전 미국인의 사랑을 받게 된 그들의 데뷔 앨범은 이미 빌보드차트 상위권을 예약한 것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사이먼의 평가가 아니라, 어떻게 대중을 사로잡느냐다. 사이먼은 그들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양념 역할일 뿐이다. 그들은 끊임없이 시청자에게 자신의 매력을 어필해야 하고, 시청자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출연자들의 팬이 되어간다. <아메리칸 아이돌>은 쇼비즈니스의 본질을 정확하게 보여준다. 스타가 될 재목을 뽑는 게 아니다. 프로그램에서 살아남는 사람이 곧 스타다. 그래서 SBS <슈퍼스타 서바이벌>은 끔찍하게 재미없다. <슈퍼스타 서바이벌>의 출연자들은 이 프로그램을 주관하는 JYP의 최고경영자(CEO) 박진영이 내준 과제에 따라 대중 앞에서 춤과 노래를 선보이고, 자기들 스스로 안무를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방송에서는 그 모든 과정들을 마치 스케치하듯 잠깐씩 보여줄 뿐이다. 시청자들은 그들이 어떤 모습을 보여줘서 거리의 사람들을 끌어들였는지, 어떤 안무로 전문 안무가의 눈에 들었는지 전혀 알 수 없다. 대신 그들에 대한 판단은 심사위원단이 대신한다. 누가 안무를 잘 짰는지는 전문 안무가의 한마디로 결정되고, 탈락 대상자 중 누가 구제돼야 할지도 심사위원단이 결정한다. 시청자들은 그저 그 과정을 지켜볼 뿐이다. 그 ‘선생님’들이 잘했다면 그런 줄 알아야 한다. 덕분에 이 프로그램의 주인공은 출연자도 시청자도 아닌, 그들의 운명을 쥔 심사위원단, 콕 집어 박진영이 된다. 이 거물 제작자는 끊임없이 출연자들을 관찰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고, 출연자들은 그의 눈치를 본다. <아메리칸 아이돌>의 사이먼처럼 박진영이 출연자와 한바탕 싸운다든가 하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슈퍼스타 서바이벌>은 출연자들이 시청자를 즐겁게 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아니다. 오히려 그들이 ‘기획사 소속 가수 지망생’이 되기 위해 ‘기획사 시스템’에 적응하는 과정에 관한 프로그램이다. 출연자들은 방송에 출연한 연예인이 아니라 마치 JYP의 회사원처럼 회사 경영자의 눈치를 보고, 대중의 사랑 대신 심사위원들을 통해 인사고과 받듯 자신들을 평가받는다. <슈퍼스타 서바이벌>에서 대중에 대한 어필 대신 무한 경쟁이 강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연예인은 대중에게 사랑받는 것이 중요하지만, 기획사에 소속된 연예인 지망생은 데뷔하기 위해 ‘사장님’의 마음에 들어야 하고, 친구들을 ‘밟고 올라서는’ 과정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 이 점에서 <슈퍼스타 서바이벌>은 <아메리칸 아이돌>보다 <어프런티스>와 비슷하다. 텔레비젼 나오느니 기획사 먼저 가라? 승리자에게 도널드 트럼프로부터 경영수업을 받을 기회를 주는 리얼리티쇼인 <어프런티스>는 도널드 트럼프가 모든 것을 주관하고, 출연자들은 그의 마음에 들기 위해 동료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도 서슴지 않는다. <슈퍼스타 서바이벌> 역시 출연자들이 서로를 탈락시키는 구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슈퍼스타 서바이벌>은 이런 기획사 시스템이 가진 잔인함을 절대로 인정하지 않는다. 박진영은 악역이 아니라 단지 그들의 발전을 이끌어주는 ‘선생님’이고, 출연자들 역시 “○○○는 참 대단한 거 같아요” 따위의 바르고 고운 말만 한다. 시청자의 재미보다는 JYP의 CEO와 미래의 소속 가수들의 이미지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아메리칸 아이돌>처럼 프로그램에서 스타를 만들어주려면 출연자의 매력을 보여줘야 하고, <어프런티스>처럼 경쟁의 치열함을 보여주려면 과제를 통해 인간의 적나라한 캐릭터가 드러나야 한다. 그러나 <슈퍼스타 서바이벌>은 시청자에게 그들의 실력도, 인간적인 면모도 보여주지 못한다. 남는 건 제작자가 아이들을 계속 지켜보고, 평가하며, 자기 입맛대로 고치는 과정을 통해 한국의 음반 제작자들이 얼마나 자신들의 능력을 과신하는지 확인시켜주는 것뿐이다. 그들에게 스타는 자신들이 ‘만드는’ 것이다.
