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이정/ 미술평론가 http://dogstylist.com
미국 그 자체인 영화 <람보>의 흥행몰이로 기능성보다 패션의 요건을 갖춘 군복이 1985년 공전의 히트상품이 되었지만, 이른바 밀리터리룩(military look)의 의복사는 1939년 <라이프>(Life)의 커버로 다뤄질 만큼 관록이 깊습니다. 저소득 인부의 작업복 겸 일상복이던 이 무명용사는 어느덧 패션리더의 유명훈장으로 격상되었으니, 그 가파른 진급 과정이 전쟁을 방불케 합니다. 근자에 목격되는 군복패션의 양상은 단순 개조의 수준을 이미 넘어, 아슬아슬한 핫팬츠와 탱크톱 심지어 란제리까지 품목에서도 다채롭습니다. 적군의 총구를 피할 목적으로 개발된 이 남성적 의복은, 이제 적군(남성)의 심장을 송두리째 무장해제하는 여성적 기호품이 되었습니다. 얼룩무늬 ‘개구리복’은 야전에 복무 중인 총각에게는 영락없는 군바리 복장이지만 이효리가 뒤집어쓰면 도발성이 부각된 섹시 코디로 둔갑합니다. 동일한 의상을 소화해내는 이 상반된 극단성은 군복이 애초 위장의 목적으로 고안되었던 출생 배경에서 비롯된 걸 테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