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식의 실험가 줄리언 반스의 소설 3권 동시 출간
▣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줄리언 반스의 책이 쏟아져나왔다. <플로베르의 앵무새> <내 말 좀 들어봐> <태양을 바라보며>(신재실 옮김, 열린책들 펴냄, 각권 9500원). 앞의 두 권은 다른 출판사에서 출판된 것을 새롭게 저작권 계약을 맺어 출간한 것으로, 이번에 새로이 한국 독자와 만나는 작품은 <태양을 바라보며> 하나다. 차례대로 1984년, 1991년, 1986년 작품.
줄리언 반스를 영국의 가장 중요한 작가의 반열에 올려놓은 작품 <플로베르의 앵무새>는 아내를 잃은 퇴역 의사 브레이스웨이트가 플로베르의 자취를 찾아 프랑스에 가서 겪는 5일간의 여행 기록이다. 줄거리는 간단하지만 형식과 내용은 이게 소설이냐라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기이하다. 이른바 메타픽션. 플로베르 연인의 가짜 증언, 독단과 편견으로 기록한 연보, 아주 개인적인 플로베르 사전, 플로베르 작품을 둘러싼 논란을 생짜로 펼쳐놓다가 그를 변호하는 허구적 인물의 등장…. 이러한 혼란은 첫 장부터 시작된다. 글을 쓰고 싶었지만 잘할 수 있는 것은 한 가지라는 플로베르적 자각으로 브레이스웨이트는 의사 일을 했다. 그리하여 그에게 남은 것은 ‘쓰이지 않은 책’이지만 이 1인칭 소설은 그런 와중에 이미 쓰였다.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아동만큼이나 산만하지만 공식·비공식, 사실·허구, 소설·비소설, 전기적 인물·소설적 인물의 경계를 넘나들며 짜릿한 지적 포만감을 만끽할 수 있다. <현대문학> 2000년 1월호의 현대소설가 대상 설문조사에서 줄리언 반스는 <플로베르의 앵무새>에서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말이 “과거는 의회 보고서를 가장한 자서전적 허구다”라고 말했다. 이 소설에 대한 가장 현명한 문구 같다. 사랑에 대한 사색에다 소설에는 어울리지 않는 여러 가지 표와 사진 등을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와 <키스하기 전에 우리가 하는 말들>에 박아넣었던 알랭 드 보통은 이 책이 자신에게 미치는 영향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더 나아가 <플로베르의 앵무새>의 영향을 직접 받은 <프루스트를 좋아하세요>를 쓰기도 했다. 이번에 처음 번역된 <태양을 바라보며>는 훨씬 소설답다. 한 여인의 일생이 플로베르의 <보바리 부인>처럼 펼쳐진다. 하지만 그는 여기서도 극적이고 영웅적인 이야기를 펼치기를 거절한다. 그는 형식의 실험가지만 줄거리는 자잘한 삶의 통찰를 담았다. 이런 식. 1부의 성장담을 이끌어가는 것은 바보 같은 의문 하나다. 세계 최초로 비행기를 탄 찰스 린드버그는 다섯개의 샌드위치를 갖고 있었는데 비행기 안에서는 한개 반만을 먹었다. 그는 레슬리 삼촌에게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머지 샌드위치는 어떻게 됐는”지 궁금했고, 프로서는 린드버그가 탄 것은 비행기가 아니라고 했고, 남편이 될 마이클은 상했기 때문에 나머지는 먹지 않았을 거라고 말한다. 그런데 1부의 끝에서 의문은 어느 순간 해결된다. 어떻게? 그것이 성장이다. 이 소설에서 수미쌍관을 이루는 사건은 프로서의 비행기가 1만 피트 급강하하다가 겪은, 태양이 뜨는 것을 두번 보는 기적이다. 진은 태양이 지는 것을 두번 보면서 죽는다. 이 책이 쓰인 것은 1986년이지만 1922년생 진이 죽는 ‘현재’는 2021년이다. 이때도 자잘한 의문을 풀지 못한다고 반스는 말한다. 그리고 그는 태양을 똑바로 응시해선 안 된다고 여기서 충고하고 있다. 손가락을 약간 벌려 그 사이로 실눈을 뜨고 쳐다봐야 한다. 그의 소설 작법도 그렇고 그의 글을 읽는 것도 마찬가지다. <내 말 좀 들어봐>는 친구 두명과 그 사이에 끼어든 여자의 웃기는 삼각관계를 그렸다. 삼각관계의 당사자인 세명이 돌아가면서 이야기하는 형식이다. 친구가 데리고 온 여자에게 반해서 집요하게 구애하다가 결국 결혼하게 되고 먼저 결혼한 남자는 그러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그 여자에게 집착한다. 존 어빙의 인물만큼이나 우유부단하고 희극적이다. 배꼽 잡는 코미디 소설이지만 추레한 삶의 비애가 눈물겹다. 아니, 다시 말하면 눈물 나고 콧물 나는데 입은 찢어져 웃음이 난다. 열린책들은 줄리언 반스 소설을 계속해서 출간할 계획이다. 올해 안에 <10과 1/2장으로 이루어진 세계 역사>를 재출간하고 <고슴도치>가 나오며, <그녀가 나를 만나기 전>(재출간), <사랑 그리고>(Love, etc), <레몬 테이블>(Lemon Table)이 내년에 나올 예정이다. 모두 신재실씨 번역으로 이루어진다니 반갑다.

