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너#1: 광고는 노출만이 최고? 초짜의 생각이오 광고주와 광고대행사가 잊고 있는 것이 있다면, 광고란 보는 이의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는 사실. 보는 이에게 노출되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기존 매체 광고의 역사처럼 깊지 못해서인지 웹 광고는 유치와 현란함만을 앞세운다. 광고 초짜들의 단점을 그대로 드러낸다. 와이브로나 HSDPA 등 차세대 무선망은 지금의 정액제 초고속 인터넷이 아니라 일종의 종량제가 될 예정이다. 여기서는 이러한 성가신 광고는 모두 사용자의 이용료로 직결된다. 스스로 적잖은 돈을 내며 보기 싫은 광고를 봐야 하는 건 난센스다. 돈이 걸리는 문제가 되면 이제 사태는 매너의 문제만이 아니게 된다. 구조적인 문제도 있다. 상식이라 생각해왔던 원칙이나 방식이 돈벌이를 위해서 바뀌는 일도 불쾌하다. 우리 현실 사회에서 곧잘 등장하던 ‘급행료’가 가상 사회에선 정당한 돈벌이가 되어 있다. 포털들은 검색 질의어를 광고와 연계해 수익을 얻고 있다. 상식으로는 사용자가 찾으려는 사항이 가장 잘 검색이 되어야 하지만, 지금은 가장 돈을 많이 낸 사이트가 검색이 잘된다. 사실 대부분의 사이트를 공짜로 들락날락하는 입장이기에 광고는 기꺼이 봐줄 수 있지만, 노출된 콘텐츠가 편중되는 일은 피해야 한다. 특히 메신저를 통해 들어오는 소식들은 걸려들기 쉬운 연예 가십과 토픽성 기사들뿐이다. 그것이 수익 구조라면 무료 사용자로서 봐줄 수는 있다. 그러나 적어도 내가 원하는 뉴스나 광고를 고를 수는 있게 해줘야 한다. 매너를 지키면서 수익도 올리는 방법은 없을까? 역시 균형감각이 중요하다. 미국계 검색 엔진 구글이 네티즌들의 호감을 많이 사온 이유도 그러한 균형감각 덕이다. 적절한 곳에 끼워넣은 단 한 줄의 광고만으로도 엄청난 광고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을 구글은 가르쳐주고 있다. * 매너#2: 표준은 기술이 아니라 상식이오 웹에서 표준을 말하면 그저 기술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은 상식이다. 상식이 빠진 인터넷, 그 실상은 이렇다. 일단 윈도와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쓰지 않으면 국내의 금융기관, 공공 서비스의 대부분은 이용이 불가능하다. 되는 듯싶다가도 결정적 순간에서 되지 않는다. 매너를 떠나 차별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금융 거래를 위한 공인인증서 처리 프로그램이나 각종 보안 모듈들이 윈도와 익스플로러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그 원인은 바로 액티브X. 무엇에 쓰이는지 알지도 못한 채 끊임없이 설치된다. 이 프로그램은 PC에 설치된 윈도에 어떠한 조작을 가능하게 하는 엄연한 프로그램이다. 다행히 윈도가 버전업이 되면서 설치 동의를 구해오고, 때로는 인증된 회사의 안전한 모듈인지 알려주기도 하지만, 당장 들어가야 하는 사이트에서 이걸 꼭 깔아야만 들여보내 준다는데 이것저것 따질 새가 없다. 그냥 예, 예, 뭔지도 모르고 까는 것이다. 이것은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대한민국에서만 유일한 일이다. 공공 영역과 금융계가 앞장서서 시장의 다양성을 죽여와서다. 이러한 와중에서 매킨토시, 리눅스, 파이어폭스 등 대안적 환경을 애용하는 사람들의 고충은 더해만 간다. 그러나 기업들이 자신에게 편하고 부담이 없는 길을 택한 것일 뿐, 실제로 그리고 기술적으로 액티브X에 전혀 의존할 필요가 없다. 이 기술은 이미 유효기간이 다했다는 선언을 받았다. * 매너#3: 남의 PC를 맘대로 만지지 마시오 누가 갑자기 여러분의 PC 앞에 앉아 CD를 넣더니 무언가를 막 설치한다면? 당장 무슨 짓이냐며 못하게 막을 것이다. 액티브X가 하는 일이 바로 이렇다. 일종의 윈도 프로그램을 웹을 통해 우리의 PC에 까는 것이다. 사이트에 들어가 설치 경고 창이 뜰 때마다 우리의 PC에는 프로그램이 하나씩 늘어난다. 즉 하드디스크와 메모리가 조금씩 더러워진다. 아무리 최신 컴퓨터라도 덕지덕지 누더기가 된다면 느려지는 것은 순식간. 그러지 않아도 웹브라우저는 메모리를 걸신들린 듯 장악한다. 그 식욕에 이 기생 프로그램들이 가세를 하는 것이다. 