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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기이한 유니폼, 세일러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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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1-24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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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이정/ 미술평론가 http://dogstylist.com

본디 고삐 풀린 사춘기의 예측불허를 감시할 양 고안된 장치가 교복 문화입니다. 교복 착의는 통제권 내 진입을, 탈의는 그 굴레에서의 이탈을 기호화합니다. ‘신성한’ 졸업식 날 동병상련 3년지기에게 자행되는 무자비한 폭행 역시 그것이 상징하는 견제와 감시에 대한 응징으로 해석해야 합니다. 교복은 실제 착용자보다 외부 관찰자와 더 많이 연루돼온 기이한 유니폼입니다. 간호사, 치어걸과 함께 ‘영계 이데올로기’ 유혹 삼종세트 중 으뜸인 스쿨 걸! 성년 여가수의 섹스 어필이 시험되는 제일 높은 진입장벽 역시 세일러복 소화 능력입니다. 체크무늬 주름치마, 루즈 삭스에 단화 착용은 기본. 거기에 안대(眼帶)가 추가될 때 전세계 아저씨의 코스튬 판타지는 총궐기합니다. 심지어 노팬티 세일러복 스타로 도널드 덕이 지목되는 김새는 농이 오간 적도 있습니다. 풍기문란의 가장 손쉬운 단속 수단이자, 금기된 욕망의 공공연한 소비 대상인 스쿨 걸의 양면성은, 넘실대는 욕망의 바다가 비좁은 윤리의 찻잔에 담겨 있는 아슬아슬한 광경에 다름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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