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라소마 2000-신명의 음악장터, 무당 이해경이 대중의 거리로 달려간다
무당이란 말처럼 막연한 인상이 뇌리에 박혀버린 집단이 있을까. 그래서 그의 첫인상은 뜻밖이었다. 귀신 같은 화장을 하고, 범상치 않은 기를 뿜어내는 뭔가 ‘다른 사람’일 것이라는 상상은 상냥한 인사를 건네는 그를 처음 만나는 순간부터 산산이 사라졌다. 요란하진 않지만 쉽게 알아차릴 수 있는 붉은 머리 염색도 흔히 떠올리는 무당의 이미지와는 달랐다. 결국 어리석은 질문을 하고 말았다.
존 보넴, 그리고 황해도 만신
“염색을 하셔도 돼요?”
“이건 개성이에요. 무당이지만, 난 여자니까. 굿할 때는 무당이고 다른 시간에는 나 이해경이에요.” 그러고 보니 문을 열어준 ‘신아들’도 오렌지색 염색을 하고 있었다.
황해도 만신 이해경(45·www.mansin.co.kr)씨. 서른다섯살에 신내림을 경험해 올해로 10년째 무당의 길을 걷고 있다. 어느 날 홀연히 신과 만나 무당의 길에 뛰어들어 신과 인간을 이어주는 매개로 살아가고 있는 점에서 이씨는 다른 무당과 다를 게 없는 보통 무당이다. 그러나 그의 행보는 다른 무당들과는 다르고, 드물다. 대부분의 무당들이 굿이라는 전통을 이어가며 세상과는 한발 떨어져 있는 것과는 달리 이씨는 대중을 찾아가 굿을 알리는 노력을 마다하지 않는다. 지난 6월1일 열린 한일아트페스티벌에서 황해도 굿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8월12일에는 한강 여의도 둔치에서 열리는 테크노축제 ‘아우라소마 2000-신명의 음악장터’에 참여해 테크노와 굿의 접목을 시도한다. ‘아우라소마2000’은 국내 테크노 애호가들이 나서서 열리는 대규모 테크노 축제로 국내에서 첫 번째로 열리는 야외 레이브 파티이기도 하다. ‘달파란’ 강기영씨를 비롯해 일본의 유명 테크노 DJ 후미야 다나카 등이 총출동하는 올해 테크노계 최대의 잔치다. 또한 국내에서는 최초로 ‘테크노-샤머니즘’을 선보이는 행사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굿이란 건 제의이면서 축제이기도 해요. 특히 황해도 굿은 이런 연회적 요소가 강하고 화려해요. 그래서 이런 음악축제에도 잘 어울릴 거예요. 원래 신명을 돋우는 건 두드리는 음악에서 나오잖아요. 그리고 반복적인 리듬도 그렇고. 제가 존 보넴의 드럼을 들으며 미쳐갔던 것처럼 테크노 음악도 잘은 모르지만 반복적인 음악 리듬에 맞춰 미친듯이 신명나게 즐기는 거라던데, 그런 점에서 굿하고 잘 접목될 거예요.” 전통적인 문화인 굿을 계승하는 무당에게서 하드록 밴드 레드 제플린의 드러머 존 보냄의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의외였다. 물론 음악이란 누구나 좋아하는 문화라는 점과 굿의 예술적 측면에서 음악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가 음악을 좋아하는 게 이상할 것은 없다. 하지만 그래도 록음악이라니. 테크노는 샤머니즘적이다 “음악광이었어요. 모든 정서를 음악으로 해소했는데 어떤 끼가 그쪽으로 흘렀나봐요. 요즘에도 유명 밴드들 공연이 있으면 거의 다 찾아가요. 최근에는 스매싱 펌킨스 내한공연에 갔었고…, 지난번에 나온 ‘메틀리카’판 들어보셨어요? 샌프란시스코 필하모니하고 협연한 건데, 예술이에요. 제가 원래 록을 좋아하거든요, 메탈도 좋아하고. 테크노는 사실 잘 모르는데 기획이야 주최쪽에서 하는 것이고 저는 굿만 보여주면 되는 거니까 평소 하던 대로 하는 되겠죠. 아무튼 테크노란 새로운 경험을 하게 돼서 기대가 돼요.” 사실 테크노 음악은 그 본질적 측면에서 굿과 비슷한 점이 많다고 한다. 국내에서는 그저 도리도리춤 정도로만 알려져 있는 테크노는 세상사의 모든 것을 몽환적인 춤과 음악 속에 떨쳐버리는 것이 특징. 그래서 우리의 굿과 일맥상통한다는 것이다. 외국에서도 이런 샤머니즘적 요소 때문에 진작부터 테크노와 샤머니즘을 접목시키는 시도가 있어왔다. 