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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일단 멈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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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0-05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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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희의 오마이섹스]

▣ 김소희 기자 sohee@hani.co.kr

본의 아니게 삽입 섹스 도중 예민한 곳의 살이 살짝 밀리거나 긁히는 수가 있다. 일단 무조건 멈춤이 상책이다. 그곳의 살은 입속처럼 부드럽다. 작은 상처나 이물질, 손톱에도 덧나거나 베인다. 너무 열정적으로 마찰열을 일으키다가 천이 미어지듯 피부가 미어지기도 한다. 파트너가 꼼꼼히 들여다보고 연고를 발라주면 풍경도 아름답지만 아물기도 훨씬 잘 아문다.

여성쪽이 통증을 느낄 때가 많다. 여성의 것은 남성의 것보다 훨씬 예민하다. 외음순과 음핵은 단위면적당 신경세포 분포 같은 말초적인 감각이 귀두보다 20배 정도 더 많이 포진해 있다. 그러니까 아프면 하지 말아야 한다. 이건 아주 중요한 ‘미래를 위한 투자’이기도 하다. “섹스리스 커플이 되는 가장 큰 첫 동기는 삽입에 따르는 성교통”(유외숙 청담마리 성건강센터 상담실장)이기 때문이다. ‘굉장히 아픈’ 기억이 섹스를 회피하는 이유가 된다. 그러다 보면 욕구가 있는 사람도 욕구를 억제하게 되고, 종국에는 자신의 욕구조차 부정하게 된다.


(일러스트레이션/ 이우만)

멈출 때 멈추고 달릴 때 달려야 한다는 상식을 까먹는 이유는 무엇일까. 상대가 기분 나빠할까봐, 나에 대한 애정이 식을까봐, 잘 못하는 사람으로 여길까봐… 여기까지가 심리(소심)적인 그늘이라면, 신체(맹신)적인 모험도 있다. 하다 보면 좋아지겠지… 같은. 삽입 순간에 아파하다가 좀 지나면 왕성한 분비물을 내며 더 설치는 여자들도 있지만, 운이 좋아 그런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충분히 분비물이 나지 않았을 때 무턱대고 삽입하면 상처날 확률이 훨씬 높다.

여성의 ‘젖은’ 상태는 남성이 ‘발기한’ 상태와 마찬가지로 섹스를 위한 준비 태세를 의미한다. 적절한 자극과 흥분 없이 일방이 준비됐다고 달려들어선 안 된다. 아무리 기다려도 젖지 않는다고? 선천적으로 호르몬계 분비에 장애가 있는 초극소수 여성을 제외하면 그건 지금 파트너와 정신적으로든 육체적으로든 하기 싫다는 ‘몸의 말’이다. 가슴에 손을 얹고 그게 아니라면, 또 둘 다 꼭 해야겠다면 ‘마일드한’ 섹스를 해볼 만하다. 그 자리에서 바로 할 수 있는 것으로 동시에 하는 자위를 권한다. 서로 손 꼭 잡고 할 수도, 시차를 두고 도와줄 수도 있다. 첫경험이 부끄러울 뿐이다. 상대의 자위 취향을 알게 되는 것도 흥미롭지만 내 몸이 네 몸 같고 네 몸이 내 몸 같은 느낌을 가질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다.

완경기 여성이 섹스를 멀리하는 이유 중 하나는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 분비가 잘 되지 않고, 점막의 점성이 약해져 성교통을 많이 느끼기 때문이다. 가까운 산부인과에서 가족력과 암발병 확률을 체크한 뒤 호르몬 처방을 받는 것도 한 방법이다(암 발병 소지가 있는 사람은 피해야 한다). 피임약처럼 매일 한알씩 먹는 게 보편적인데, 의료보험 적용이 되며 비용 부담도 크지 않다. 호르몬 처방이라서 거부감이 있을 수도 있겠다. 얻을 것과 잃을 것을 잘 따져보고 스스로 선택할 문제다. 참, 남성 호르몬 테스토스테론 처방은 의료보험 적용이 안 된다. 왠지 짐작은 가나, 자세한 문의나 항의는 김근태 장관께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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