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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자존심 회복, 독한 마음으로 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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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01-10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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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LPGA투어 벼르고 있는 여성 프로골퍼 ‘빅3’의 겨울나기… 목표는 무조건 우승

‘아메리칸 드림을 현실로’.

한국 프로골퍼 여자 3인방-박세리(23·삼성아스트라), 김미현(23·한별텔레콤), 박지은(22). 2001년 벽두 이들의 각오가 남다르다. 필드와의 전쟁! 그 전선은 물론 미LPGA투어이며 목표는 무조건 우승이다.

스포츠투데이오픈이 추가된 미LPGA투어는 올 시즌 역대 최고의 상금액을 자랑한다. 1월부터 11월 중순까지 공식투어는 모두 37개. 총상금 규모가 4200만달러(약 464억원)이다. 이는 150만달러의 스포츠투데이오픈(10월19∼21일)이 신설된 것을 비롯해 에비앙마스터스 등 23개 대회의 상금이 대폭 올랐기 때문.

박세리 “강훈밖에 없다”


에비앙마스터스가 30만달러를 증액해 210만달러가 되는 등 100만달러가 넘는 대회만 19개이다. 2000년 시즌보다 7개나 더 늘었다. 최다상금을 자랑하는 대회는 메이저대회인 US여자오픈으로 상금이 275만달러나 된다.

볼을 잘 치면 호주머니가 두둑해질 올 시즌 미LPGA투어. 1월12일부터 장기레이스에 들어가는 미LPGA투어는 1월 중에 ‘플로리다시리즈시즌’으로부터 시작해 3개 대회가 연속해 열린다. 이들은 모두 초반 강공을 선언하며 3개 대회에 모두 나간다는 계획. 대회를 코앞에 두고 박세리, 김미현, 박지은 등 ‘빅3’는 짧은 동계기간 동안 어떻게 지냈고 이들의 시즌 목표는 무엇인지 ‘출사표’를 들어본다.

먼저 박세리. 지난해 가장 자존심이 상했던 그다. 무관에 그쳤던 박세리는 화려했던 미LPGA투어 데뷔연도의 기억을 더듬으며 연초에 비장한 각오를 다졌다. 목표는 자신의 최다승인 시즌4승을 뛰어넘는 것.

이를 위해 혹독한 훈련을 마쳤다. 하루종일 훈련에 매달리는 것을 보다 못해 부친 박준철씨는 서울에서 올랜도로 전화를 걸어 쉬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을 정도. “올해는 반드시 일을 낼 겁니다. 지켜봐 주십시요. 절대로 실망을 시키지 않겠습니다.” 박세리가 이렇듯 큰소리치는 이유가 무엇일까. 비책이 있다는 얘긴가. 박세리 말을 더 들어보자. “한·일프로골프대항전이 끝나자마자 뒤돌아보지도 않고 미국으로 날아가 베이스캠프를 쳤죠. 새벽 5시부터 강행군을 시작해 어둠이 내릴 때까지 클럽을 놓지 않았습니다. 샷연습뿐 아니라 쇼트게임, 퍼팅을 비롯해 체력훈련에 매일 라운딩을 했습니다.”

사실 박세리가 자신감을 갖는 데는 또다른 의미가 있다. 투어진출 이후 제대로 된 강훈을 한번도 못했기 때문. 이는 시즌 내내 부진을 면치못하게 하는 원인이 되었고 불안감과 함께 자신감까지 잃었던 것. 그리고 팬들에 대한 부담감은 우승해야 한다는 초조감을 갖게 했고 결국 이는 망가진 샷을 회복하기 힘들었다. 스코어가 좋을 리 없었다. 이 탓인지 시즌 초반 부진에 시달린 박세리는 불운까지 겹쳤다. 정상을 눈앞에 두고 뭔가 한 가지씩 꼭 망가지고 만 것이다. 이런 초반 징크스를 씻기 위해 박세리는 강훈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훈련에 몰두한 것dlek.

박세리가 올 시즌 기대하는 이유는 또 있다. 그동안 ‘착하고 순박해서’ 함께 호흡을 맞췄던 캐디 제프 케이블과 과감하게 이별했다. 대신 아니카 소렌스탐을 정상에 올려놓은 명캐디 콜린 칸을 영입했다. 특히 이보다 앞서 세계적인 골프교습가 데이비드 리드베터의 수제자 짐 크리비에게 현재 안고 있는 스윙점검을 끝내고 완벽하게 교정했다. 드라이버샷은 거리가 늘고 정확성도 한껏 높아졌다. 주무기인 아이언 역시 컴퓨터샷으로 바꾸는 작업을 계속했고 항상 결정적인 순간에 무너지는 퍼팅도 단점을 보완했다. 이제 출격만 남았다는 박세리가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하다.

