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노래꾼의 시에 대한 맛깔스런 보고서 <백창우 시를 노래하다>
64편에 얽힌 자신의 사연과 감상, 직접 만든 노래는 CD로 즐긴다 ▣ 정일근/ 시인·시노래모임 ‘나팔꽃’ 동인 작곡가며 노래꾼답지 않게 백창우는 시를 읽는 내공이 깊은 고수다. 이번에 나온 두툼한 <백창우 시를 노래하다 1, 2>(우리교육 펴냄)가 그 증거다. 스스로 ‘예측불허 사람’으로 생각하는 백창우가 그동안 읽은 시와 시집 중에서 64편의 시를 골라서 4개의 음반과 2권의 책으로 냈다. “시 속의 글자가 날아올랐다”
거기다 64편에 들어가지는 못했지만 차마 외면하기 마음 아팠던 미수록 작품을 수록한 보너스 음반과 전곡의 악보를 수록한 악보집까지 함께 담아 누가 받아도 두툼해서 기분 좋은 ‘예측불허의 송년선물’을 만들어냈다. 책과 CD가 결합한 ‘북CD’인 백창우의 선물에서 CD에 담긴 노래는 ‘시노래’란 정의를 내릴 수 있지만, 백창우가 쓴 책은 규정할 수 없는 독립 장르다. 자신이 읽고 작곡한 64편의 시에 대해 기록한 그의 글은 시에 대한 비평도 아니고 수필도 아니고 독후감도 아니고 자서전도 아니고 작곡노트도 아니지만 그것들이 모두 합쳐져서 만들어진 ‘백창우식의’ 맛깔나는 책이다. 이 북CD의 1권에는 일제시대 시인, 요절시인, 월북시인들의 시로 32곡의 시노래를 새겨놓았고, 2권에는 현대시인의 시로 32곡의 시노래를 빚어놓았다. 64곡의 노래를 만드는 큰 작업도 부족해서 한편 한편의 시마다 자신의 이야기를 때로는 깊은 사유로 때로는 재미있게 풀어놓았다. 따라서 <백창우 시를 노래하다 1, 2>는 백창우가 어린 시절부터 지금껏 읽는 한국 대표시를 선별해서 만든 64편의 시가 수록된 시선집인 동시에 그것들을 모두 노래로 만든 예술작품이다. 1권엔 32편의 시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기 전에 자전적인 에세이 ‘헌책방’ ‘시시한 날’ ‘시계’ ‘바둑’ ‘버릇’ ‘수첩’ ‘기타’ 등 7편의 글을 수록해 눈길을 끈다. 나는 3년 전부터 백창우와 ‘시노래 모임 나팔꽃 동인’을 하며 알고 지내지만, 그는 서울 사는 나팔꽃의 주류 동인이고 나는 지방에 사는 비판적 비주류 동인이기에 속내를 털어놓고 시큼한 김치 내음이 나는 살아온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별로 없었다. (나는 오랫동안 그가 결혼하지 않은 줄 알았다. 한번은 울산에 ‘굴렁쇠 아이들’을 끌고 공연 왔는데 그의 딸아이를 소개해줘 그가 장가를 간 것을 알았다.)
나는 그 7편의 글을 먼저 읽고 백창우를 알게 되었다. 그의 글에 따르면 백창우는 ‘서너 살 때 길 위에서 한글을 뗀 천재’였다. 그러나 그 천재가 만화책과 <선데이 서울>을 읽고 값싼 삼중당 문고만 사서 읽으며 문학에 눈을 뜨다가 급기야 등록금 고지서를 교회 ‘가리방’으로 위조해 착복한 돈으로 헌책방에서 운명처럼 문학을 만나면서 비로소 ‘사람’이 되었다.
책을 사서 ‘한 글자도 빼놓지 않고’ 읽으면서 그는 문학과 친구가 되었고, 중학교 3학년 때 누나가 사준 클래식 기타로 하여 음악과 친구가 되었다.
백창우의 글에 아주 중요한 기록이 있다. 그가 중학교 3학년 때 선물받은 기타로 한용운, 윤동주, 김소월의 시에 음을 붙였다는 고백이다. 그리고 그는 이렇게 빛나는 문장으로 그 시절을 기록하고 있다. “시 속의 글자 하나하나가 날아올랐다. 나는 새로운 세상을 알게 되었다.”
중학교 3학년 때 시와 노래를 만나게 한 백창우의 작업은 이후 그를 4권의 시집을 낸 시인으로, 2천여 곡을 작곡한 작곡가로, 시를 노래하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가객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이번에 그동안의 작업에 새로운 획을 긋는,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기념비적 성과인 북CD를 내게 된 것이다.
