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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커피와 시가렛이 남긴 물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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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8-18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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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이정/ 미술평론가 http://dogstylist.com

고독한 인텔리와 사교의 아지트, 카페는 서구에서 시원을 찾지만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은 문화입니다. 이같은 살롱문화의 중심에는 기호 소모품인 커피와 담배가 있습니다. 무려 20여년간 느리게 완성된 미국 영화 <커피와 담배>는 11개 단편들이 옴니버스로 된 장편으로 기호품을 넘어 문화 키워드로 이들을 대우합니다. 하지만 1회용 기호품답게 커피와 담배의 비장한 최후는 이들을 위한 송가만큼 로맨틱하진 못합니다. 커피와 담배의 ‘물리적 혼연일체’를 흔하게 일상화한 오브제는 휴게실에 초라한 몰골로 발견되곤 하기 때문이지요. 마시다 만 커피 속에 빠진 피우다 만 담배의 익사체(?)를 담은 종이컵. 커피를 흡수해 탱탱 부은 꽁초는 그 어떤 쓰레기보다 역겹습니다. 또 기호품으로 체면 차리고 자리를 뜬 신사숙녀의 처지도 막상막하죠. 카페인과 니코틴이 도배한 그들의 구강은 그 어떤 구취도 능가하는 악취를 내뿜지요. 오늘의 교훈: 이 세상 모든 낭만의 허영은 언제 어디든 현실적 물증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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