특히 가장 유행하는 테크노의 한 갈래인 ‘고어트랜스’도 인도 고어지방의 샤머니즘적 요소와 테크노가 결합하면서 등장한 것이다. 이번 행사를 기획한 펌프기록 등 주최쪽은 우리 고유의 문화인 무당과 굿이란 전통을 테크노의 이런 정서를 잇는 최초의 시도로 이씨를 초빙해 이색적인 무대를 마련했다. 이번 행사를 기획한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유재현 연구원은 “테크노는 서양의 것이지만, 우리에게도 테크노의 핵심인 ‘레이브’가 아주 오래 전부터 존재해 왔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한다. 강강수월래라든지 동해 별신굿 등이 이런 현대의 테크노 음악의 고갱이인 레이브적 요소를 지니고 있었다는 것이다. 잔치에 참여하는 이들이 함께 어울리며 몰아일체의 경지에 빠져 아무런 구속없이 춤추고 몸을 흔들며 상념의 찌꺼기를 털어버리는 굿의 잔치적 요소가 테크노와 통한다는 것이다. 이번 행사에서 이씨는 황해도 굿을 선보인다. 그러나 ‘일단 와서 보라’며 어떤 내용을 보여줄 것인지는 비밀이라고 웃어넘겼다. “작두야 물론 타지. 하지만 이번 굿은 그냥 ‘빵’하고 터뜨리는 거예요. 굿은 직접 와서 봐야 돼요. 굿이란 게 꼭 귀신놀음은 아니에요. 잔치라고 할 수 있지. 신과 인간이 무당이란 매개를 통해 감정을 주고받으며 남의 한, 내 한을 뭉쳐 발산하는 잔치예요. 자기 내면의 환희랄까, 고통이랄까 모든 희로애락의 감정을 몸으로 풀이하는 거예요.” 때문에 이번 행사에서 이씨는 반드시 오프닝으로 굿을 배치할 것을 강력히 주문해서 관철시켰다. 굿은 신명을 모시는 것이기 때문에 잔치의 오프닝으로서 신명을 불러일으켜 즐겁게 놀 수 있도록 촉발해야 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렇게 즐겁게 놀겠습니다’라고 신에게 알리고 나서 잔치가 시작돼야 당연하죠. 그래서 굿은 축제의 오프닝이 제격이에요.” 이씨의 이런 시도에 대해 토속신앙계에서 꼭 곱게만 보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이씨의 신념은 확고하다. 세상이 바뀌는 만큼 굿이 전통으로 계승되려면 젊은이들의 시각으로 무당과 굿이란 것을 다르게 조명해서 인식시켜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무당으로선 드물게 홈페이지를 만든 것도 그런 생각에서다. 굿, 바뀐 시대의 생활 속으로 “굿은 굿대로 가면서 바뀐 시대의 생활 속으로 파고들어가야죠. 그러려면 굿을 예술과 접목시키는 게 가장 쉽고 빠른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우리 신어머니도 그렇게 생각하시죠. 물론 신어머니가 시켜서, 또는 신어머니 이름을 팔아 굿의 대중화를 하고 그러는 거는 아녜요.”(이씨가 밝히지 않은 신어머니는 무형문화재인 김금화(70)씨다. 김씨는 황해도 출신으로 큰무당 만신의 경지에 오른 서해안 배연신굿 기능보유자로 남북통일을 기원하는 해원상생굿판 등 다양한 행사에서 황해도 굿을 선보이며 대중종합예술로서의 굿을 널리 알려왔다.) 기계화되고 전자화되는 상황에서 인간의 심성도 기계화돼가는 세상이다. 그렇게 바뀐 세상에서도 무당은 필요하다고 이씨는 생각한다. 그런 세상이기 때문에 더욱 필요할 수도 있다고 한다. 무당이란 인간의 원초적인 심성을 끌어내고 인간 본연의 자세로 돌려주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물론 중요한 것은 굿 그 자체다. 이번 테크노-샤머니즘 파티도 그에게는 그저 굿의 연장일 뿐이다. 그렇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모든 이들이 함께 즐길 때 굿은 본질을 보여줄 수 있고, 그러려면 대중과 가까이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굿 철학이다. 그래서 그의 굿은 대중이 있는 거리로 달려간다.
