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이정/ 미술평론가 http://dogstylist.com
나고 자란 곳을 뜻하는 생가(生家)는 만인에게 단지 유년의 요람일 뿐입니다. 잦은 이사와 진학, 낯선 인맥 그리고 실타래처럼 얽힌 성장기는 일찌감치 생가를 등지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소수정예 인생들에게 그곳은 생전의 영예와 업적에 깊이 연관된 처소인 양 대우받습니다. 생가보존사업이란 떠난 자들이 한시적으로 거주했을 비루한 초가나 전근대적 다세대 주택을 기념관으로 격상시키는 남은 자들의 기획입니다. 위인의 됨됨이는 생가의 누추함 덕에 빛을 보기도 합니다. 진흙에서 피어난 연꽃의 논리랄까요. 그 상징적 사례가 예수의 생가, 마구간일 테지요. 또 생가 보존은 스타에 대한 기념과 추모의 의미보다, 사라진 명성의 박제화가 불러올 부가가치와 이해관계를 맺습니다. 보도자료식 표현을 빌리면 ‘관광 명소화를 통한 지역 경제 활성’입니다. 망자의 유명세로 동향 사람도 득 좀 보자는 변형된 지연주의입니다. 잘츠부르크에선 초콜릿조차 모차르트 이름을 가져다 붙인다나요. 고전주의 작곡가를 위한 예우일까요, 관광객을 위한 상혼일까요.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