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이정 미술평론가 http://dogstylist.com
사시사철 푸른 하늘의 정기를 받아서일까요. 참으로 무궁무진한 색채의 스펙트럼이건만, 파란색의 선호도는 왕중왕이지 싶습니다. 어떤 파격적인 디자인 도입에도 결코 꿈쩍하지 않는 건 비단 청(0순위)과 적(1순위) 사이를 단조롭게 오가는 국가대표 선수단 유니폼만은 아닐 겁니다.
‘경축’이 들어간 시도군 발주의 공식 행사 플래카드와 임시 선전탑은 군청색이 접수한 지 오래입니다. 공무원 정복과 작업복, 스테디셀러 청바지는 물론 수의마저 파랗게 물들입니다. 오로지 단 한 색으로 수렴되는 대중의 청색 근본주의 덕에, 전세계 보수정당의 로고는 대체로 파란색 지명도에 의존합니다. 대항색으로 간주되는 빨간색의 원죄에서 면제된 행운 탓도 크죠. 이제는 욕심을 접을 때도 됐건만 화훼산업은 유전공학과 합작해 파란색 변종 장미 개발에 한창이랍니다. 시장 점유율 5%를 장담할 수 있다나요. 상황이 이럴진대 핑크 악마나 연두 도깨비 응원단의 탄생은 꿈도 꿀 수 없는 분위기지요. 하여 블루(blue)의 다른 뜻이 ‘우울한’인 게죠.

(사진/ 한겨레 임종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