구본준 기자bonbon@hani.co.kr

황해도 만신 이해경(45·www.mansin.co.kr)씨. 서른다섯살에 신내림을 경험해 올해로 10년째 무당의 길을 걷고 있다. 어느 날 홀연히 신과 만나 무당의 길에 뛰어들어 신과 인간을 이어주는 매개로 살아가고 있는 점에서 이씨는 다른 무당과 다를 게 없는 보통 무당이다. 그러나 그의 행보는 다른 무당들과는 다르고, 드물다. 대부분의 무당들이 굿이라는 전통을 이어가며 세상과는 한발 떨어져 있는 것과는 달리 이씨는 대중을 찾아가 굿을 알리는 노력을 마다하지 않는다. 지난 6월1일 열린 한일아트페스티벌에서 황해도 굿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8월12일에는 한강 여의도 둔치에서 열리는 테크노축제 ‘아우라소마 2000-신명의 음악장터’에 참여해 테크노와 굿의 접목을 시도한다. ‘아우라소마2000’은 국내 테크노 애호가들이 나서서 열리는 대규모 테크노 축제로 국내에서 첫 번째로 열리는 야외 레이브 파티이기도 하다. ‘달파란’ 강기영씨를 비롯해 일본의 유명 테크노 DJ 후미야 다나카 등이 총출동하는 올해 테크노계 최대의 잔치다. 또한 국내에서는 최초로 ‘테크노-샤머니즘’을 선보이는 행사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굿이란 건 제의이면서 축제이기도 해요. 특히 황해도 굿은 이런 연회적 요소가 강하고 화려해요. 그래서 이런 음악축제에도 잘 어울릴 거예요. 원래 신명을 돋우는 건 두드리는 음악에서 나오잖아요. 그리고 반복적인 리듬도 그렇고. 제가 존 보넴의 드럼을 들으며 미쳐갔던 것처럼 테크노 음악도 잘은 모르지만 반복적인 음악 리듬에 맞춰 미친듯이 신명나게 즐기는 거라던데, 그런 점에서 굿하고 잘 접목될 거예요.” 전통적인 문화인 굿을 계승하는 무당에게서 하드록 밴드 레드 제플린의 드러머 존 보냄의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의외였다. 물론 음악이란 누구나 좋아하는 문화라는 점과 굿의 예술적 측면에서 음악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가 음악을 좋아하는 게 이상할 것은 없다. 하지만 그래도 록음악이라니. 테크노는 샤머니즘적이다 “음악광이었어요. 모든 정서를 음악으로 해소했는데 어떤 끼가 그쪽으로 흘렀나봐요. 요즘에도 유명 밴드들 공연이 있으면 거의 다 찾아가요. 최근에는 스매싱 펌킨스 내한공연에 갔었고…, 지난번에 나온 ‘메틀리카’판 들어보셨어요? 샌프란시스코 필하모니하고 협연한 건데, 예술이에요. 제가 원래 록을 좋아하거든요, 메탈도 좋아하고. 테크노는 사실 잘 모르는데 기획이야 주최쪽에서 하는 것이고 저는 굿만 보여주면 되는 거니까 평소 하던 대로 하는 되겠죠. 아무튼 테크노란 새로운 경험을 하게 돼서 기대가 돼요.” 사실 테크노 음악은 그 본질적 측면에서 굿과 비슷한 점이 많다고 한다. 국내에서는 그저 도리도리춤 정도로만 알려져 있는 테크노는 세상사의 모든 것을 몽환적인 춤과 음악 속에 떨쳐버리는 것이 특징. 그래서 우리의 굿과 일맥상통한다는 것이다. 외국에서도 이런 샤머니즘적 요소 때문에 진작부터 테크노와 샤머니즘을 접목시키는 시도가 있어왔다. 특히 가장 유행하는 테크노의 한 갈래인 ‘고어트랜스’도 인도 고어지방의 샤머니즘적 요소와 테크노가 결합하면서 등장한 것이다. 이번 행사를 기획한 펌프기록 등 주최쪽은 우리 고유의 문화인 무당과 굿이란 전통을 테크노의 이런 정서를 잇는 최초의 시도로 이씨를 초빙해 이색적인 무대를 마련했다. 이번 행사를 기획한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유재현 연구원은 “테크노는 서양의 것이지만, 우리에게도 테크노의 핵심인 ‘레이브’가 아주 오래 전부터 존재해 왔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한다. 