훔쳐보기
등록 : 2005-08-31 00:00 수정 :
▣ 김소희 기자
sohee@hani.co.kr
착한 여자는 죽어서 천당에 가지만 나쁜 여자는 살아서 어디든 간다는 가르침을 실천하는 여자들의 소굴로 ‘찍힌’ 덕에 꽤 보람찬 나날을 보내던 서울 홍익대 앞의 ‘지스팟’(G-Spot)이 요즘 고민에 빠져 있다. 이곳을 운영하는 모조(Y)와 팍시(X)는 뜻있는 이에게 가게를 넘길까, 하던 대로 계속 달려볼까 저울질 중이다. 경영상의 위기라기보다는 ‘대연정’의 욕심이다.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놀이불감증, 성불감증을 타파하겠다는 게 이들의 모토니깐.
지스팟은 여성의 질 안쪽 손가락 두 마디 정도(4∼5cm) 들어간 윗벽에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해부학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는 설과 평소에는 감춰져 있다가 좋으면 부풀어오르는 신비의 성감대이므로 인정하기 싫으면 인정하지 말고 살라는 주장이 첫 발견 뒤 50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내 경험으로는 있다. 아랫배 낮은 곳 적절한 부위를 몸 밖에서 손가락으로 눌러 돌리는 식으로 자극해 지스팟의 반응을 얻어내는 쾌거를 이뤘다는 이도 있지만, 선호 체위가 다르듯 찾는 길도 다르다. 부단히 해보는 수밖에. 어쨌든 지스팟을 널리 알리고자 2002년에 문을 연 이 술집은 간간이 속옷 파티, 나비넥타이 파티 등 주제가 있는 스탠딩 파티를 기획해 장안의 심심한 이들을 즐겁게 해줬는데, 스탠딩 쇼가 아니라 파티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말하자면 ‘보는’ 게 아니라 ‘하는’ 거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물이 좀 달려도 별 눈치 안 보며 놀 수 있다는 점과 오픈 당시 ‘(대선 후보였던) OOO과 개는 출입금지’라고 써놓은 출입문의 낙서 때문인지 드나들다보면 저절로 정치적으로 올바르다고 믿게 만드는 점이 지스팟의 특징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지스팟에 가기가 불편해졌다. 구경꾼이 우글거렸기 때문이다. 가장 ‘경우 없는 경우’는 훔쳐보기다. 끼리끼리 등돌리고 앉아 남 노는 걸 힐끔힐끔 보거나 벽에 등대고 팔짱 끼고 앉아 째려보는 인상파들 말이다. 나쁜 여자를 헤픈 여자로 착각하고 “넌 얼마니?”라고 묻거나, 집요하게 몸을 들이대는 덜 떨어진 범죄자들도 있었다. 이곳을 ‘플레이 걸’들과의 만남의 광장으로 착각한 이들이다. 이런 달갑지 않은 ‘죽돌이’들을 막느라 경영진에서는 무던히 애를 썼는데 연령이나 겉모습으로 출입을 제한할 수도 없어 딜레마라고 한다.
나도 좀 찔린다. 좋아라 따라와서는 “이제 재미있게 해줘” 모드로 돌변하는 ‘손가락 쭉쭉 빠는 족’을 몇번 데리고 간 일이 있어서다. 이런 이들일수록 쉽게 실망한다. 채찍 든 간호사나 노팬티의 세일러복 소녀가 기다릴 거라 기대하셨나? 혹은 레슬링복 입은 새끈남이 테이블 위에서 공중부양하길 원하시나. 손 안 대고 자위할 수 없듯 스스로 하지 않고 즐거울 수는 없다. 물론 노는 센스는 없어도 지갑 여는 센스는 있어 장내 선남선녀들에게 데킬라 한잔씩 돌린 신사도 있었고, 홀 가운데에서 개다리춤을 춰 많은 이들을 자지러지게 한 숙녀도 있었다. 이런 언니 오빠 만나기는 지스팟 오르가슴을 만나기만큼이나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굳이 지스팟에 와서 훔쳐보느라 눈 쓰시는 분들께는 집에서 그냥 편히 손 쓰시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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