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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재래시장, 빛바랜 민생 탐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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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0-06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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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이정/ 미술평론가 http://dogstylist.com

(사진/ 한겨레 김봉규 기자)

쇠락하는 재래시장은 실물경제의 지표이기보단, 정치와 미디어가 만든 가설 무대입니다. 그곳은 선거 유세와 정치적 난국 돌파용으로 임의 변경된 ‘민생 탐방’의 한시적 명승지입니다. 재래시장 활성화의 필요성과는 별개로 이미 민생과 민심은 재래시장을 떠난 지 오래입니다. 무질서한 좌판, 고약한 냄새, 우중충한 실내와는 극명히 대조되는 쾌적한 인테리어와 정렬된 품목, 거기에 폭탄 세일까지 수시로 터지니 대형 할인마트로 민심이 피신하는 건 불가항력입니다. ‘사람 냄새’ 운운하는 재래시장의 빛바랜 공략도 먹힐 턱이 없지요. 이런 변화에도 재래시장은 변치 않는 민생 탐방의 주무대로 각광받습니다. 이유는 아마도 두 가지. 하나는 지난 구태 정치가 물려준 제스처를 반성 없이 계승한 결과. 다른 하나는 실정을 거듭한 정치인이 시장바닥을 무대 삼아 대국민 위안쇼를 벌이는 것. 그렇지 않고선 흙 묻은 오이를 과감히 삼키는 엽기쇼와, 안부 묻다 상인에게 면박당하는 무안쇼가 매해 반복될 턱이 없죠. 바보가 아니고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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