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소희 기자 sohee@hani.co.kr
삼순이가 뱃살이 콤플렉스라면 나는 축복받은 팔뚝살이 콤플렉스다. (<미디어 오늘>! 어쩜 글은 그렇게 쭉쭉 빨아놓고 사진은 정론직필할 수 있니? 독자들 성욕 확 떨어진다는 얘기 들리잖아!). 흠흠.
어떤 남자는 만질만질한 종아리가, 다른 남자는 휜 성기 모양이, 어떤 여자는 등판의 까칠한 피부가, 다른 여자는 유독 잘 젖는 것이 콤플렉스다. 남이 보면 오히려 장점으로 분류될 법한 문제로 날밤 새우며 끙끙대는 이들이 많다. 한데 까칠한 피부 소유자의 파트너에 따르면, 관계 뒤 땀 흘릴 때 정녕 보람 있는데, 사랑하는 그녀의 몸을 보습해줬다는 충만감이 들어서라고 한다.
최근 쏟아져 들어온 “저기요∼”류의 메일도 그랬다. 한 청년은 여자친구가 오럴을 싫어하는데 흥분 상태에서 나오는 ‘쿠퍼씨 분비물’에 익숙지 않아서였고, 또 다른 청년은 포경수술을 하지 않아 여러모로 위축된다는 호소였다. 네이버에 물어가며 위로·격려했지만 놀랍기도 하고 부담되기도 했다. 정말 ‘나홀로 고민’들이 많구나. 기준도 모호한 ‘크기’와 ‘지속 시간’을 강요하는 광고와 각종 미디어의 묻고 답하기 코너도 전 국민을, 특히 한창 때의 청년들을 잠재적 환자로 몰고 갈 위험이 크다는 걸 새삼 느꼈다. 훗날 원만한 성생활 모드에 접어들어 상대에게 고백하면 “어유, 그런 깜찍한 고민을 했어?”라고 양 볼을 꼬집힐 만한 귀여운 문제들이 대부분인데 말이다. 그 남자, 피부가 끝내줬다. 쓱 만지면 달콤한 즙이 흐르고 실크 가루가 묻어날 것 같았다. 그런데 그는 백옥 같은 피부가 불만이었다. 여자처럼 보일까봐 여자랑 관계 맺기가 두렵다고 했다. 그래서 남자랑 관계 맺었냐면 그건 아니다. 또 다른 남자, 시간이 심하게 짧거나 길었다. 신체적인 이유가 아니었다. 부인을 ‘사정 보조기’ 취급하는 영화 <친절한 금자씨>의 백 선생처럼 악랄한 인간이라서도 아니었다. 섹스를 배설 수단으로만 여기는 미숙아였기 때문이다. 자기가 만족하면 몇초 안에 끝내고, 만족하지 않으면 밤새 상대를 괴롭혔다. 그러면서도 자신은 ‘고무줄 인간’이라고 ‘자뻑’했다.
둘의 태도는 대비된다. 전자는 고민이 깊어 경지에 이르렀다. 언제부턴가 그는 덩치 큰 여자든, 털이 풍성한 여자든, 특별한 체취의 여자든, 지극 정성으로 대하는 버릇이 생겼다. 그래서인지 늘 여자가 꼬인다. 후자는 그 와중에 아무도 정론직필해주지 않았는지 착각이 하늘을 찔렀다. 급기야 불서에 나오는 “나의 큰 것이 어찌 너의 작은 것 안에 들어가겠는가” 증상에 이르렀다. 그를 만난 여자 열이면 열 뒤도 안 돌아보는데 당사자는 자기가 ‘선수’라서 상대를 갈아치우는 거라 굳게 믿었다. 자기 자신을 콤플렉스까지 포함해 잘 이해하면 약이지만, 이렇듯 오해하면 독이다. 영화 <연애의 목적>에서 유림이 홍에게 “딱 5초만” 하면서 강간신을 연기할 때 문득 이 ‘문제적 후자’가 떠올랐다. 이 장면은 두고두고 씹혔는데, 내가 궁금한 건 이거다. “딱 5초만” 하면서 억지로 삽입해놓고 정작 5초도 못(안) 가는 남자는 그럼 경찰서에 보내야 하나 병원에 보내야 하나?

(일러스트레이션/ 이우만)
둘의 태도는 대비된다. 전자는 고민이 깊어 경지에 이르렀다. 언제부턴가 그는 덩치 큰 여자든, 털이 풍성한 여자든, 특별한 체취의 여자든, 지극 정성으로 대하는 버릇이 생겼다. 그래서인지 늘 여자가 꼬인다. 후자는 그 와중에 아무도 정론직필해주지 않았는지 착각이 하늘을 찔렀다. 급기야 불서에 나오는 “나의 큰 것이 어찌 너의 작은 것 안에 들어가겠는가” 증상에 이르렀다. 그를 만난 여자 열이면 열 뒤도 안 돌아보는데 당사자는 자기가 ‘선수’라서 상대를 갈아치우는 거라 굳게 믿었다. 자기 자신을 콤플렉스까지 포함해 잘 이해하면 약이지만, 이렇듯 오해하면 독이다. 영화 <연애의 목적>에서 유림이 홍에게 “딱 5초만” 하면서 강간신을 연기할 때 문득 이 ‘문제적 후자’가 떠올랐다. 이 장면은 두고두고 씹혔는데, 내가 궁금한 건 이거다. “딱 5초만” 하면서 억지로 삽입해놓고 정작 5초도 못(안) 가는 남자는 그럼 경찰서에 보내야 하나 병원에 보내야 하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