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겨레21 ·
  • 씨네21 ·
  • 이코노미인사이트 ·
  • 하니누리
표지이야기

집단 극기 훈련소, 공중화장실

580
등록 : 2005-10-13 00:00 수정 :

크게 작게

▣ 반이정/ 미술평론가 http://dogstylist.com

(사진/ 한겨레 김봉규 기자)

망실된 잠금장치, 동이 난 휴지, 진동하는 구린내와 용변이 쌓인 변기 거기에 성분 미상의 액체로 흥건한 바닥. 해우소를 표방함에도 공중화장실은 심호흡 크게 하고 입장해야 하는 극기 훈련소입니다. 공중화장실이 요구하는 인내는 흡사 개인이 군중의 일원에 포함될 때 포기를 강요받는 프라이버시의 일종처럼 이해될 법합니다. 사생활의 영역 밖에서 생리적 욕구에 직면한 개인은 공중화장실 안에 모여 단 하나의 신성한 목적을 향해, 대기자를 뒤로 한 채 아랫도리를 주저 없이 내리거나, 요란한 배설 독주곡을 연주 혹은 청취해야 합니다. 불과 몇해 전부터 시작된 낙후된 화장실 문화에의 뒤늦은 자성은 내부 구성원의 불편보다는 급증하는 외국 여행객 유치를 위해 ‘청결한 관광 한국의 이미지’라는 외교적 요구가 반영된 결과 같습니다. 그런 전후 사정 따질 거 없이 덕분에 자국민의 복지도 향상됐으니 다 좋습니다. 다만 볼일 볼 적마다 마주하는 오늘의 명언만큼은 안 봤으면 합니다. 심오한 인생철학 앞에 나오던 게 들어갑니다.



좋은 언론을 향한 동행,
한겨레를 후원해 주세요
한겨레는 독자의 신뢰를 바탕으로 취재하고 보도합니다.

반이정의 사물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