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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남성용 란제리 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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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1-10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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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이정/ 미술평론가 http://dogstylist.com

‘이 기회를 놓치면 평생 후회할’ 홈쇼핑 품목 중, 여성 속옷은 과감한 판촉으로 유명합니다. 일개 내의를 불후의 명작으로 상찬하는 슬립 차림 쇼핑 호스트의 장황한 호들갑도 용어 두 개로 환원됩니다. 결국 볼륨과 자부심이죠. 전자는 구체적이고 후자는 추상적이나 광고에선 정반대로 인용됩니다. 이를테면 ‘아찔한 볼륨의 저중심 브라’ 또는 ‘진정한 자부심을 입어달라’는 식이죠. 또 재밌는 사실은 주 소비층이 필시 여성일진대, 주 시청층은 남성일 거라는 추론입니다. 방송 시간대도 ‘뼈와 살이 타는’ 심야 편성인 걸로 보아, 무대 위로 조명받고 도열한 9등신 러시아 언니에게 현혹된 동양 남성의 쌈지를 노린 전략이 아닌가 싶다는 거죠. 하나 판타지란 자고로 깨지라고 존재해왔잖습니까? 조명도 무대도 없이 벌건 대낮에 배송 온 제품을 착용한 뒤 마주 본 커플은, 서양 언니의 가터벨트가 한국 체형에선 별 호소력을 확보 못한다는 구슬픈 진실에 직면하고 말 겁니다. 잦은 낭패에도 새벽 2시는 란제리가 남성 손님을 맞는 타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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