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이정의 사물보기]
▣ 반이정/ 미술평론가 http://dogstylist.com
토종깨나 밝히는 민족성이지만, 곰곰이 따지면 상당수 기호식품의 원산지는 자장과 라면이 웅변하듯 ‘안’ 토종입니다. 오늘은 라면 얘기 좀 할까요. 라면의 주성분은 일견 튀긴 면과 화학 스프뿐이나, 제조 목적에 부합하듯 라면 철학의 본질은 신속·저렴·편리 등입니다. 하지만 스포츠 영웅의 신화가 덧씌워진 라면은 일종의 역경과 고난의 십자가를 짊어지기도 합니다. 육상선수 임춘애와 라면이 동시 연상되던 시절조차 있었을 만큼. 이같은 경이로운 연상 작용에도 ‘임춘애 라면’이 출시 안 된 이유는, 그것이 금메달의 영광보다 비루한 끼니와 근친한 까닭이겠죠. 그러니 잘못 울린 경보에 사재기에서, 가공식품 분야 선호도에서, 죄다 석권한 우리의 영원한 친구 라면군은 끽해야 퉁퉁 불은 명예로 위안을 삼곤 합니다. 한때 연말 불우이웃 돕기 기념사진의 정형성은 부피 큰 선물 상자가 정중앙에 들어차는 것으로 요약되는데, 세상에서 제일 뽀대나는 선행의 증표 앞에 노련한 양로원 노인들은 나직이 읊조렸답니다. “또 라면이군.”

(사진/ 윤운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