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야 나오너라 미래로 가자
등록 : 2005-10-06 00:00 수정 :
고갈되는 화석연료를 대체할 유력한 대안, 어떻게 생산할 것인가
미생물·광촉매·열화학적 방법 등 연구되고 있으나 갈 길은 멀어
▣ 김종원/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프론티어 수소에너지사업단장 jwkim@kier.re.kr
화석연료 덕분에 급속한 경제발전을 이뤄왔다. 그런데 화석연료에서 비롯된 이산화탄소 배출로 인한 지구온난화, 화석연료에의 지나친 의존에 따른 자원 고갈과 수급 불안 우려 등으로 탈출구를 찾아내야만 상황에 이르렀다. 우리나라에 화석자원 매장량이 거의 없다는 ‘우연한 사실’로 우리 에너지 사정은 그 어느 나라보다 절박하다. 중동의 정세에도, 멕시코만의 허리케인에도 촉각을 세워야 한다. 높은 경제 성장을 구가하는 중국의 에너지 사용량 증가 추세도 우려해야 한다. 이미 배럴당 원유 가격이 60달러를 넘어선 지금, 조만간 배럴당 100달러가 넘을 것이라는 예측도 결코 허구처럼 들리지 않는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 위치한 생물학적 수소 생산 시스템. 여기에서는 홍색 세균 등의 유기물과 태양에너지를 이용하여 수소를 생산한다.
인위적 광합성으로 수소 발생?
정말로 깨끗하고도 고갈 우려가 없이 풍부한 에너지가 있을까. 유력한 대안 가운데 하나가 수소라는 데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다. 제러미 리프킨은 <수소경제>(The Hydrogen Economy, 2002)라는 저서에서 세계 경제의 미래를 ‘수소에너지 체제’라고 선언했다. 수소는 태우고 나면 필요한 에너지(전기나 열)를 주면서도 발생되는 부산물은 물밖에 없다. 문제는 풍부하기는 한데 단독으로는 거의 존재하지 않고 물이나 유기화합물 형태로 존재한다는 데 있다. 수소는 상온, 상압에서 기체이기는 하나 공기 중에는 겨우 1천만분의 5가량 포함돼 있을 뿐이다. 우선 수소가 물이나 유기화합물로부터 에너지를 소비해야 얻을 수 있는, 전기와 같은 에너지 매체(energy carrier)라는 사실부터 인식해야 한다. 화석연료가 장기간에 걸쳐 농축 저장된 태양에너지의 한 형태라고 한다면, 수소 역시 풍부한 태양에너지의 유용한 저장수단이다.
물이나 태양빛 모두 재생 가능한 값싼 자원이다. 태양빛을 에너지로 삼아 물을 분해해 청정연료인 수소를 생산·이용하자는 것이 과학자의 꿈이다. 이것을 이루려면 세 가지 기본 요건이 충족돼야 한다. 우선 태양빛을 효율적으로 흡수해서 빛을 흡수하는 물질(이를테면 광촉매) 내에서 여기(excitation)된 전자(electron) 상태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 다음은 화학적 또는 전기적인 형태 어느 것이든 일(작용)을 하기 위해서는 광여기된 전자와 정공(hole)이 재결합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광여기된 전하(charge)가 물 분해와 같은, 원하는 화학물질로 전환될 수 있어야 한다. 이 모든 조건을 만족시키는 방법을 찾는 일이 과학자에게 남겨진 숙제다.
현재 수소의 미래 기술로 관심을 끌고 있는 것으로는 미생물이나 광촉매를 이용하거나 열화학적으로 물을 분해하는 기술이 있다. 이들은 물을 쪼개는 데 필수적인 산화·환원 반응 과정이 효율적이어야 한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녹색식물은 태양에너지를 이용해 이산화탄소와 물을 산소와 탄화수소 화합물로 바꾸는 과정에서 수소이온(H+)을 만드는데, 수소생산효소(hydrogenase)가 존재하는 미생물인 경우에는 수소이온을 환원시켜 수소를 발생하게 해준다. 수소생산효소는 금속이온을 가진 대표적인 효소인데, 가역적으로 이미 발생된 수소를 분해하기도 한다. 이것은 미생물이 생장하는 도중에 필요한 에너지 대사와 긴밀한 관련이 있으며, 산소는 수소발생효소의 작용을 방해한다.
광촉매에 인위적인 빛을 쬐여 수소를 발생시킬 수 있다.