줄리언 반스를 영국의 가장 중요한 작가의 반열에 올려놓은 작품 <플로베르의 앵무새>는 아내를 잃은 퇴역 의사 브레이스웨이트가 플로베르의 자취를 찾아 프랑스에 가서 겪는 5일간의 여행 기록이다. 줄거리는 간단하지만 형식과 내용은 이게 소설이냐라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기이하다. 이른바 메타픽션. 플로베르 연인의 가짜 증언, 독단과 편견으로 기록한 연보, 아주 개인적인 플로베르 사전, 플로베르 작품을 둘러싼 논란을 생짜로 펼쳐놓다가 그를 변호하는 허구적 인물의 등장…. 이러한 혼란은 첫 장부터 시작된다. 글을 쓰고 싶었지만 잘할 수 있는 것은 한 가지라는 플로베르적 자각으로 브레이스웨이트는 의사 일을 했다. 그리하여 그에게 남은 것은 ‘쓰이지 않은 책’이지만 이 1인칭 소설은 그런 와중에 이미 쓰였다.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아동만큼이나 산만하지만 공식·비공식, 사실·허구, 소설·비소설, 전기적 인물·소설적 인물의 경계를 넘나들며 짜릿한 지적 포만감을 만끽할 수 있다. <현대문학> 2000년 1월호의 현대소설가 대상 설문조사에서 줄리언 반스는 <플로베르의 앵무새>에서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말이 “과거는 의회 보고서를 가장한 자서전적 허구다”라고 말했다. 이 소설에 대한 가장 현명한 문구 같다. 사랑에 대한 사색에다 소설에는 어울리지 않는 여러 가지 표와 사진 등을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와 <키스하기 전에 우리가 하는 말들>에 박아넣었던 알랭 드 보통은 이 책이 자신에게 미치는 영향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더 나아가 <플로베르의 앵무새>의 영향을 직접 받은 <프루스트를 좋아하세요>를 쓰기도 했다. 이번에 처음 번역된 <태양을 바라보며>는 훨씬 소설답다. 한 여인의 일생이 플로베르의 <보바리 부인>처럼 펼쳐진다. 하지만 그는 여기서도 극적이고 영웅적인 이야기를 펼치기를 거절한다. 그는 형식의 실험가지만 줄거리는 자잘한 삶의 통찰를 담았다. 이런 식. 1부의 성장담을 이끌어가는 것은 바보 같은 의문 하나다. 세계 최초로 비행기를 탄 찰스 린드버그는 다섯개의 샌드위치를 갖고 있었는데 비행기 안에서는 한개 반만을 먹었다. 그는 레슬리 삼촌에게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머지 샌드위치는 어떻게 됐는”지 궁금했고, 프로서는 린드버그가 탄 것은 비행기가 아니라고 했고, 남편이 될 마이클은 상했기 때문에 나머지는 먹지 않았을 거라고 말한다. 그런데 1부의 끝에서 의문은 어느 순간 해결된다. 어떻게? 그것이 성장이다. 이 소설에서 수미쌍관을 이루는 사건은 프로서의 비행기가 1만 피트 급강하하다가 겪은, 태양이 뜨는 것을 두번 보는 기적이다. 진은 태양이 지는 것을 두번 보면서 죽는다. 이 책이 쓰인 것은 1986년이지만 1922년생 진이 죽는 ‘현재’는 2021년이다. 이때도 자잘한 의문을 풀지 못한다고 반스는 말한다. 그리고 그는 태양을 똑바로 응시해선 안 된다고 여기서 충고하고 있다. 손가락을 약간 벌려 그 사이로 실눈을 뜨고 쳐다봐야 한다. 그의 소설 작법도 그렇고 그의 글을 읽는 것도 마찬가지다. <내 말 좀 들어봐>는 친구 두명과 그 사이에 끼어든 여자의 웃기는 삼각관계를 그렸다. 삼각관계의 당사자인 세명이 돌아가면서 이야기하는 형식이다. 친구가 데리고 온 여자에게 반해서 집요하게 구애하다가 결국 결혼하게 되고 먼저 결혼한 남자는 그러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그 여자에게 집착한다. 존 어빙의 인물만큼이나 우유부단하고 희극적이다. 배꼽 잡는 코미디 소설이지만 추레한 삶의 비애가 눈물겹다. 아니, 다시 말하면 눈물 나고 콧물 나는데 입은 찢어져 웃음이 난다. 열린책들은 줄리언 반스 소설을 계속해서 출간할 계획이다. 올해 안에 <10과 1/2장으로 이루어진 세계 역사>를 재출간하고 <고슴도치>가 나오며, <그녀가 나를 만나기 전>(재출간), <사랑 그리고>(Love, etc), <레몬 테이블>(Lemon Table)이 내년에 나올 예정이다. 모두 신재실씨 번역으로 이루어진다니 반갑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