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게 ‘미다스의 손’ SM 기획의 양대 산맥 H.O.T와 S.E.S가 흔들린다
지난해 연말, 연예계에서는 국내 최대의 연예제작사인 SM엔터테인먼트에 ‘마가 낀 것 같다’는 말이 심심찮게 나돌았다. 지난해 4월 주식시장에 상장돼 6월 7만3천원대까지 치솟았던 주가가 현재 6천원을 밑돌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SM의 대표상품이자 10대들의 절대적인 우상으로 군림했던 그룹 H.O.T가 리드 싱어인 강타의 음주운전 사고로 새 앨범(5집)을 낸 지 1개월 만에 활동을 전면 중단하고 뒤편으로 물러나 앉은 데 이어 여성 댄스그룹 S.E.S마저 멤버들이 대학 부정입학 사건에 연루된 것이다.
후발주자에 추월당해 자존심 구겨
한국 최고의 연예기획사로 데뷔시키는 가수마다 대형스타로 만들며 연예계에 군림해온 SM엔터테인먼트가 요즘 위기상황을 맞고 있다. 소속가수들의 불미스런 사고와 함께 SM이 거느린 스타들의 상품성이 점차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힘이 시드는 이들을 이을 새로운 스타 발굴도 이어지지 않고 있다.
사실 H.O.T의 경우 강타의 사고 이전에도 가요계에서는 “H.O.T의 힘이 한계에 온 것 같다”는 분석이 조금씩 나오고 있었다. 데뷔음반을 제외하고 H.O.T의 2∼4집은 발매 첫달 100만장을 가뿐하게 넘어왔다. 그러나 이번에 발표한 5집은 첫달 판매량이 84만장선에 그쳤다. 물론 84만장이면 지난해 발매된 음반 전체를 놓고 봐도 조성모, 서태지, god를 제외하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판매량이다. 그러나 이제껏 H.O.T가 보여줬던 위력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게 중론이다. 무엇보다 스타성에서 한수 아래로 여겼던 god에 추월을 허용했다는 것은 판매량 몇만장의 차이를 넘어 “10대들의 우상 그룹의 지존”이라는 자존심에 심각한 상처를 입혔다. H.O.T의 좌절에 이어 여성 댄스그룹의 원조격인 S.E.S도 후발주자인 핑클에 음반 판매량면에서 역전을 당했다. 또한 멤버들 개개인의 프로필로 볼 때 “H.O.T보다도 낫다”던 6인조 그룹 신화도 앨범 판매량 50만장을 넘기지 못해 “톱스타 대접은 아직 이르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들 3대 소속 가수들에 이어 SM이 “한국에서도 ‘차이돌’(10대 초반의 아이돌 스타를 가리키는 일본식 조어) 시대가 열렸다”며 맹렬히 홍보했던 15살 소녀가수 보아도 앨범 판매량은 20만장선. 불황을 감안하고 데뷔음반이란 점으로 보면 훌륭한 성적이지만 ‘보아’라는 상품에 쏠렸던 엄청난 관심과 대대적인 홍보에 비하면 그리 만족스러운 결과는 아닌 셈이다. 승승장구만을 계속해온 SM이 갑작스럽게 흔들리는 이유는 뭘까. 일부에서는 지난 99년 여름 H.O.T와 S.E.S를 키워낸 매니저 진용을 물갈이할 때 이미 위험신호가 왔다고 분석한다. 톱스타를 키워내는 데는 음악과 기획력, 멤버들 개개인의 스타성 못지않게 일선 매니저들의 힘을 결코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당시 SM을 떠난 정해익 전 SM 대표이사는 올 초 종합연예기획사로 출범한 싸이더스로 옮겨 당시까지 정상급이라고 볼 수 없었던 그룹 god를 앨범 판매량 100만장이 넘는 최고의 인기그룹으로 키워내기도 했다. SM이 현장 매니저들을 대폭 교체한 뒤 연예가에서는 “H.O.T 등 머리가 굵은 스타들이 제대로 통제되지 않는다”는 말도 돌았다. 무명일 때부터 호흡을 같이 해온 매니저들도 일단 ‘뜬’ 연예인을 관리하려면 애를 먹는데 이미 쟁쟁한 스타가 된 뒤에 새로 담당하게 되는 새 매니저들의 말이 먹히겠느냐는 이야기다. H.O.T를 섭외했던 PD들도 “결국 어떤 루트를 통해서든 직접 이수만 대표를 접촉해야 확답을 얻을수 있다는 점이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상당한 부담이 됐다”고 입을 모으고 있을 정도다. ‘포스트 SM’은 아직 이르다
그렇다면 과연 한국연예산업의 선두주자로 군림해온 SM의 위세가 이번 고비를 계기로 꺾이는 것일까. 아직 속단은 이르다는 것이 연예계의 시각이다. 일단 위기를 맞은 것은 분명하지만 그래도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려온 SM이 올해에도 계속 가요계에서 당대 최고의 기획사 자리를 유지할 것이라는 시각이 아직은 우세한 편이다. H.O.T나 S.E.S의 흔들림이 기획사의 운명에 치명상을 입히기에는 SM의 규모가 그리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김경욱 SM엔터테인먼트 대표는 “현재 상황을 ‘신발끈이 풀어진 것을 보고 저 사람이 곧 쓰러져 죽을 것’이라고 말하는 식”이라며 위기설을 일축했다.