박진영이 <슈퍼스타 서바이벌>을 시작하면서 가장 처음 했던 말도 스타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보여주겠다는 것이었다. 한국의 음반 기획자들은 아이들이 이미 가지고 있는 매력이 대중을 감동시킬 수 있다는 것도, 그런 무대를 만들어서 아이들을 스타로 만들 생각도 하지 못한다. 한국의 오디션 프로그램이 단 한 번도 톱스타를 만들어내지 못한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출연해서 우승해봤자 돌아오는 건 기획사에서 음반을 낼 기회뿐이다. 그러니 외모와 실력이 되는 친구들은 방송 출연해 신선함이 떨어지느니 기획사에 들어가 먼저 ‘터’를 잡는 게 나은 이상한 상황이 벌어진다. 물론 박진영을 비롯한 한국의 많은 사장님들은 자신들의 기획과 제작 시스템이면 뒤에라도 그들을 스타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방송에 1시간씩 나와도 아무 반응 없는 친구들이 정말 스타가 되기나 할 수 있을까. 하긴, 시청자에게 출연자들의 어떤 매력도 보여주지 않으면서 자사 오디션 과정을 공중파 방송으로 보여줄 수 있는 그 배짱과 영향력 자체가 참 한국 가요계다운(?) 일인 것 같긴 하다.

박진영이 심사를 주도해 새로운 스타감을 뽑는 <슈퍼스타 서바이벌>. 제2의 비를 꿈꾸는 청소년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프로그램 주인공은 심사위원 박진영인가 이 프로그램의 진짜 상품은 최종 생존자들을 가수로 데뷔‘시켜주는’ 것이 아니다. 이 프로그램에서 살아남으면 앨범 취입 여부는 무의미해진다. 프로그램을 통해 전 미국인의 사랑을 받게 된 그들의 데뷔 앨범은 이미 빌보드차트 상위권을 예약한 것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사이먼의 평가가 아니라, 어떻게 대중을 사로잡느냐다. 사이먼은 그들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양념 역할일 뿐이다. 그들은 끊임없이 시청자에게 자신의 매력을 어필해야 하고, 시청자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출연자들의 팬이 되어간다. <아메리칸 아이돌>은 쇼비즈니스의 본질을 정확하게 보여준다. 스타가 될 재목을 뽑는 게 아니다. 프로그램에서 살아남는 사람이 곧 스타다. 그래서 SBS <슈퍼스타 서바이벌>은 끔찍하게 재미없다. <슈퍼스타 서바이벌>의 출연자들은 이 프로그램을 주관하는 JYP의 최고경영자(CEO) 박진영이 내준 과제에 따라 대중 앞에서 춤과 노래를 선보이고, 자기들 스스로 안무를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방송에서는 그 모든 과정들을 마치 스케치하듯 잠깐씩 보여줄 뿐이다. 시청자들은 그들이 어떤 모습을 보여줘서 거리의 사람들을 끌어들였는지, 어떤 안무로 전문 안무가의 눈에 들었는지 전혀 알 수 없다. 대신 그들에 대한 판단은 심사위원단이 대신한다. 누가 안무를 잘 짰는지는 전문 안무가의 한마디로 결정되고, 탈락 대상자 중 누가 구제돼야 할지도 심사위원단이 결정한다. 시청자들은 그저 그 과정을 지켜볼 뿐이다. 그 ‘선생님’들이 잘했다면 그런 줄 알아야 한다. 덕분에 이 프로그램의 주인공은 출연자도 시청자도 아닌, 그들의 운명을 쥔 심사위원단, 콕 집어 박진영이 된다. 이 거물 제작자는 끊임없이 출연자들을 관찰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고, 출연자들은 그의 눈치를 본다. <아메리칸 아이돌>의 사이먼처럼 박진영이 출연자와 한바탕 싸운다든가 하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슈퍼스타 서바이벌>은 출연자들이 시청자를 즐겁게 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아니다. 오히려 그들이 ‘기획사 소속 가수 지망생’이 되기 위해 ‘기획사 시스템’에 적응하는 과정에 관한 프로그램이다. 출연자들은 방송에 출연한 연예인이 아니라 마치 JYP의 회사원처럼 회사 경영자의 눈치를 보고, 대중의 사랑 대신 심사위원들을 통해 인사고과 받듯 자신들을 평가받는다. <슈퍼스타 서바이벌>에서 대중에 대한 어필 대신 무한 경쟁이 강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연예인은 대중에게 사랑받는 것이 중요하지만, 기획사에 소속된 연예인 지망생은 데뷔하기 위해 ‘사장님’의 마음에 들어야 하고, 친구들을 ‘밟고 올라서는’ 과정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 이 점에서 <슈퍼스타 서바이벌>은 <아메리칸 아이돌>보다 <어프런티스>와 비슷하다. 텔레비젼 나오느니 기획사 먼저 가라? 승리자에게 도널드 트럼프로부터 경영수업을 받을 기회를 주는 리얼리티쇼인 <어프런티스>는 도널드 트럼프가 모든 것을 주관하고, 출연자들은 그의 마음에 들기 위해 동료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도 서슴지 않는다. <슈퍼스타 서바이벌> 역시 출연자들이 서로를 탈락시키는 구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슈퍼스타 서바이벌>은 이런 기획사 시스템이 가진 잔인함을 절대로 인정하지 않는다. 박진영은 악역이 아니라 단지 그들의 발전을 이끌어주는 ‘선생님’이고, 출연자들 역시 “○○○는 참 대단한 거 같아요” 따위의 바르고 고운 말만 한다. 시청자의 재미보다는 JYP의 CEO와 미래의 소속 가수들의 이미지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아메리칸 아이돌>은 출연자들뿐 아니라 심사위원도 슈퍼스타로 만들었다. <아메리칸 아이돌>의 심사위원 랜디 잭슨, 폴라 압둘, 사이먼 코웰(왼쪽부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