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술평론가 http://dogstylist.com
바깥 세상의 큰 변화 속도에도 아랑곳 않고, 종이책의 오랜 역사를 내면화한 도서관은 생리적으로 여전히 아날로그적 정서와 태도를 고수합니다. 그러나 요즘 도서관은 홍역을 앓고 있답니다. 이곳도 결국은 바깥 방문자의 변모된 코드가 유입되는 탓이겠지요. 종전 도서관의 코드는 ‘정숙’ ‘비좁은 복도와 낮은 천장’ ‘촘촘한 칸막이로 숨 막히는 공간감’으로 요약될 수 있었습니다. 지금 열람실 안에서는 부주의하게 울려대는 이동전화 멜로디로 도서관 고유의 적막감마저 무참히 유리됩니다. 칸막이가 사라진 자리에, 탁 트인 공용 탁자가 들어서 널찍한 공간감이 새롭습니다. 제일 눈에 띄는 변화는 필기 문화를 밀어낸 자판 문화의 진입이겠지요. 독서에 몰입한 사용자의 맞은편에 노트북 자판 소리를 내는 견제 세력이 하나둘 등장했습니다. 오늘날 도서관은 구세대적 학습관념과 차세대적 매체감각이 교차, 충돌하는 과도기적 공간성을 재현합니다. 이를테면 우중충한 고시원과 소란한 전산실의 중간 어디쯤 있다고나 할까요.