다른 유수한 기획사들이 아직은 SM에 비교할 수 있을 만큼 풍부한 상품과 콘텐츠를 보유하지 못했다는 점도 이런 주장을 뒷받침한다. 흔히 SM의 경쟁사로 꼽혔던 DSP의 경우 간판스타 젝스키스의 해체 이후 핑클 하나에 의존하고 있는 상태다. 조성모가 소속된 GM기획도 조성모 이외에는 마땅히 내세울 간판이 없다. DSP가 ‘젝스키스 이후’를 겨냥해 내놓은 그룹 클릭B나 GM기획이 지난해 여름 공들여 내놨던 그룹 문차일드가 모두 유망주 수준에 멈춰버렸기 때문이다. 누리기획의 후신인 아이스타즈도 신승훈, 엄정화, 코요테 등의 굵직한 가수들을 거느리고는 있어도 10대 고객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인 국내 음반시장의 특성상 SM과는 수익성에서 비교가 어렵다. 300여개에 달하는 음반기획사들 가운데 2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기대할 수 있는 팀을 넷이나 보유하고 있는 기획사는 현재 SM이 유일하다는 점에서 아직은 누구도 ‘포스트 SM’을 말하기는 어렵다는 점이 분명해진다.
또한 그동안 SM은 다른 기획사들보다 재빨리 시장의 변화에 대처해오는 신속한 기획력을 무기로 내세워왔다. 현재 국내 가요계 최대 이슈는 mp3와의 전쟁이다. 컴퓨터와 전용선만 확보돼 있으면 거의 무한정 노래를 내려받을 수 있는 mp3 때문에 대부분의 기획자들은 mp3가 그동안 국내 가요계를 위협해온 고질병인 불법음반보다도 더 큰 위협이라 보고 있을 정도다. 그렇지만 SM은 mp3가 발매되기 훨씬 전부터 음반 구매를 ‘스타들에 대한 팬들의 충성심의 확인’으로 연결하는 전략을 세워 피해를 최소화해왔다. 정식 음반을 구입하는 팬들에게 별도의 홈페이지에 접속할 수 있는 CD 열쇠나 비밀번호를 부여해 이들에게만 따로 뮤직비디오와 동영상 등의 특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한 예다.
드라마, 쇼 프로 제작에 활로를
이와 함께 음반사업은 SM 전체를 놓고 볼 때 장차 그리 큰 부분을 차지하지는 못할 전망이다. 이미 SM은 사업을 다각화하며 다른 영역으로 수입원을 늘리고 있다. 최근 드라마 <마지막 승부> <보고 또 보고> 등으로 주가를 높인 문화방송의 스타 PD인 장두익 PD를 스카우트하는 한편 배용준, 송승헌, 송혜교 등 최고 인기연기자들이 소속된 연영엔터테인먼트와 제휴를 맺고 드라마 제작에도 진출한다고 선언했다. 드라마에 이어서는 쇼·오락프로그램도 방송사의 외주를 받아 제작한다는 장기계획을 세운 상태다. 99년 총매출 125억원에 30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던 SM은 이런 새로운 투자를 통해 지난해 3분기까지 순이익은 9억원대로 줄었지만 95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매출규모를 크게 늘리는 데 성공했다.
