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이정/ 미술평론가 http://dogstylist.com
시감각에 대한 운명적 호소력은 색마다 특정 가치들과 묶음으로 짝지어놨습니다. 생명 급수, 피 그 자체인 빨간색은 온순한 정서와 연결된 적이 없습니다. 정열, 섹스, 광기 그리고 성혈과 근친한 이 색은 신호에서조차 위험과 금지를 대표합니다. 전쟁 신 마르스와 악마의 몸을 채색할 때마저 이 색의 호전성이 차용됩니다. 대한민국에서 빨간색은 양가감정을 촉발합니다. 긴말 필요 없는 정치판의 색깔론은 사회주의를 대표한 이 색의 전력과 연관이 큽니다. 그래서 대한민국에서 원죄를 안고 사는 빨간색이 축구대표팀 응원단 명칭과 복장으로 간택된 건 더욱 아이러니입니다. 하지만 이 ‘집단 빨갱이 놀이’가 용인된 건 스포츠 애국주의와 쉴 틈 없이 외치는 국호가 전제됐기에 가능한 걸 테지요. 이런 양해조차 석연찮게 여겨 종교적 색깔론으로 내놓은 대안, 백의천사 응원단이 공감 얻지 못한 까닭은 빨간색의 원초적 중독성 탓도 있지만, 빨간색을 정치에서 분리해 RGB 삼원색의 하나로 간주하는 성숙함 탓도 있습니다. 천만다행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