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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생사를 결정하는 0.02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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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2-23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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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이정/ 미술평론가 http://dogstylist.com

(사진/ 류우종 기자)

불과 0.02㎜의 초박형 차단 효과는 실로 가공할 위력입니다. 연인의 살과 살 사이를 가로막는 이 얄팍한 고무막의 착용 여부로 생사마저 결정되곤 하니 말입니다. 이유인즉 미착용 결과, 새 생명의 잉태와, 감염에 의한 사망이 초래되는 탓입니다. 수십여 피임법이 전래되는 가운데, 90%를 초과하는 안전성은 피임 및 보건위생을 이 녀석과 동격으로 인식시킵니다. 물론 막중한 역할에 비해, 남성기를 그대로 빼닮은 외관은 보기에 민망하지만요. 한데 공인된 신용도와 국가 차원의 홍보에도 위험을 자초하는 착용 거부의 내막은 무엇일까요? 비록 일순간일망정 맨살이 맞닿는 절정의 최면 효과가 죽음과도 맞바꿀 만하다는 몸의 요구 때문은 아닐는지요. 자신의 물리적 존재감을 숨기는 녀석의 판촉 태도(skinless하다는 따위)도 그런 정서에 호소하려는 걸 테죠. 밸런타인데이에 폭증하는 녀석의 판매량은 어린이날만 애들 호강시키는 것과 다를 게 뭡니까? 평소에 좀 ‘자주’ 하자고요. 녀석의 명칭이 뭔지는 굳이 거론 않겠습니다. 미묘한 발음 실수로 갖은 수모를 당한 콘도와 콘도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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