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소희 기자 sohee@hani.co.kr
이름에 ‘순’자 ‘희’자 들어가는 남자는 왠지 뼈대 있는 집안의 자손일 것 같다. 전국의 남성 ○순, ○희씨들께 죄송하지만, 분명 편견일 수 있지만, 내 친구가 몇 년 전 만났던 남자도 이랬다. 잘난 직업에 칼슘 냄새 왕창 풍겼다(골프웨어를 캐주얼복으로 입는 아저씨풍). 이게 왠 떡이냐 싶었던 친구는 “혹시 결혼하면 집에서 한복 입고 지내야 하는 거 아냐?” “그 집에서 나 직장 다니는 거 싫어하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까지 했더랬다. 코믹할 뿐 아니라 쓸데없는 자가발전이었다. 남자가 어느 날 연락을 뚝 끊어버린 것이다. 유독 다리가 짧은 그와 손 잡고 걸을 때마다 어깨가 기우뚱해져도 꾹 참으며 참을성을 단련했던 친구는 처음엔 몹시 걱정했다. 우리는 “그 남자 사고로 죽은 거 아니니?” “샌프란시스코 출장 갔다가 성 정체성을 뒤늦게 찾은 거 아니니?” 궁금해했다. 친구의 전화는 계속 씹혔다(부라보~ 발신번호표시제). 친구의 전화가 씹히는 꼴을 보다 못한 나는 내 휴대전화로 전화를 해봤다. 그건 받았다. 난 엉겁결에 ‘대대’거리는 목소리로 “방실이 저나(전화) 아녜요?” 하다가 끊었다. 명백히 까인 거다. 그것도 한마디 설명 없는 ‘최악의 방식’으로. 다행히 친구는 ‘부정→ 분노→ 체념→ 수용’의 심리적 단계를 고루 훌륭하게 거쳤다. 하지만 난 지금도 그 남자가 궁금하다.
그때 왜 그랬는지, 잘먹고 잘사는지 몰래 뒷조사라도 하고 싶다.
싸이월드에 드나드는 이들 중 나 같은 ‘친구들’이 적지 않은 모양이다. 싸이월드는 일전에 미니홈피 방문 이벤트 당첨 방식을 바꿨는데, 9999번째, 1천 번째 방문 등으로 당첨된 이가 자기 실명 공개 여부를 정할수 있게 했다. 그전엔 당첨되면 자동으로 실명이 공개됐다. “옛 애인 미니홈피 들어갔다가 덜컥 이벤트에 당첨돼버렸어요. 제가 아직도 지 홈피 드나드는 거 알면… 개망신이에요. 어떻게 안 될까요?” “친구의 옛 애인 미니홈피에 들어갔다가 딱 걸렸어요. 홈피 주인이 저를 알거든요. 친구가 저 죽일지도 몰라요” 식의 문의가 폭주한 탓이라는 후문이다. 미니홈피 주인의 옛 애인과 지인들의 피를 가장 거꾸로 솟게 하는 건 이거다. “잠자리는 결혼 뒤에” “널 사랑하기 때문에 조심스러워” 이런 멘트 날리며 정숙하게 굴던 그(녀)가 누가 봐도 하룻밤은 자고 와야 하는 여행지에서 새 애인과 찍은 사진을 버젖이 올려놓았을 때다. 특히 야경이 배경이거나 숙소 내부에서 찍은 사진을 보면 문제의 홈피 주인의 옛 애인은 컴퓨터 화면을 박박 긁고 싶은 심정이다. 할 거 다 하고 헤어져도 샘나는 판국에, 할 것도 제대로 못하고 헤어졌으니 충격은 더 크다. 홈피 주인 새 애인의 홈피까지 두루 섭렵해주는 일은 친구들의 몫. 게시판 글이나 퍼다놓은 음악, 사진 등을 훑어보면 그(녀)의 인간관계와 취향이 짐작된다. 근데 이런 유의 ‘스토킹’을 대신 해주는 친구들을 위해 주인공인 ‘옛 애인’이 반드시 지켜야 할 게 있다. 속은 비록 쓰리더라도 이 모든 걸 엔터테인먼트화하는 거. 마냥 괴롭다고 징징대거나 자학하는 이를 위해 몸 바쳐 망신당해줄 친구는 없다.

( 일러스트레이션/ 이우만)
싸이월드에 드나드는 이들 중 나 같은 ‘친구들’이 적지 않은 모양이다. 싸이월드는 일전에 미니홈피 방문 이벤트 당첨 방식을 바꿨는데, 9999번째, 1천 번째 방문 등으로 당첨된 이가 자기 실명 공개 여부를 정할수 있게 했다. 그전엔 당첨되면 자동으로 실명이 공개됐다. “옛 애인 미니홈피 들어갔다가 덜컥 이벤트에 당첨돼버렸어요. 제가 아직도 지 홈피 드나드는 거 알면… 개망신이에요. 어떻게 안 될까요?” “친구의 옛 애인 미니홈피에 들어갔다가 딱 걸렸어요. 홈피 주인이 저를 알거든요. 친구가 저 죽일지도 몰라요” 식의 문의가 폭주한 탓이라는 후문이다. 미니홈피 주인의 옛 애인과 지인들의 피를 가장 거꾸로 솟게 하는 건 이거다. “잠자리는 결혼 뒤에” “널 사랑하기 때문에 조심스러워” 이런 멘트 날리며 정숙하게 굴던 그(녀)가 누가 봐도 하룻밤은 자고 와야 하는 여행지에서 새 애인과 찍은 사진을 버젖이 올려놓았을 때다. 특히 야경이 배경이거나 숙소 내부에서 찍은 사진을 보면 문제의 홈피 주인의 옛 애인은 컴퓨터 화면을 박박 긁고 싶은 심정이다. 할 거 다 하고 헤어져도 샘나는 판국에, 할 것도 제대로 못하고 헤어졌으니 충격은 더 크다. 홈피 주인 새 애인의 홈피까지 두루 섭렵해주는 일은 친구들의 몫. 게시판 글이나 퍼다놓은 음악, 사진 등을 훑어보면 그(녀)의 인간관계와 취향이 짐작된다. 근데 이런 유의 ‘스토킹’을 대신 해주는 친구들을 위해 주인공인 ‘옛 애인’이 반드시 지켜야 할 게 있다. 속은 비록 쓰리더라도 이 모든 걸 엔터테인먼트화하는 거. 마냥 괴롭다고 징징대거나 자학하는 이를 위해 몸 바쳐 망신당해줄 친구는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