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이정/ 미술평론가 http://dogstylist.com
명색이 스포츠를 표방함에도 반칙과 눈속임이 난무하는 미국 프로레슬링에 전세계 고정팬이 어떤 이유로 열광하는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따져보니 마땅한 이유가 있더군요. 남녀 성역할의 극대화를 꿈꾸는 역삼각형 마초와 초미니 글래머로 채워진 남녀 선수단, 광분한 선수에게 매 맞고 도망다니는 가여운 심판, 기능성보다 시선의 자극에 주안점을 둔 무도복장에 가까운 유니폼, 다 이긴 경기인 줄 알았더니 한대 톡 맞고 뒤로 나자빠지는 역전극, 짜고 치는 고스톱임이 명백한 경기 운영에 쉽게도 속아주는 관객, 난장판이 된 무대 상황과는 어울리지 않게 무거운 저음으로 내리깔리는 주의사항 - ‘따라하지 마세요’(Don’t try this at home). 이 모두는 전 인류를 통해 목격되는 정치판의 위선적 모습을 쇼와 스포츠의 가면으로 포장한 위악적 선물세트입니다. 정치판의 값싼 구호에 이미 물씬 중독된 우리로서는 이것에 열광할밖에요. 어쨌건 얘네들 하는 짓, 우린 따라하지 맙시다. 일단 유치하지 않습니까?

(사진/ 우디엔터테이먼트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