백창우의 시읽기는 가히 전방위적이다. 1권에는 1930, 40년대 일제시대를 살다간 시인인 윤동주, 이상, 이한직, 김소월, 김영랑, 김상용, 박용철, 김해강, 이원수, 한용운, 이상화, 변영로, 김광순, 심훈, 이육사, 그 시대 무명시인들과 월북시인인 이병철, 함형수, 조운, 정지용, 백석, 오장환, 윤복진 등의 시를 읽고 노래를 만들었다. 또 요절한 시인들에 대한 애정도 남달라 기형도, 이장희, 김수영, 신동엽, 고정희, 김관식, 박정만의 시를 묘비명처럼 노래로 남겼다.
참여한 가수들도 만만치 않아
2권에는 대중가요 속에 숨은 시와 민중가요 속에 숨은 시에 대한 그의 글과 고은, 신경림, 민영 등 원로에서부터 김지하, 이성복, 강은교, 황지우, 백무산, 곽재구 등 한국 시단을 대표하는 시인들의 시와 정희성, 김용택, 정호승, 도종환, 정일근, 안도현, 나희덕 등 나팔꽃 동인들의 시 32편을 백창우식으로 읽고 있다.
특히 2권의 말미에 백창우는 ‘나를 키운 것의 절반쯤은 시와 노래였다’고 고백하고 있는데, 그가 고집스럽게 시노래 작업을 하는 이유를 ‘이 세상이 아름다운 건, 이 세상 어딘가에 시가 숨어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64곡의 시노래에 참여한 가수들도 만만찮다. 정태춘, 권진원, 장사익, 뚜아에무아, 김용우 등이 초대가수로, 백창우를 비롯해 김원중, 김현성, 한보리, 홍순관 등 나팔꽃 동인들과 굴렁쇠 아이들이 레귤러로 참여했다.
요즘처럼 눈 많은 겨울밤엔 음반에 담긴 노래를 먼저 한 곡 듣고 그 노래에 대한 백창우의 맛있는 글도 읽고, 부록으로 들어 있는 악보를 보며 시노래들을 가족들이 다 함께 따라 불러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연말연시에 이처럼 문화적인 선물이 있을까 싶다.
64편에 얽힌 자신의 사연과 감상, 직접 만든 노래는 CD로 즐긴다 ▣ 정일근/ 시인·시노래모임 ‘나팔꽃’ 동인 작곡가며 노래꾼답지 않게 백창우는 시를 읽는 내공이 깊은 고수다. 이번에 나온 두툼한 <백창우 시를 노래하다 1, 2>(우리교육 펴냄)가 그 증거다. 스스로 ‘예측불허 사람’으로 생각하는 백창우가 그동안 읽은 시와 시집 중에서 64편의 시를 골라서 4개의 음반과 2권의 책으로 냈다. “시 속의 글자가 날아올랐다”
거기다 64편에 들어가지는 못했지만 차마 외면하기 마음 아팠던 미수록 작품을 수록한 보너스 음반과 전곡의 악보를 수록한 악보집까지 함께 담아 누가 받아도 두툼해서 기분 좋은 ‘예측불허의 송년선물’을 만들어냈다. 책과 CD가 결합한 ‘북CD’인 백창우의 선물에서 CD에 담긴 노래는 ‘시노래’란 정의를 내릴 수 있지만, 백창우가 쓴 책은 규정할 수 없는 독립 장르다. 자신이 읽고 작곡한 64편의 시에 대해 기록한 그의 글은 시에 대한 비평도 아니고 수필도 아니고 독후감도 아니고 자서전도 아니고 작곡노트도 아니지만 그것들이 모두 합쳐져서 만들어진 ‘백창우식의’ 맛깔나는 책이다. 이 북CD의 1권에는 일제시대 시인, 요절시인, 월북시인들의 시로 32곡의 시노래를 새겨놓았고, 2권에는 현대시인의 시로 32곡의 시노래를 빚어놓았다. 64곡의 노래를 만드는 큰 작업도 부족해서 한편 한편의 시마다 자신의 이야기를 때로는 깊은 사유로 때로는 재미있게 풀어놓았다. 따라서 <백창우 시를 노래하다 1, 2>는 백창우가 어린 시절부터 지금껏 읽는 한국 대표시를 선별해서 만든 64편의 시가 수록된 시선집인 동시에 그것들을 모두 노래로 만든 예술작품이다. 1권엔 32편의 시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기 전에 자전적인 에세이 ‘헌책방’ ‘시시한 날’ ‘시계’ ‘바둑’ ‘버릇’ ‘수첩’ ‘기타’ 등 7편의 글을 수록해 눈길을 끈다. 나는 3년 전부터 백창우와 ‘시노래 모임 나팔꽃 동인’을 하며 알고 지내지만, 그는 서울 사는 나팔꽃의 주류 동인이고 나는 지방에 사는 비판적 비주류 동인이기에 속내를 털어놓고 시큼한 김치 내음이 나는 살아온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별로 없었다. (나는 오랫동안 그가 결혼하지 않은 줄 알았다. 한번은 울산에 ‘굴렁쇠 아이들’을 끌고 공연 왔는데 그의 딸아이를 소개해줘 그가 장가를 간 것을 알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