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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스크린 가라사대] 예쁜 게 좋아. 뭐든 예뻐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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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3-09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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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금자씨> 중에서

▣ 김도훈 <씨네21> 기자

애플에서 생산한 MP3 플레이어 아이포드를 사용한 지 2년이 다 되어간다. 맞다. 아이포드는 불편하다. 무겁고 흠집이 잘 나며 음질도 최상은 아니다. 더 작고 편리한 국산 MP3 플레이어도 지천에 널려 있다. 하지만 불만을 가질 여력도 없다.


아이포드는 예쁘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장에서도 디자인은 성능과 편리함에 대한 논의를 무위로 돌린다. 실속만으로 팔아치울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국가와 회사는 이제 어디에도 없다. 디자인은 정말로 팔아치운다. 하지만 아직도 한국에는 입이 찢어지도록 만족할 만큼 예쁜 것들이 드물다. 지루해서 하품이 나올 것 같은 삼성의 휴대전화들은 어떤가. 콘크리트 무개성 덩어리인 국립중앙박물관은 또 어떤가(이 바보 같은 건축물의 경우에는 기라성 같은 외국 건축가들의 안을 들러리로 세우고는 한국 건축가의 안을 선택한 내부 담합의 의혹도 심심찮게 들려온다). 88올림픽이 열렸을 때 중학생이던 나는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표어를 귀에 못박히도록 들어야 했다. 아직도 그것이 진실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면, 틀렸다고 말해주고 싶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 아니라, 국적에 관계없이 가장 예쁜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 예쁜 게 좋다. 뭐든 예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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