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이정/ 미술평론가 http://dogstylist.com
코앞에 닥친 현재는 고사하고 과거사의 진위 여부도 규명 못하는 마당에, 앞날을 내다볼 줄 안다고 호언하는 이들이 존재합니다. 미래를 예측하는 정보는 역사상 고정적인 시장을 형성해왔습니다. 그러나 이런 중차대한 능력을 바라보는 일반의 태도는 이중적입니다. 흔히 도령, 보살, 동자 등으로 ‘자칭’되는 역술인의 직함은 세간에선 점쟁이로 폄하되기 일쑤며, 역학원, 철학관 같은 심오한 영업명은 간단히 점집으로 통칭됩니다. 으리으리한 사당에서 반말을 내뱉는 역술인은 인정하면서, 비닐 움막에서 영업 중인 비루한 실외 철학관 앞을 지날 때면 “지 인생 하나 건사 못하면서 무슨...!” 하며 내심 비웃습니다. 지천에 난무한 예언은 버스 승객의 시선과 완만하게 연결된 앞좌석 뒷면의 사주팔자 전화 광고를 비롯해, 우연히 집어든 일간지의 한구석에 배정받은 오늘의 운세까지 다채롭습니다. 인생이란 운명에 연연하지 않고 스스로 개척하는 거라 믿는 당신! 혹시 자신의 미니홈피에 혈액형점을 퍼다놓진 않으셨는지요?

(사진/ 윤운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