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이정의 사물보기]
▣ 반이정/ 미술평론가 http://dogstylist.com
우리는 필시 두툼한 경호장벽에 둘러싸여 살아갑니다. 맨바닥을 깔고 앉은 전경의 5열 종대를 비켜 보행하며, 행사장 진입에 앞서 안전요원의 출입통제와도 직면합니다. 일간지 연예란에, 꽃미남 문정혁의 안면을 가린 의전 경호원에게 불평하지도 않습니다. 오죽하면 요원들이 제압한 영화 <매트릭스> 속편에서, 셀 수 없이 복제된 스미스 요원들(many me’s) 앞에선 불평은 고사하고 탄성을 내지르지 않았습니까! 스미스 요원으로 압축되는 캐릭터, 즉 단정한 머리, 구김 없는 정장, 늠름한 체구는 든든함 그 자체를 의미했고, 검은 색안경과 돼지꼬리 이어폰은 신비감에 일조합니다. 안전요원을 둘러싼 가공된 판타지 덕에 의뢰인과 요원 사이의 로맨스를 다룬 픽션은 어딜 가도 흥행입니다. 하지만 이들의 호위 대상이 정작 ‘누구’인지 살피십시오. 검은 양복 부대의 정점에는 VIP가 놓입니다. 단 한 명의 남다른 인생을 수비하는 100명의 경호직원에 비해, 평균인의 안전은 100가구를 단 한 명(아파트 경비)이 지켜내야 합니다.

(사진/ 한겨레 강재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