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속의 세계
정수일 지음, 창비(031-955-3363) 펴냄, 전 2권, 각권 1만3천원
저자가 <한겨레>에 연재한 글을 고치고 더해서 펴냈다. 문명교류학에 학문적 열정을 바친 저자는 이 책에서 문명교류를 통해 세계가 한국에 미친 영향, 한국의 유물에 남겨진 문명교류의 흔적을 추적한다. 이전 이야기와 기조는 동일하되 접근법은 정반대인 셈이다. 처용이 외래인이라는 이야기부터 신석기시대 빗살무늬토기가 서부 시베리아와 동일하다는 것까지 세계사 속에 국사를 자리잡게 한다. ‘고요한 아침의 나라’라고 스스로를 고립시키며 한국 세계 최초만 번득이는 국사에 무엇이 부족한지를 깨닫게 한다.
페미니즘의 도전
정희진 지음, 교양인(02-2266-2776) 펴냄, 1만2천원
최근 2년간 <당대비평> <인물과 사상> <한겨레> 등 각종 매체에 기고한 글을 묶었다. 출처는 다르지만 한국 사회에서 논란이 됐던 여러 이슈를 여성의 시각에서 재해석한 점은 일관된다. 저자는 여성주의가 침묵하고 입장 차이를 보였던 것에 대해서도 솔직하다. 그럴 때마다 저자는 더 약자를 대변하려 애쓴다. 통상의 여성주의자들이 자신의 이익을 좇으려는 게 아닌 점은 다음과 같은 자기 고백에서 명확하다. “여성주의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지 않는다. 더욱이 편할 수는 없다.”
문명의 붕괴 COLLAPSE
재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강주헌 옮김, 김영사(02-745-4823) 펴냄, 2만8900원
<총·균·쇠>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저자의 최신작. 부제는 ‘과거의 위대했던 문명은 왜 몰랐했는가’. 이에 대해서 저자는 다섯 가지를 내세운다. 환경 파괴, 기후 변화, 적대적 이웃, 우호적 이웃의 지원 감소, 사회에 닥친 문제에 대한 주민의 반응. 이를 ‘비교방법론’으로 검토한 뒤, 현재 이런 붕괴의 위기를 보이는 국가를 분석한다. 788쪽에 이르는 초대작이지만 ‘인간의 원죄’를 되풀이해 속삭이는 종교와 다를 바 없어 보이고, 환경주의자들의 ‘인류의 종말’이라는 섬뜩한 경고와도 별로 다르지 않다.
이데아의 동굴
호세 카를로스 소모사 지음, 김상유 옮김, 민음사(02-515-2000) 펴냄, 1만원
<이데아의 동굴>의 외양은 고대 그리스 소설 <이데아의 동굴>다. 트라마코사라는 미소년이 갈기갈기 찢긴 주검으로 발견되고 이 사건을 푸는 데 헤라클레스가 가담한다. 소년의 이중생활이 밝혀지고 밀교와 그 집회도 서서히 드러난다. 하지만 이 소설은 역주를 단단히 볼 필요가 있다. 본문의 바깥 역주로 간간이 신변을 드러내던 번역자에게 이상한 일들이 벌어진다. 번역이 바뀌고 누군가 자신을 바라보는 시건을 느끼고 급기야 납치당한다. 결국 이 텍스트 안팎의 이야기는 합쳐지고 역주로 소설을 끝맺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