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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삼선 슬리퍼 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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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1-03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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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이정/ 미술평론가 http://dogstylist.com

전국 일선 학교, 고시원, 거기에 오만 가지 사무실의 개별 구성원의 발바닥을 하나로 엮어주는 것이 있으니, 가히 실내화의 천하통일이라 이를 법한 삼선 슬리퍼 네트워크입니다. 본디 다국적 유명 스포츠 브랜드 ‘아’사(社)의 고유 로고인 삼선을 로열티 없이 무단 사용하고도 생존한 무서운 슬리퍼입니다. 항간에선 이를 빗대어 ‘삼디다스’라는 애칭까지 붙여줬을 정도지요. 삼선 슬리퍼는 단순합니다. 군청색 본체에 흰 줄 셋을 두른 게 전붑니다. 올 초 젤리슈즈라는 대항군을 만났지만 부동의 1위 자리를 내주진 않았습니다. 세칭 삼디다스의 본의 아닌 대리 홍보에 감사는 고사하고 ‘아’사는 급기야 자사 삼선 슬리퍼의 차별화로 맞대응했는데, 코르크로 밑창 깔고 삼선에 은색, 핑크색 올린 뒤, 내놓은 소매가는 삼디다스의 정확히 10배! 그러자 창의적인 삼디다스 마니아는 흰 줄 위에 채색을 시작했습니다. 튀지 않고 중간은 가는 이들의 철학 덕에 전국 발바닥이 획일화된 요즘, 나는 이렇게 묻고 싶습니다. “이제 좀 딴 거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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