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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목걸이 열쇠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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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0-08-02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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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종이나라



지하철 동대입구역 3번 출구를 나오면 ‘종이나라 빌딩’이라는 이상한 이름의 건물이 보인다. 이름을 제외하고는 그리 튀지 않는 이 평범한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갑자기 자신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된 기분을 느낄 것이다. 1, 2층은 종이공예를 위한 온갖 재료가 진열된 서울핸즈 매장이다. 색종이 몇 가지 정도를 판매한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갖가지 한지와 인형재료, 액세서리에 이르기까지 “이걸 다 어디에 쓰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물건들이 있다. 이 빌딩의 백미는 3층에 있는 ‘종이미술박물관’이다. 종이공예품을 발굴하고 연구하여 종이조형예술을 건전한 사회생활 문화로 발전시키기 위해 91년 창립된 한국종이문화원(02-2264-4561)이 각종 전시회를 주최하는 곳이다. 약 2만여명에 이르는 회원들이 만든 공예품 중 공모전을 통해 선발된 우수작들을 전시한다. 현재 ‘닥종이인형 풍속놀이 한마당’을 전시하고 있고, 이 전시가 끝나면 ‘종이조형작품 전국 순회전’을 개최할 예정이다. 전시장 안에 있는 각종 닥종이인형을 보면 감탄을 금치 못할 것이다. 팽이치기, 제기차기, 탈춤 등 정감어린 한국 풍속을 제대로 그려냈을 뿐 아니라 세부묘사도 탁월하여 ‘일반인’들이 만들었다는 것이 도저히 믿기지 않을 정도다. 이지영 교육기획실장은 3년 정도의 교육이면 이런 작품들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종이공예를 단순히 색종이나 접는 것으로 여기면 곤란하다. 종이를 잘게 찢어 풀을 섞어서 입체 조형을 만드는 ‘지호공예’, 헌 종이를 썰어서 꼬아 만드는 ‘지승공예’, 질 좋은 한지를 찢거나 잘라 붙이는 ‘한지그림’ 등 만드는 방법이 천차만별이다. 썰렁한 그림 액자를 거실에 걸어놓는 것보다 이런 공예품들을 선반에 늘어놓으면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고, 종이 재활용도 가능하다.

한국종이문화원은 회원을 대상으로 지속적인 교육을 해오고 있다. 적은 수강료와 재료비를 내면 기초부터 철저한 실습과정을 통해 익힐 수 있다. 문화원에 문의하면 바로 가입이 가능하다. 현재는 주부들이 회원의 대다수를 차지하지만, 차차 남자회원들의 수도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종이공예, DIY의 또다른 가능성이다.

유현산 기자bretol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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