식물은 태양빛이 주는 에너지의 1% 내외만을 전환할 뿐이며, 광합성을 하는 모든 미생물에 수소생산효소가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수소 생산을 현실화하려면 최적화된 인위적인 광합성 시스템이 필요하다. 즉, 미생물 내에서 일어나는 생체 내 시스템을 실험실에서 가동하게 한다거나(이때 필요한 수소생산효소는 인위적으로 합성), 발생되는 산소를 분리 제거해 수소 발생을 도와준다거나, 혹은 미생물의 에너지 대사 과정 중 수소를 소모하는 과정을 인위적으로 막아줘야 한다. 수소생산효소의 활성부위에는 금속이온인 니켈·철·셀레늄 등이 있어 효소 외부에서 내부로 전자를 옮겨 수소생산효소의 활성을 돕는다. 오랜 세월 진화하면서 선택된 방법이다. 미생물을 이용한 수소 생산 기술은 수소를 만드는 것 외에도 산소 발생, 공기 중 이산화탄소 고정, 식품공장 폐수나 음식쓰레기 같은 유기성 폐기물 처리, 의약품 등 부가가치가 높은 부산물 생산 등에 쓰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인공적인 방법인 광촉매 이용 기술은 반도체 개념을 응용한다. 반도체가 고온이 됨에 따라 전기전도도가 증가하는 것처럼, 빛을 쐬면 정공과 전자가 생기면서 비로소 광반응을 일으킬 힘을 갖게 된다. 외부회로를 연결해 전기를 얻으면 태양전지가 되고, 환원과 산화반응을 일으켜 화학에너지로 전환하면 광촉매가 된다. 문제는 태양빛의 43% 이상을 차지하는 가시광선에도 활성을 갖고 안정한 광촉매를 찾아내는 것이다. 만일 활성을 더욱 높이려면 수소생산효소에 쓰이는 금속 성분인 니켈 등을 반도체에 첨가하면 된다. 하지만 아직 수소 제조 관점에서는 효율이 상당히 낮은 게 현실이다. 가시광에도 활성을 갖는 광촉매는 수소 생산뿐만 아니라, 건물 외벽이나 자동차 내부의 오염 방지·살균·탈취 등의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어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국제협력으로 수소경제 앞당겨야
또 다른 수소 발생법으로는 열화학적 방법이 있다. 금속산화물의 산소가 떨어지면서 금속 혹은 산소가 결핍된 상태의 금속산화물로 변하는 과정을 이용하거나, 이들이 다시 물과 반응해 수소와 금속산화물로 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물로부터 수소와 산소를 만드는 기술이다. 여기에도 난관은 있다. 800도 이상의 고온이 필요하기에 태양광 집광장치 등을 이용해야 하며, 금속산화물과 같은 매개체를 활성이 좋으면서 오래가도록 만들어내는 게 관건이다. 이와 관련해 철·티타늄·망간·코발트 혹은 철과 니켈의 혼합 금속화합물 등이 후보물질로 연구되고 있다. 이미 미국·일본·스위스 등이 연구성과를 올리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금속산화물 소재와 시스템 개발에 나서고 있다.
수소생산 효소가 들어있는 반응기의 금속표면에 수소방울이 생성된 모습.
그 밖에도 광촉매와 생물학적 방법을 융합하는 방법도 거론되고 있다. 태양에너지의 흡수와 전자쌍의 생성은 광촉매가 맡고, 수소이온 환원(수소 생성)은 바이오 촉매가 맡아 효율을 개선하려는 것이다. 열화학적 방법에서도 금속산화물 환원 과정에 메탄을 투입해 반응온도를 낮추고 화학원료인 합성가스를 얻을 수 있는 방안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각각의 기술들이 경제성을 갖추려면 넘어야 할 장애가 많다. 하지만 화석연료 이후의 에너지 대책으로 풍부한 태양광과 물에 거는 기대는 매우 크다. 올해부터 우리나라도 세계에너지기구의 광촉매 및 생물학적 수소 등 수소 연구 분야에 참여하게 된다. 이런 국제 협력과 함께 자연 현상을 깊이 이해하고 효율적으로 모방한다면 수소경제에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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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는 환경의 친구일까[숨은 1mm의 과학]
▣ 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여전히 화석연료 같은 탄소에 기반한 에너지 하부구조가 유지되고 있다. 아무리 수소가 미래 청정 에너지원으로 여겨져도 현실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형국이다. 기껏해야 석유 정제 과정을 비롯해 화학, 식품, 전자 등의 분야에서 ‘산업 원료’로 쓰이고 있을 뿐이다. 그것도 고비용을 치러야 한다. 저렴한 천연가스에서 수소를 분리하더라도 산출 대비 투입 에너지가 4배나 된다. 앞으로 수소가 에너지원 구실을 하려면 생산효율을 높이면서 대량생산의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
올해 정부는 ‘수소경제 로드맵’ 초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2040년 무렵에는 수소·연료전지가 대중화돼 국내 전체 자동차의 54%, 발전설비의 22%, 주거전력 설비의 23%, 모바일 기기의 100%가 연료전지로 대체될 전망이다. 온실가스 배출을 크게 줄이는 수소가 환경친화적인 에너지 담체로 각광받는 현실을 반영한 계획이다. 이를 뒷받침하려는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됐다. 수소 제조·저장·공급 등 인프라를 구축하고, 수소경제이행촉진법 제정·수소경제센터 신설 등 지원기반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이렇듯 수소에 기반한 경제가 현실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수소가 다양한 방식으로 환경에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무엇보다 대기 중에서 수소 농도가 높아질 때 발생할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 오늘날의 에너지 시스템이 수소로 완전히 대체될 경우 연간 약 14억~19억t의 수소가스가 필요하다. 이때 1700만~4900만t의 수소가 생산이나 이용 과정에서 대기 중에 배출될 것으로 예측된다. 대기 중의 수소가 지금보다 22~64% 늘어나는 셈이다. 이렇게 늘어난 수소는 대기 중에서 화학적 반응에 개입하게 마련이다.
대규모의 수소가 대기 중에 유입되면 지구 온난화가 가속화될 수도 있다. 메탄이나 수소화염화불화탄소(HCFC) 같은 물질로 인해 온실가스의 수명이 길어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기 중의 수증기가 증가해 구름의 생성, 성층권의 온도, 오존양 변화 등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만일 태양열이나 풍력, 바이오매스 같은 신재생에너지로 수소를 만든다면 산화질소나 이산화탄소 배출이 줄어들어 환경을 개선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수소를 생산하는 원료를 친환경 자원에서 찾아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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