매너 있는 웹사이트라면 브라우저로 온 손님에게는 브라우저만으로 일을 볼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표준을 충분히 지원하도록 만들어진 완성도 높은 브라우저만으로 사실 못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많은 외국 사이트는 브라우저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고 있다. 이렇게 웹에서 자동 설치되는 코드들은 일반 프로그램에 비해 대부분 버전업 사이클이 잦다. 충분한 테스트를 거치지 않은 베타 수준의 미완성 본도 일단 배포되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이러한 불량 모듈들은 기존의 윈도 시스템과 충돌을 일으키거나 메모리를 유출시켜 시스템을 불안정하게 하기도 한다. * 매너 #4: 사용자 환경이 모두 같은 건 아니오 언제부턴가 웹페이지의 규격은 1024×768의 해상도에 맞춰서 디자인이 되고 있다. 모두가 공평하게 15인치 모니터라면 상관이 없지만, 모니터의 크기는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크기 차이에서 와이드 여부까지. 넓어진 화면에서 보면 한쪽으로 몰리거나 지나치게 여백이 많은 사이트들이 있다. 이래서야 모처럼 고가의 대화면 모니터를 쓰는 보람이 없다. 대화면은 사치의 투정이라고 해두자. 문제는 작은 화면이다. 머지않아 등장할 예정인 울트라 모바일 PC, UMPC(코드명 오리가미)는 7인치에 800×480의 해상도다. 테스트해본 결과 상당수의 웹사이트들이 이 해상도에서는 좌우로 스크롤을 하지 않으면 일을 할 수 없다. 개중에는 좌우 스크롤이 불가능한 페이지도 있다. 또 플래시가 설치돼 있지 않으면 조작이 되지 않는 사이트도 있다. 메뉴를 움직이는 데도 플래시를 이용한다면, 이는 남용이다. 플래시와 같은 추가물이 사용될수록 웹의 접근성은 떨어진다. 예를 들어 시각장애인이 ‘웹의 내용을 읽어주는 프로그램’을 쓰고 있다면 플래시만 있는 페이지는 무용지물이다. 찰나적인 관심을 끌기 위한 아바타나 아이템으로 도배된 의미 없이 무겁고 답답한 웹은 이러한 흐름의 결과다. 오로지 콘텐츠만을 읽고 싶어도 방법이 없다. 콘텐츠만을 끌어다 자신의 환경에서 읽겠다는 블로그의 RSS는 어찌 보면 이러한 답답함의 소산이다. * 매너 #5: 주민등록번호? 이메일만으로 충분하오 고객에 대해 너무 알려고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가상 세계에 들어온 주민들의 현실을 캐묻는 것은 거부감만을 준다. 상점에 들어온 손님에게 주민등록번호와 집 주소와 전화번호를 적고 관심 분야를 3가지 선택하라고 표를 내민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사실 웹에서 수집해야 할 필수 정보는 이메일 하나로 충분하다. 상대방이 누군지 구별할, 그리고 확인 가능한 한 가지만 있으면 되기 때문이다. 그래도 비즈니스 모델에서 고객에 대해 조금 더 알아야 한다면, 입력 칸을 선택사항으로 두고 다른 혜택을 제시해 스스로 입력하도록 해야 한다. 웹2.0은 전혀 새롭지 않다? 최근 불고 있는 웹2.0의 담론은 다시 웹의 기본 정신으로 돌아가자는 움직임이다. 물론 웹2.0의 담론에는 다양한 변화와 변혁의 논리가 녹아 있지만 결국은 사용자를 위한 ‘매너 있는 웹’이 화두다. XML이나 CSS 등 이미 브라우저가 수년째 지원하고 있는 표준을 잘만 활용하면 플래시나 윈도 프로그램 뺨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AJAX라고 웹2.0의 첨병인 양 여기저기 떠들고 있는 기술도 실은 이미 브라우저가 제공하는 기본 기능을 다시 잘 활용하자는 것뿐이다. 아무것도 추가로 설치하지 않아도, 오로지 표준만을 따라가도, 즉 사용자에게 아무런 부담을 더 주지 않아도 얼마든지 더욱더 상큼하고 기발한 사이트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사실, 웹2.0은 이러한 매너에 관한 이야기다. 그 결과 웹2.0 시대에 뜨는 사이트들도 하나같이 고객을 즐겁게 하는 사이트들이다. 우리 사회의 웹사이트에서 매너가 없어진 이유, 이해는 간다. 사용자를 위해 해주고 싶은 일이 너무나 많은 나머지 서투른 웹사이트가 되고 만 것이다. 초심을 지키면서도 매너 있는 사이트가 될 수 있음을 최근의 웹2.0 붐은 가르쳐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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