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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치과 공포증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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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1-26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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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이정의 사물보기]

▣ 반이정/ 미술평론가 http://dogstylist.com

(사진/ 서울대병원 제공)

치과 내원은 딜레마의 연속입니다. (이가) 아프다, (시술은) 겁난다, (치료비도) 부담이다. 치아와 취식 간의 불가분성 탓에 피할 수도 없는 곳, 치과! 치과공포증은 시술의 전 과정에 내장된 지속적인 오감 위협으로 설명됩니다. 통증 제거용 마취주사마저 공포의 상징이 된 마당에 막상 국소마취된 환부는 통증과는 무관합니다. 감각이 없는데 아플 턱이 없죠. 공포는 감각과 관계합니다. 환부가 잠든 사이, 하필 입 주변에 모여 살던 감각 오총사의 수난극은 시작됩니다. 가지런히 도열된 금속 치료도구와 만나고(시각) 드릴 소리에 떨고(청각) 소독약 냄새에 노출되고(후각) 때론 그걸 삼켜야 하고(미각) 구강을 헤집는 금속성을 느껴야 하는(촉각). 치과공포증에 대처하려는 일각의 개선 의지는 클래식 음악, 아로마 향수, 급기야 영화 상영으로 반영된다던데, 결국 오감의 긴장을 분산시킬 전략이지요. 하지만 공포란 종래 치과가 심어준 무시무시한 총체적 감각 공포 기억의 지시는 받는지라, 치과 딜레마는 계속될밖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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