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이정 미술평론가 http://dogstylist.com
패션쇼란 사전적 의미의 의상 발표와는 거리가 먼 행사입니다. 생소한 신상품보다 친숙한 명망가의 얼굴이 대우받는 향연장입니다. 풍성한 백색 우주복 쇼로 집약되는 ‘앙 선생’ 쇼는 그 모범 사례가 아닐까 싶네요. 도무지 맵시가 안나오는 6등신 주한 외국 대사 내외나, 어딜 봐도 영농 후계자 닮은 K리그 선수들의 심심찮은 모델 섭외는 그들의 미숙한 워킹과 무대 매너는 둘째 치더라도, 그 화려한 무대의 존재 이유를 되묻게 합니다. 선택된 소수의 패션쇼가 “저런 옷을 어떻게 입고 외출해?”라 묻는 소시민의 무고한 의문에 눈높이를 맞출 이유는 없겠지요. 다만 당대 최고 연예스타에서 정관계 요인까지, 무대 위에 오른 출연진의 면모를 보며 인생살이의 축소판을 직시하게 된다면, 패션쇼가 본분을 저버리고 사회적 위계에 관해 재생산하는 것만 같습니다. 당대 최고 몸값의 남녀 스타 한 쌍으로 편성된 웨딩복 피날레의 정형성은 무대 밖, 절대 다수의 기대심리와 맞닿은 제스처일 텐데, 과연 결혼 이데올로기로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