김미현 ‘살과의 전쟁’

사진/김미현.
다음타자는 김미현.

시즌 1승을 챙겨 그나마 체면을 유지한 김미현. 82만여달러를 벌어들여 한국선수 중 유일하게 톱10 진입에 성공했으나 만족스러운 결과는 아니라는 것이 김미현의 속마음이다. 안 되겠다 싶어 김미현은 결단을 내렸다.

이것이 4kg 체중감량. 한·일전을 마치고 피닉스에서 스키를 즐기는 등 마음을 비우기 위해 훈련을 늦춘 김미현은 7주간 한국에 머무르다 12월 중순 미국 올랜도로 건너갔다. 그는 무엇보다 살과의 전쟁을 벌였다. 몸이 정상체중보다 무거워지면 유연성이 떨어지고 샷이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다.

시즌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최고의 몸상태를 만드는 게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특별훈련은 현지도착과 함께 시작됐다. 새벽 6시에 기상해 아침 저녁으로 10km를 달리고 40분 이상 웨이트트레이닝을 실시했다. 근력과 유연성에 초점이 맞춰졌다. 투어기간에는 하체훈련을 거의 하지 못하는데다 근력운동도 할 수가 없다. 이 때문에 김미현은 로드워크로 하체보강을 해주고 웨이트기구를 이용해 상체근육강화에도 신경을 썼다.

체력훈련과 함께 샷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집 인근에 있는 벨라비스트CC에서 매일 라운드를 한 뒤 쇼트게임에 주력하고 있다. 그린에서의 불안감을 없애기 위해 틈나는 대로 퍼팅연습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짧은 퍼팅을 자주 놓치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바꾼 역그립인 레프트핸디드그립으로 연습중이다.

“체중감량에 성공했다. 마음이 편안하다. 1년간 미국투어뿐 아니라 세계를 돌아다니려면 강한 체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에 대비해 감량과 체력강화훈련에 집중했다. 목표는 메이저대회 우승이다.” 김미현의 목소리가 매우 힘차다.

박지은. 동양의 아마조네스. 아마추어 시절의 화려한 명성과는 달리 프로에 들어와 1승에 그친 그도 박세리처럼 자존심이 상한 것은 마찬가지. 이 때문에 국내에 잠시 휴식차 들어왔을 뿐 누구보다도 동계 트레이닝을 먼저 시작했다. 박지은의 특훈은 2가지를 겸했다.

하나는 피닉스 훈련센터에서 체력훈련. 지난해 부상에 시달린 것에 대한 대비책으로 체력보강부터 프로그램을 짰다. 즉 파워를 찾기 위한 노력. 장타력이 특장인 박지은은 투어진출 이후 오히려 거리가 줄었다. 이 때문에 오전 6시30분 몸만들기에 나섰다. 6주간의 파워찾기 훈련으로 강한 의지와 맞물려 파워가 붙기 시작했다. 또 부상으로 인한 샷감각 부진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하루 2시간씩 재활훈련프로그램도 실시했다. 전문트레이닝센터에서 근력을 향상시키는 데 주력했다. 스윙밸런스를 유지하면서 파워를 내는 데는 무엇보다 근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박지은의 파워찾기 훈련

사진/박지은.(AP연합)
박지은은 250야드를 상회하는 전성기 때의 샷을 거의 회복했고 라운딩을 주 3회 실시하면서 샷감각도 유지하고 있다. 사실 박지은이 이렇게 독한 훈련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마추어 시절 거의 천재적인 감각에 의존해 대회를 휩쓸었던 박지은은 프로무대가 아마 때와 다르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면서 훈련의 필요성을 절감했던 것이다. 부친 박수남씨의 말을 들어보자. “정말 독하게 마음을 먹은 것 같습니다. 골프를 시작한 초등학교 시절 이후 이처럼 열심히 훈련을 한 적이 없었다. 한번도 실패를 경험해보지 못하다가 1승에 그친 자신의 기량에 한계를 느낀 것 같습니다.”

박지은은 단점인 퍼팅을 보완키 위해 과외지도를 받았다. 퍼팅의 대가 데이브 펠츠에게 포인트 특별레슨을 받은 뒤 퍼터를 안고 잘 정도로 퍼팅에 열을 보이고 있다.

“기대해도 좋습니다. 감각보다 훈련량에 승부를 걸었기 때문에 올해는 반드시 세계정상에 오를 것입니다.” 시즌을 앞둔 박지은의 각오다.

한국 여자 프로골퍼의 라이벌 ‘빅3’가 올 시즌 팬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다갈 올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안성찬/ 스포츠투데이 골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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