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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거의 종적을 감춰 대학가 일대에서나 간신히 발견되는 중고서점 혹은 헌책방에 관한 단상입니다. 오만 종류의 중고 매장이 그러하듯, 중고서점은 실비(싼 가격), 곰팡내 묻은 책냄새, 절판 희귀본의 발견, 촘촘한 서가 배열로 비좁은 통로 등이 매력인 과거형 공간입니다. 온라인 서점의 파격 할인, 클릭 한번에 결제에서 배송까지 해결 보는 인터넷 쇼핑, 공룡 같은 대형 매장의 등장이 중고서점을 온·오프라인 어디에도 발 붙이지 못하게 만들었지요. 그렇지만 중고서점이라고 마냥 점수 줄 일도 아닙니다. 싼 맛에 주체할 수 없이 사들인 헌책들로 방 한켠이 채워지는 순간, 독서의 대상이 아니라 애물단지 ‘장서’가 될 가망은 언제나 큽니다. 다들 경험 있으시죠? 중고서점에 대한 중독성 있는 향수는 그것이 지니는 교양적 가치보다는 값싼 골동취미, 장서 수집욕, 그리고 지적 허영심이 얄밉게 착종된 취미여서인지도 모릅니다. 왕년의 베스트셀러의 매장지인 이곳 중고서점은 향수와 추억을 사고파는 놀이공원입니다.

(사진/ 한겨레 김태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