이런 점에 비춰볼 때 아직 SM엔터테인먼트를 지는 해로 보기는 이르다. 간판상품이 시장에서 밀리는 것은 사실이지만 위기극복 가능성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위기를 제대로 벗어나지 못할 경우 연예산업을 주무르는 최강자의 지위는 언제라도 날아갈 수 있다. 앞으로도 SM이 업계 1위를 굳게 지킬지는 새로운 분야에 대한 대규모 투자의 성공 여부에 달려 있다.
송원섭/ 스포츠조선 기자

사실 H.O.T의 경우 강타의 사고 이전에도 가요계에서는 “H.O.T의 힘이 한계에 온 것 같다”는 분석이 조금씩 나오고 있었다. 데뷔음반을 제외하고 H.O.T의 2∼4집은 발매 첫달 100만장을 가뿐하게 넘어왔다. 그러나 이번에 발표한 5집은 첫달 판매량이 84만장선에 그쳤다. 물론 84만장이면 지난해 발매된 음반 전체를 놓고 봐도 조성모, 서태지, god를 제외하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판매량이다. 그러나 이제껏 H.O.T가 보여줬던 위력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게 중론이다. 무엇보다 스타성에서 한수 아래로 여겼던 god에 추월을 허용했다는 것은 판매량 몇만장의 차이를 넘어 “10대들의 우상 그룹의 지존”이라는 자존심에 심각한 상처를 입혔다. H.O.T의 좌절에 이어 여성 댄스그룹의 원조격인 S.E.S도 후발주자인 핑클에 음반 판매량면에서 역전을 당했다. 또한 멤버들 개개인의 프로필로 볼 때 “H.O.T보다도 낫다”던 6인조 그룹 신화도 앨범 판매량 50만장을 넘기지 못해 “톱스타 대접은 아직 이르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들 3대 소속 가수들에 이어 SM이 “한국에서도 ‘차이돌’(10대 초반의 아이돌 스타를 가리키는 일본식 조어) 시대가 열렸다”며 맹렬히 홍보했던 15살 소녀가수 보아도 앨범 판매량은 20만장선. 불황을 감안하고 데뷔음반이란 점으로 보면 훌륭한 성적이지만 ‘보아’라는 상품에 쏠렸던 엄청난 관심과 대대적인 홍보에 비하면 그리 만족스러운 결과는 아닌 셈이다. 승승장구만을 계속해온 SM이 갑작스럽게 흔들리는 이유는 뭘까. 일부에서는 지난 99년 여름 H.O.T와 S.E.S를 키워낸 매니저 진용을 물갈이할 때 이미 위험신호가 왔다고 분석한다. 톱스타를 키워내는 데는 음악과 기획력, 멤버들 개개인의 스타성 못지않게 일선 매니저들의 힘을 결코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당시 SM을 떠난 정해익 전 SM 대표이사는 올 초 종합연예기획사로 출범한 싸이더스로 옮겨 당시까지 정상급이라고 볼 수 없었던 그룹 god를 앨범 판매량 100만장이 넘는 최고의 인기그룹으로 키워내기도 했다. SM이 현장 매니저들을 대폭 교체한 뒤 연예가에서는 “H.O.T 등 머리가 굵은 스타들이 제대로 통제되지 않는다”는 말도 돌았다. 무명일 때부터 호흡을 같이 해온 매니저들도 일단 ‘뜬’ 연예인을 관리하려면 애를 먹는데 이미 쟁쟁한 스타가 된 뒤에 새로 담당하게 되는 새 매니저들의 말이 먹히겠느냐는 이야기다. H.O.T를 섭외했던 PD들도 “결국 어떤 루트를 통해서든 직접 이수만 대표를 접촉해야 확답을 얻을수 있다는 점이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상당한 부담이 됐다”고 입을 모으고 있을 정도다. ‘포스트 SM’은 아직 이르다

사진/SM의 간판스타인 그룹 H.O.T. 그룹 멤버 가운데서도 가장 인기가 높았던 강타가 음주운전 사고를 저지르는 바람에 치명상을 입었고, 음반판매량도 예전보다 못한 상황을 맞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