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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예술 경영, 겉치장은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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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1-10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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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티켓 한 장 대신 ‘아카펠라 부르기’ 즐긴 고양시청 공무원들
풍류일가 ‘팀버튼 프로그램’의 음악·댄스·마술로 조직에 예술 마인드를

▣ 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근래에 기업들이 문화예술에 아낌없이 베푸는 듯한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대형 빌딩을 세우면서 장식용 미술작품을 필수적으로 설치하고, 지명도 높은 공연을 재정적으로 후원하면서 전단지에 이름을 새기기도 한다. 기업이 문화예술계의 ‘스폰서’ 구실을 하는 것이다. 일부 기업은 갤러리 형식의 휴식 공간을 조성하고 유명 아티스트 초청 공연을 마련하기도 한다. 이런 움직임은 평가받기에 충분하지만 속내를 살펴보면 문화적 마인드와 한참 떨어진 경우가 많다. 기업 경영에 예술의 장점을 접목한 ‘예술 경영’을 내세우면서도 조직 내부는 문화와 담을 쌓기도 한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마케팅 차원에서 문화예술을 지원한다. 뭔가 대가를 바라는 게 있다는 말이다. 심미적인 문화예술과 실질적인 기업경영의 ‘어색한 만남’이 지속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아무리 문화관광부가 기업과 문화예술 부문의 지속적인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기업과 예술의 만남’을 추진해도 ‘기업에 문화를, 예술에 활력을’이라는 구호를 뒷받침할 교류 프로그램이 마련되지 않으면 헛일이다. 이를 위해선 일사불란을 미덕으로 여기며 획일적인 조직문화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기업이나 기관의 관행이 바뀌어야 한다. 지금 조직 내부에 문화의 씨앗을 뿌리려는 움직임이 절실한 셈이다.


창의적 비즈니스 파워를 위하여

그런 의미에서 문화마케팅 프로덕션 ‘풍류일가’(www.lutain.co.kr)에서 내놓은 ‘팀버튼’(Team Button) 프로그램을 주목해볼 만하다. 음악과 댄스, 마술 등 문화예술을 활용해 팀원들의 재기발랄하고 자유로운 능력을 개발하는 이 프로그램은 조직문화에 예술적 마인드를 접목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이 프로그램을 준비한 풍류일가의 송희경 팀장은 “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 이뤄지는 대부분의 교육 프로그램은 강연회 형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여기에서 자유롭고 창의적인 비즈니스 파워를 기대하기 힘들다. 서로의 개성을 발휘하는 조화로운 문화 교육을 실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기업과 기관의 교육이 문화적으로 거듭나고 있다. 경기도 고양시청 직원들이 아카펠라를 부르며 팀워크를 향상시키는 '풍류일가' 의 '뮤직버튼'에 참가했다.

이미 음악버튼으로 개발된 아카펠라를 활용한 팀워크 향상 프로그램 시연이 이뤄졌다. 지난 25일 고양시청의 혁신연수 프로그램이 아카펠라 교육장으로 탈바꿈했다. 이날 200여 명의 공무원들은 불과 1시간여 동안 연습한 뒤에 팀별로 영화 <라이언 킹>의 주제가인 <사자는 오늘밤 잠들었네>(The Lion Sleeps Tonight)를 아카펠라로 멋들어지게 부르는 놀라운 광경을 연출했다. 물론 전문 강사의 지도를 받더라도 짧은 시간에 아카펠라 기본기를 익히면서 파트별로 화음을 완벽하게 소화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즐겁게 참여해 재밌게 체험하는 프로그램이 뒷받침됐기에 분위기를 한껏 살릴 수 있었다.

이날 국내에서 처음으로 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아카펠라 문화교육 ‘수강생’들도 흡족해했다. 매달 이뤄지는 공무원 교육에 문화체험을 도입한 고양시청 총무과 혁신분권팀 박성식씨는 “일방적으로 이뤄지는 특강은 내용이 좋아도 식상해한다. 교육 참가자들의 반응이 좋아 1년에 2, 3회 추진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비공개 설문조사에서 참가자들은 ‘직원들의 의사소통 방법에 활용 가능하다’거나 ‘가장 기억에 남을 교육이었다’는 식으로 호의적인 평가를 내렸다. 이렇게 기업이나 기관들이 문화적으로 소통하는 내부 분위기를 만들면 문화예술 단체와의 연대도 깊어질 수 있다.

그동안 이뤄진 기업의 메세나(문화·예술·스포츠 등 지원활동)는 최고경영자의 의지에 따라 이뤄졌다. 그렇다 보니 기업이나 기관의 구성원들이 문화예술 활동을 체험하는 데까지 나아가지 못했다. 기껏해야 공연 티켓 한두 장 챙기는 정도였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과 문화의 만남이 이뤄진다 해도 의미 있는 결연 시스템을 모색하기는 힘들다. 이제라도 예술 경영이 열매를 맺으려면 조직 내부의 문화적 결속을 다져나가야 한다. 앞으로 풍류일가의 문화를 활용한 팀워크 향상 프로그램이 얼마나 조직문화를 창의적으로 바꿀 수 있을지 궁금하다. 일단 기업과 기관을 바꾸는 문화적 활력을 기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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