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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무조건 웃으라는 처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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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9-29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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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이정/ 미술평론가 http://dogstylist.com

(사진/ 류우종 기자)

웃음만큼, 일방적인 찬사와 전폭적인 권장사항으로 장려되는 게 있는지 의문입니다. 웃음은 크게 처세와 건강 회복에 신뢰도가 높은 상품으로 인지되었고, 지지되는 방식 역시 비중 있는 물증 제시를 통해 관철되곤 합니다. 출세한 명사의 웃음 예찬론을 인용하는 주입식, 크게 웃을 때 근육 231개가 움직인다는 의학적 견해가 가세한 웰빙식. 거기에 코미디 프로의 이름으로까지 채택된 소문만복래(笑門萬福來)라는 불멸의 믿음까지, 웃음 앞에 대항군은 없어 보였고 무조건 웃으라는 처방전은 유행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강제되는 무엇은 언제나 진정성이 의심되는 법입니다. 더욱이 서비스업 종사자의 훈련받은 웃음이 그들에겐 도리어 스트레스 부메랑으로 돌아온다는 기사도 있잖습니까. 부조리한 세상에서 웃음만을 권유하는 이는 이미 가진 자일지도 모릅니다. 분노와 비판이 필요한 자리에 웃어넘기는 낙관론은 길든 돼지가 되는 지름길입니다. 정작 억지웃음이 필요한 사람은 항시 얼굴이 굳어 있는 배우 최민수 정도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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