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이정/ 미술평론가 http://dogstylist.com
쓰임새로 치면 그저 미물일 따름인 냅킨은 그 정의와 용도 면에서 참으로 종잡기 힘든 발명품입니다. 성경 사전 가라사대, 냅킨의 원조는 얼굴의 땀을 씻는 천, 돈을 담는 보자기, 머리 싸는 두건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했거늘 정작 오늘날의 형태를 갖춘 건 16세기 유럽에 개인용 포크가 보급된 직후라는 설이 있습니다. 그 뒤 일종의 식탁 매너의 지표로 동물과 꽃 모양으로 호사스레 조립된 냅킨이 테이블 중앙을 차지했고, 입과 손을 닦던 냅킨은 장식에만 복무하는 고상한 지위에도 오릅니다. 기발한 냅킨 아이디어로 수억을 챙겼다는 항간의 소문도 들리건만 이건 어디까지나 잘나가는 녀석들 이야깁니다. 현실 속 서민 냅킨의 표정은 그저 절반으로 대충 접힌 정육면체 표백종이일 따름입니다. 흡수력도 형편없어 음식물을 씻어내기엔 너무 반질반질합니다. 때문에 신속한 메모지 대용으로, 또는 음식점 찜찜한 식탁 위에 ‘기분 위생학상’ 깔아두는 수저받침용으로 투입된 지도 오래입니다. 냅킨 사이에도 실은 계급이 있었던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