강강수월래라든지 동해 별신굿 등이 이런 현대의 테크노 음악의 고갱이인 레이브적 요소를 지니고 있었다는 것이다. 잔치에 참여하는 이들이 함께 어울리며 몰아일체의 경지에 빠져 아무런 구속없이 춤추고 몸을 흔들며 상념의 찌꺼기를 털어버리는 굿의 잔치적 요소가 테크노와 통한다는 것이다. 이번 행사에서 이씨는 황해도 굿을 선보인다. 그러나 ‘일단 와서 보라’며 어떤 내용을 보여줄 것인지는 비밀이라고 웃어넘겼다. “작두야 물론 타지. 하지만 이번 굿은 그냥 ‘빵’하고 터뜨리는 거예요. 굿은 직접 와서 봐야 돼요. 굿이란 게 꼭 귀신놀음은 아니에요. 잔치라고 할 수 있지. 신과 인간이 무당이란 매개를 통해 감정을 주고받으며 남의 한, 내 한을 뭉쳐 발산하는 잔치예요. 자기 내면의 환희랄까, 고통이랄까 모든 희로애락의 감정을 몸으로 풀이하는 거예요.” 때문에 이번 행사에서 이씨는 반드시 오프닝으로 굿을 배치할 것을 강력히 주문해서 관철시켰다. 굿은 신명을 모시는 것이기 때문에 잔치의 오프닝으로서 신명을 불러일으켜 즐겁게 놀 수 있도록 촉발해야 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렇게 즐겁게 놀겠습니다’라고 신에게 알리고 나서 잔치가 시작돼야 당연하죠. 그래서 굿은 축제의 오프닝이 제격이에요.” 이씨의 이런 시도에 대해 토속신앙계에서 꼭 곱게만 보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이씨의 신념은 확고하다. 세상이 바뀌는 만큼 굿이 전통으로 계승되려면 젊은이들의 시각으로 무당과 굿이란 것을 다르게 조명해서 인식시켜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무당으로선 드물게 홈페이지를 만든 것도 그런 생각에서다. 굿, 바뀐 시대의 생활 속으로 “굿은 굿대로 가면서 바뀐 시대의 생활 속으로 파고들어가야죠. 그러려면 굿을 예술과 접목시키는 게 가장 쉽고 빠른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우리 신어머니도 그렇게 생각하시죠. 물론 신어머니가 시켜서, 또는 신어머니 이름을 팔아 굿의 대중화를 하고 그러는 거는 아녜요.”(이씨가 밝히지 않은 신어머니는 무형문화재인 김금화(70)씨다. 김씨는 황해도 출신으로 큰무당 만신의 경지에 오른 서해안 배연신굿 기능보유자로 남북통일을 기원하는 해원상생굿판 등 다양한 행사에서 황해도 굿을 선보이며 대중종합예술로서의 굿을 널리 알려왔다.) 기계화되고 전자화되는 상황에서 인간의 심성도 기계화돼가는 세상이다. 그렇게 바뀐 세상에서도 무당은 필요하다고 이씨는 생각한다. 그런 세상이기 때문에 더욱 필요할 수도 있다고 한다. 무당이란 인간의 원초적인 심성을 끌어내고 인간 본연의 자세로 돌려주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물론 중요한 것은 굿 그 자체다. 이번 테크노-샤머니즘 파티도 그에게는 그저 굿의 연장일 뿐이다. 그렇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모든 이들이 함께 즐길 때 굿은 본질을 보여줄 수 있고, 그러려면 대중과 가까이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굿 철학이다. 그래서 그의 굿은 대중이 있는 거리로 달려간다.
“테크노의 진수를 보여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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