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시대부터 현재까지 밤의 시공간을 추적하는 <서울의 밤문화>
서울 문화예술의 원형을 발굴하는 ‘서울문화예술총서’의 첫 책. <서울의 밤문화>(김명환·김중식 지음, 생각의나무 펴냄) 서문은 이런 야심찬 일성으로 시작된다. 하루를 천일처럼 살아온 서울의 일상이 평범할 리 없다. 서울의 밤은 격변의 스트레스를 배설하는 시간인 만큼 격렬하고 기형적이다. 이 책은 어둠의 시공간을 부지런히 탐색하며 즐거움을 선사한다.
<서울의 밤문화>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1부는 서울의 밤을 통시적으로 탐색하고 2부는 공시적으로 탐색한다. 따라서 1부는 시간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2부는 공간에 많은 지면을 할애한다.
역사적으로 본 서울의 밤문화는 두 단어로 요약된다. 술과 ‘오입’. 밤은 남성들의 욕망으로 질척댔으며 오직 남성의 시각으로 전시됐다. 일제는 기예를 중시했던 조선의 기생문화에 성매매를 들여왔다. 대궐의 관기들은 서서히 민간으로 내려왔으며, 일본의 관습에 따라 공창제가 실시됐다. 기생이 가정파탄의 주범으로 지탄받는 질펀한 밤문화가 시작된 것이다. 명월관을 시작으로 접대부를 고용하는 고급 요릿집들이 서울의 밤을 밝혔다. 1930년대에는 이른바 ‘모던 바람’에 힙입어 서구식으로 꾸며진 카페와 함께 ‘춤 열병’이 번졌다.
해방 이후 무려 37년 동안 서울의 밤은 그야말로 암흑의 시기를 맞는다. 미군정이 사회질서를 유지한다며 시작한 야간 통행금지 때문이다. 그 뒤로 1982년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시민들은 밤문화 대신 ‘초저녁문화’를 맛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암흑기에도 술꾼과 춤꾼들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1960년대에는 특권층의 요정과 서민들의 대폿집과 아쉬운 대로 아가씨에게 술잔을 받아먹을 수 있는 ‘비어홀’이 있었다. 1970년대에는 카바레와 고고클럽의 등장으로 ‘춤바람’이 불었다. 카바레는 ‘유한마담’들이 장바구니를 들고 출입하는 사교의 장이고, 고고클럽은 젊은이들이 온갖 억압을 뚫고 마음껏 몸을 흔드는 공간이었다. 물론 둘 다 당대의 사회 문제로 부각됐다. 제비족의 등장과 문란한 ‘작업’이 도마 위에 올른 것이다. 지은이는 “한국 밤문화의 기형적 돌연변이”인 사창가 순례에도 나서는데, 자세한 내용은 대략 생략한다.
2부는 지금 서울의 해방된 밤문화의 현실과 문제점, 대안까지 아우른다. 지은이의 말대로 21세기 한국인들은 밤시간을 “각자의 개성과 취향과 욕구에 따라 갖가지 형태로” 소비한다. 지은에게 서울의 밤문화는 밀실과 광장의 공존과 충돌로 요약된다. 노래방, PC방, 전화방 등 밤을 장식하는 밀실은 급기야 모든 방들의 총체적 형태인 ‘찜질방’으로 진화한다. 시민들은 날이 어두워지면 밀실로 기어들어가 전투 같은 삶의 스트레스를 배설한다. 그러나 네티즌들의 거리응원과 촛불시위처럼, 밀실의 문화는 광장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것은 80년대와 다르게 비조직적이고 자발적이고 우연적인 밀실들의 확장이다. 지은이는 ‘문화예술’로 승화될 수 있는 밤문화의 대안을 장황하게 찾아나간다. 이를 위해 대학로와 같은 문화지구의 상업화, 시민을 위해 전시되지만 시민의 참여를 제한하는 청계천 등을 자세히 짚어본다. 지은이의 결론은 문화인프라 확충이다. 이 책이 서울의 밤문화에 대한 완벽한 보고서가 될 수는 없다. 1부는 다양한 기사들을 인용하며 역사적 사실들을 짜깁기한다. 밤문화의 구조와 배경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 없을 뿐 아니라, 자칫 낭만화하는 경향이 있다. 추억은 연구가 아니다. 2부는 현재 서울의 밤문화를 향유하는 사람들에 대한 탐구와 다양한 밤문화의 가능성을 보여주지 못한다. 제대로 된 밤문화는 ‘문화예술적’이어야 하고, 이를 위해선 문화인프라가 필요하다는 점만 강조된다. 그래서 대학로와 청계천 분석에 빠져들며 본래의 맥락에서 점점 멀어진다. 어쨌든, 밤을 밝히며 다양한 자료를 뒤졌을 지은이들의 부지런함이 책에 배어난다. 무엇보다 시도 자체가 매우 재밌다. 서울의 밤문화를 위해 그들의 밤은 유배됐을 것이다.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2부는 지금 서울의 해방된 밤문화의 현실과 문제점, 대안까지 아우른다. 지은이의 말대로 21세기 한국인들은 밤시간을 “각자의 개성과 취향과 욕구에 따라 갖가지 형태로” 소비한다. 지은에게 서울의 밤문화는 밀실과 광장의 공존과 충돌로 요약된다. 노래방, PC방, 전화방 등 밤을 장식하는 밀실은 급기야 모든 방들의 총체적 형태인 ‘찜질방’으로 진화한다. 시민들은 날이 어두워지면 밀실로 기어들어가 전투 같은 삶의 스트레스를 배설한다. 그러나 네티즌들의 거리응원과 촛불시위처럼, 밀실의 문화는 광장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것은 80년대와 다르게 비조직적이고 자발적이고 우연적인 밀실들의 확장이다. 지은이는 ‘문화예술’로 승화될 수 있는 밤문화의 대안을 장황하게 찾아나간다. 이를 위해 대학로와 같은 문화지구의 상업화, 시민을 위해 전시되지만 시민의 참여를 제한하는 청계천 등을 자세히 짚어본다. 지은이의 결론은 문화인프라 확충이다. 이 책이 서울의 밤문화에 대한 완벽한 보고서가 될 수는 없다. 1부는 다양한 기사들을 인용하며 역사적 사실들을 짜깁기한다. 밤문화의 구조와 배경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 없을 뿐 아니라, 자칫 낭만화하는 경향이 있다. 추억은 연구가 아니다. 2부는 현재 서울의 밤문화를 향유하는 사람들에 대한 탐구와 다양한 밤문화의 가능성을 보여주지 못한다. 제대로 된 밤문화는 ‘문화예술적’이어야 하고, 이를 위해선 문화인프라가 필요하다는 점만 강조된다. 그래서 대학로와 청계천 분석에 빠져들며 본래의 맥락에서 점점 멀어진다. 어쨌든, 밤을 밝히며 다양한 자료를 뒤졌을 지은이들의 부지런함이 책에 배어난다. 무엇보다 시도 자체가 매우 재밌다. 서울의 밤문화를 위해 그들의 밤은 유배됐을 것이다.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